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판 ‘만원의 행복’의 도래

domaelist.com / 2022-12-02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예견하는 작업은 요즘 시대에 하나의 클리셰 중 하나가 됐다. 상식과 지식이 때로 오류나 에러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패턴과 사이클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일종의 팁을 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주기적인 호황과 불황의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고 보는 '경기의 순환'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 맥락에서 2003년의 한 데이터를 짚어보자. 

 

2003년은 1997년의 IMF의 지속적인 여파와 태풍 '매미'의 피해 등으로 실질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경제 위기론에 힘이 실렸던 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12월 소비자전망조사〉 보고서에서도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 신용 불량자 급증이 소비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등 최악의 소비 부진의 해로 기록돼 있다. 여러 지표를 종합했을 때 소비자들의 실제 살림살이가 매우 어려웠던 해가 바로 2003년이었던 것이다. 

 

현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또 하나의 해가 있다. 바로 2011년이다.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인 2009년이 왠지 더 의미심장해 보이지만, 2009년은 심각한 경기 불황과 함께 신종 플루 전염병이 발생한 해였고, 이듬해 2010년은 신종 플루 전염병 극복과 함께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여 국민적 자부심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던 해였다.

 

흐름으로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으로 경기 침체가 심각했던 2020년, K방역으로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우수한 코로나 대응 시스템을 보여줬던 2021년의 모습과 흡사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2009년, 2010년 이후 경기 침체에 빠진 2011년이 한국 경제의 근본적 변곡점이었다고 주장한다.

 

산업화 이후 처음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기 시작한 해인 데다 한국 경제의 등뼈인 주력 제조업과 대기업의 생산성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구조적 전환이 일어났던 해였기 때문이다.

 

민간 소비 역시 고물가와 저성장, 국내외 재해(구제역 등), 기상이변 등으로 대중 소비자들의 정서적 소비 심리가 매우 위축된 해였다. 당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김치찌개 백반, 자장면, 칼국수 등 서민들이 주로 찾는 외식 품목의 가격 인상 폭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배 이상 웃돌고, 구제역 여파로 삼겹살이 '금겹살'이라 불렸던 첫해이기도 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당장의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 (영세 상인의 반발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면서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에 큰 호응을 보였다. 2010년 12월 말 롯데마트에서 시작한 '통큰·반값' 상품은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 10대 히트 상품 중 하나에 꼽히기도 했다.

한국 경제 성장률과 세계 경제 성장률 추이 ⓒ시크릿하우스

'통큰·반값' 상품의 인기, 그리고 〈만원의 행복〉* 프로그램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 등 저성장·고물가를 마주하는 두 해의 소비자 태도가 뭔가 낯설지 않다.

* 2003년 1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방영된 MBC 예능 〈행복주식회사〉의 코너. 유명 연예인이 '만원으로 일주일을 버틴다'는 컨셉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오히려 2022년 초부터 갑자기 체감되기 시작한 고물가·고유가·고금리·고환율 등에 대처하는 2022년 대중 소비자들의 소비 방향과 무척이나 닮은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2022년 현재, 대중 소비자들은 어떤 소비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3가지 소비 트렌드의 변화

1. 짠테크: '돈의 티끌' 모아 소비 습관 만들기

경제의 큰 흐름이 하락 국면에 들어왔다고 느끼면 대중들은 직감적으로 지금 당장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22년 대중 소비자들이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짠테크'*다.

