LG'전자'가 화장품 판매로 얻고자 하는 건

domaelist.com / 2023-08-25

    
design by 슝슝
   
생건이 아니라 전자라고요?!

LG'전자'가 내년 상반기부터 자체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LG생활건강, 즉 '생건'이 아니라 '전자'가 맞습니다. 아니 왜 가전제품 만들던 회사가 뷰티 시장에 진출한다는 건지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겠지만요. 알고 보면 LG전자는 오래전부터 해당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습니다. 이미 지난 2017년에 홈뷰티 브랜드 프라엘을 론칭하여 시장에 진출하였으니까요. 이번에 출시한다는 상품 역시 프라엘 전용 화장품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LG전자의 행보를 2030년에 무려 230조 원에 달할 거라는 홈뷰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LG전자의 도전을 보다 더 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화장품 사업 진출로 단지 홈뷰티 시장 하나 만을 노렸다기 보다는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LG전자의 전략적인 선택에 가깝다는 겁니다. 지난 7월 LG전자는 앞으로 이와 같은 새로운 비전을 위해 무형(Non-HW), 기업 간거래(B2B), 신사업 등 3대 신성장 동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중 무형이라는 키워드는, 판매 시점에 매출이 발생하던 제품(HW) 중심 사업에서 콘텐츠, 서비스, 구독 등 무형의 사업을 더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로 거듭나겠다는 걸 뜻하는데요. 뷰티기기 프라엘 전용 화장품 출시 계획은, 제품과 연계하여 반복적인 판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LG전자는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걸까요?

돈을 버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사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자제품 제조회사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단순했습니다.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여 마진에 따라 이익을 얻는 형태였는데요. 신기능을 붙여 교체 욕구를 자극하거나, 때론 아예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 시장을 키워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한계를 지니고 있었는데요. 어떤 제품이든 어느 순간에는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성능이 상향 표준화되면 교체주기는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시장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심지어 아이폰마저 출하량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은 제조에서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합니다. 위에 언급한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인해,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애플은 2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라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긴 했지만요. 동시에 서비스 부문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전체 중 비중이 26%를 돌파하는 긍정적인 실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이 없이도 애플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고요.


LG전자는 이러한 애플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본인들도 사업의 본질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차례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해 오고 있기도 한데요. 우리는 독특하고 새로운 면모에만 집중했지만, 사실 수제 맥주 제조기 홈브루나 식물재배 가전 틔운은 모두 정기적인 관리와 추가 구매가 필요한 상품이기도 했습니다. 렌털 사업 매출도 2016년 1,131억 원에서 2022년 기준으로 7,340억 원까지 성장하며, 연평균 성장률 36.6%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아마 앞으로 LG전자는 무형 중에서도 제품 렌털과 구독, 그리고 정기구매를 본격적으로 키우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공유드린 프라엘 전용 화장품 출시 소식은 그 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고요. 저는 이는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LG전자가 애플처럼 콘텐츠나 클라우드 사업을 키우기엔 현재 가진 역량으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다만 적어도 렌털과 구독은 LG전자가 가진 신가전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입니다.

명확한 가치가 중요합니다

물론 LG전자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직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특히 목표로 하는 매출 규모와 이익률을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애플의 서비스 기업 전략 역시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애플의 서비스는 기존의 것과는 본질적인 차이점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다른 기업들은 구독을 유도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무료로 제공했다면, 애플은 반대로 사용자가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고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결국 애플의 제품이 가진 탁월함이 서비스 사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애플 만의 특별함은 바로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능보다는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을 돕고,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철학에 집중했기에, 애플이 내놓는 제품들마다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요. 이렇게 고객들을 팬으로 만든 덕분에, 이들은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해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LG전자가 이번에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며, 본인들의 목적을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라고 명확히 정의한 것이 무엇보다 인상 깊었는데요. 정말로 가치 기반으로 이들이 신가전 카테고리를 개척하며 나아간다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거두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LG전자가 단순한 신기함을 넘어 삶의 변화까지 만들어 내는 제품을 만들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해 나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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