* 관련 기사: "고물가에 플렉스 지고 '짠테크' 확산", (매일경제, 2022.11.11)

 

그야말로 '짠테크' 열풍이다. 지난 몇 년간 '욜로', '플렉스'란 유행어가 등장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씀씀이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대거 증가했다. 특징적인 점은 '짜다 + 재테크'란 의미의 '짠테크'가 '짠한 + 재테크'란 해석이 더 설득력 있을 정도로 이른바 짠내 나는 알뜰족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특히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종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는 '무지출 챌린지'가 인상적이다. 치솟는 물가 탓에 하루 지출 제로(0)를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인데 MZ세대의 '인증' 욕구와 맞물리며 유행으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해 음식을 직접 해 먹는 '냉파(냉장고 파먹기)'부터, 미용실에 가지 않고 머리를 직접 자르거나, 각종 이벤트에 참가해 경품으로 딸려 오는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으로 간식을 해결하는 등 무지출 실천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유효기간 임박 할인 정보를 알려주는 앱, (못난이 제품 등) B급 상품처럼 정가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이벤트나 중고 거래 등을 활용해 한 푼이라도 벌려는 '부수입족(族)'도 늘고 있다.

 

매일 퀴즈 풀기, 설문 조사 참여, 도보 수 늘리기, 리뷰 작성 등 앱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수행해 포인트를 받는 '앱테크(앱+재테크)'에 매달리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실제로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생활비 부담으로 할인 쿠폰이나 적립금을 사용(48.2%, 중복 응답)하고, 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최대한 저렴한 곳에서 물건을 구매(46.1%)하거나, 앱테크 등을 통해 자투리 비용을 모으는(40.2%)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 생활비 절약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소하고 작지만 뭔가 확실한 보상을 주는 전략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욜로(YOLO)나 플렉스보다 절약하는 소비 태도가 더 낫다는 인식(70.6%, 동의율)까지 더해지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일단 '작은 것부터 아끼고', '소소한 수익이라도 얻으려는' 소비 태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물가 인상이 급격해지는 상황에선 짠테크만으로 지출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속적으로 부수입 창출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겠지만, 이 역시 불확실성이 높은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

 

때문에 대중 소비자들은 결국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보다 배달 서비스 이용 빈도를 줄이거나, '집밥'과 '셀프 뷰티' 수요를 늘리는 식이다. 이전에 비해 일상의 큰 변화는 아닐 수 있지만, 편하고 쉬웠던 생활 패턴을 어렵고 불편한 방향으로 회귀하려는 태도는 대단한 결심일 수 있다.

 

그런데 더욱 예상치 못한 대중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너무나도 습관적이고 자동적이어서 굳이 대안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해서까지 심리적 중요성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물가 시기 라이프 스타일 변화 전망 ⓒ시크릿하우스

 

2. 갓생: '시간의 티끌' 모아 자기 계발 습관 만들기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는 아주 멋진 삶을 일컫는 '갓생'이다. 신을 의미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신처럼)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한다.

 

'갓생'의 핵심은 대단한 성취가 아니다. 그보다는 작은 계획부터 실천해나가는 삶, 즉 습관, 매일의 루틴과 계획을 '해내는 것'을 중요하게 바라본다. 무의식적인 행동에 가까운 습관에도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허투루 삶을 살지 않겠다는 자기 관리의 의지를 담은 행동으로 볼 수 있다.

 

2022년 한 해 '바디 프로필 촬영(일명 바프)'이나 새벽 시간을 자기 계발에 활용하는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 역시 이 같은 '갓생' 열풍의 일환이기도 하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대중 소비자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매일 반복해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고(81.3%, 동의율), 규칙적인 삶을 잘 지키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있다(71.7%)는 믿음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미라클 모닝을 하게 된다면 '(간단한) 아침 운동하기(51.4%, 중복 응답)', '기상 후 스트레칭하기(44.3%)'나 '기상 후 물 한 잔 마시기(40.0%)'처럼 작지만 소소한 활동을 나만의 루틴으로 만들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실제로도 '수분 섭취'를 루틴화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물 음용 시간을 상기시켜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 등 물 한 잔 마시기에도 나름의 의미 부여를 하는 대중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미라클 모닝 (챌린지)' 실천 의향 ⓒ시크릿하우스

인생의 크고 중요한 변화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무방비 상태로 최악의 상황에 내던져지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당연히 불안감도 절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반복된 행동'은 그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삶의 패턴을 규칙적이고 안정적으로 조율해주는 힘이 있고, 어딘가에 몰두할 수 있게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습관이 이뤄지는 방식을 '의식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어느 정도 삶의 통제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뜻이다.

 

3. 소확행의 진화: 환경은 어려워도 내 일상은 통제 가능하도록 

'통제감'은 주어진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도가 자신의 내적 요소에 의해 더 많이 결정된다고 믿는 태도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심리적 변인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곧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긍정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는 주관적인 만족감을 주는 하나의 가치가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기본적으로 스스로가 얼마만큼의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외부의 상황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고금리·고물가·저성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심지어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고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경험이 점점 더 많아지고만 있다.

 

대중 소비자들의 심리적 기저에 거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란 감정이 강력하게 전제돼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나를 통제하는 것, 즉 스스로의 관점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외부의 상황적 요인을 통제할 수 없다면 나의 일상을 통제하는 것이고, 그 선택의 방향은 '크지만 불확실한 이득'보다 '작지만 확실한 이득'을 취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 루틴(습관) 필요성 ⓒ시크릿하우스

불확실성과 불안은 거대하고 대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고 소소한 긍정적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해결 가능한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

 

인지심리학자 아주대 김경일 교수는 "일반적인 수의 개념으로 보면 반복적인 경험, 예컨대 1+1+1+1은 4일 수 있지만, 심리적 효과 측면에서는 4가 아닌 8, 12, 16, 20으로 체감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나 성취감 같은 긍정적 감정은 인지심리학적으로 '크기'가 아닌 '빈도'로 기록되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 10점짜리 성취감을 느끼는 것보다 3점, 4점, 다시 3점짜리 성취감을 자주 느끼는 것이 훨씬 그 사람을 만족시키며 성장에 도움을 줄 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크기보다 (긍정적 경험의) 빈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들은 자질구레한 긍정적 경험을 여러 번 축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지금 한국의 대중 소비자들이 늘 같은 일상에서 부지런히 '작은 것부터 아끼고', '소소한 수익이라도 얻으려고 노력하며', '작은 습관에도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 역시 이것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기획자가 알아야 할 3가지 포인트

'월급'과 '자식 성적' 빼고 오를 수 있는 건 다 오른다는 요즘, 곳곳에서 대중 소비자들의 재정 긴축 노력이 포착되고 있다. 각종 모임이나 술자리, 비용 부담이 큰 취미 활동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여름철 전기료 부담을 덜기 위해 재택근무보다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짠내 나는 재테크부터 소소한 실천을 이어가는 도전들도 '챌린지'란 이름으로 유행을 타고 있다. 다만 종전까지의 '챌린지'는 (돌려 차기로 병뚜껑 따기 같은) '재미'나 (제로 웨이스트 같은) '사회적 가치'가 도전의 가장 큰 이유였다면, 지금의 '챌린지'는 '자기 계발/자기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사실 대중 소비자들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챌린지'란 이름의 다양한 도전들은 미래를 대비해 자산을 쌓고, 자신의 소비 습관이나 생활 태도를 점검하려는 목적이 크다. '재미'나 '일회성'의 활동이 아니라면, 이러한 도전들은 점검에서 끝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삶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인사이트를 살펴보자.


1. '긍정적인 나' 보여주기: 유연한 자기 계발 트렌드 강화

삶의 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뾰족해짐과 동시에 그 방향성이 더더욱 '자기 계발/자기 관리' 쪽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소비나 생활 습관 등을 점검하는 태도는 대체로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오는 위기 대응 목적이 컸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활동은 오히려 신체 건강 관리, 지식 향상과 같은 자기 계발 활동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현재 스스로가 하고 있는 자기 계발 활동을 묻는 질문에 '(헬스, 영양제 섭취 등) 체력/건강관리(43.7%, 중복 응답)' 다음으로 '재테크/투자 공부(34.1%)'와 '나만의 루틴 만들기(25.5%)'를 꼽는 경우가 많았다.

 

2021년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 열풍을 넘어 광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바디 프로필 촬영 역시 대중 소비자들은 '자기 관리에 대한 높은 관심(80.1%, 동의율)'과 '동기부여(82.4%)', '건강한 생활 습관 형성(64.9%)'에 대한 니즈 때문으로 그 인기 요인을 바라봤다.

 

생활 습관과 소비 패턴 개선이 단순히 지금 현재 상태의 점검이 아니라, 보다 나은 '나'로서의 성장을 위한 자기 계발 차원의 활동으로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넓은 의미에서 스스로의 '정체성'까지 선택하는 게 가능해질 수 있다.

 

타이트한 패션으로 날씬하거나 근육질의 몸매를 드러냄으로써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처럼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들, 즉 긍정적인 정체성 형성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이 앞으로 개인의 삶의 변화를 이끌 행동으로 선택되는 중요한 목적이자 이유, 동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 앞서 언급한 '무지출 챌린지'나 '짠테크' 중에서도 '과도한 절약 방식'은, 자기 계발 차원의 긍정적 이미지 유발 효과를 기대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보면, 무지출 챌린지 등의 소비 절약 방식은 자칫 무조건 절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54.1%, 중복 응답)을 줄 수 있을 것 같고, 기본적인 소비마저 줄여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는(53.3%)는 소비자들의 거부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 스스로의 무지출 챌린지 시도 의향도 54.2%의 절반 수준으로 평가 되고 있어, '과도한 절약 방식'에 대해선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다만 최근 '낭또(낭만 또라이)'와 같은 신조어의 등장처럼 '과도한 절약 방식'을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취향에 몰입하는 사람들, 즉 스스로의 정체성을 온전히 표현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선 대리 만족과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대중 소비자들은 아끼고 절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소비가 필요하다(87.8%, 동의율)고 느끼고, 돈이 드는 경험이라도 최대한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본다(78.2%)고 응답할 만큼 경험 소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험 소비' 관련 통계 ⓒ시크릿하우스

 

3. 방향성이 뚜렷한 의미 추구 행동: 소소한 성취감과 경험 축적

세 번째로 살펴볼 시사점은 '소소하지만' 방향성이 뚜렷한 의미 추구 행동의 확산화다. 현재 대중 소비자들은 '미라클 모닝', '주간 일기 챌린지'처럼 대단하지 않은 일상적인 습관을 통해 소소한 성취감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을 넘어 당장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행동을 찾아 성취감의 강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긍정적 생각'보다 '긍정적 행동'을 하기 위한 목표 의지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중 소비자들은 조금은 모호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친환경 이슈에 대해서도 당장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습관'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전보다 일상에 스며드는 친환경 습관인 5R 원칙*에 대한 관심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Refuse: 필요 없는 물건 거절하기, Reduce: 물건 구매량 줄이기, Reuse: 다회용품 이용하기, Recycle: 재활용하기, Rot: 썩는 제품 사용하기

 

나아가 작고 사소한 것들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잦은 성취감의 빈도는 '사소한 행동이 지닌 큰 힘'을 믿는 가치관으로까지 연결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한 사람의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보다 열 명의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가 더 낫다"는 연대 의식이 이전에 비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 환경 보호를 위해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가치관이나 삶을 말한다. 레스 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는 삶을 의미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보다 처음 도전하는 데 수월하고 부담이 없으며,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를 실천하고 유지하기 쉽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식(食) 관련 평소 대중 소비자들의 인식 평가 ⓒ시크릿하우스

2022년 두 번의 큰 선거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위해 투표라는 권리를 행사했다. 외부 환경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려는 욕구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의 환경적 요인은 더 이상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임을 체감하고, 인지하기 시작했다. 기대치가 달라지면 노력 여하가 달라지고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에 대중 소비자들이 선택한 통제의 방향성은 결국 내 생활의 일부를 통제함으로써 삶의 만족이나 행복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개인의 통제 방향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자료출처 : 2023 기획자를 위한 트렌드 모니터: 2023년판 새로운 ‘만원의 행복’ - PUB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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