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에이블리를 인수하면 안 되는 이유

domaelist.com /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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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설, 충분히 나올 법합니다만

지난 2월 2일 갑작스럽게 네이버가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수는 사실무근이라며 빠르게 이에 대해 부인하긴 했는데요. 최근 네이버 커머스 사업의 실적 추이를 보면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네이버는 거래액 성장이 둔화되자, 거래액 대비 매출 비중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단기적으론 이러한 접근이 실적을 개선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깎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네이버가 버티컬 시장, 특히 패션 카테고리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패션 플랫폼 인수를 타진할 만한데요. 다만 에이블리가 그 대상으로 적합하냐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너무 잘해서 오히려 문제입니다

물론 에이블리의 현재 기세는 매우 좋습니다. 지난해 창사 5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였고요. 여성 패션 시장을 두고 벌여온 지그재그와의 오랜 경쟁에서 점차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에이블리는 전혀 급할 게 없는 상황인데요. 따라서 인수 협상이 벌어진다면 거론되는 몸값은 기존의 1조 원 내외보다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곧 투자 대비 가성비가 나오기 어렵다는 뜻인데요. 파산 직전의 파페치를 비교적 헐값에 인수한 쿠팡처럼 적절한 타이밍을 찾을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에이블리의 외형 규모는 네이버 커머스의 전체 성장을 담보할 만큼 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거래액은 2022년 기준으로 약 1조 2천억 원이라 하고, 작년 성장했다곤 하나 최대 2조 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에 꾸준히 성장 중이라곤 하나, 작년 기준으로 연간 거래액 43조 원에 달하는 네이버 커머스의 대안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이블리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동대문 풀필먼트가 현재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애초에 에이블리가 주목받았던 포인트 중 하나가, 동대문 기반의 풀필먼트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대문 패션 물류는 내부 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효율화가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주요 동대문 사입 플랫폼들이 풀필먼트 서비스들을 잇달아 종료하고 있고요. 이에 따라 에이블리는 브랜드 육성을 또 다른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이미 무신사가 선점하고 있기에 차별화된 강점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이미 대안도 있습니다

이처럼 에이블리는 최근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인수하기엔 부담스럽고, 그걸 감수할 만큼 네이버에게 절실한 존재는 아닙니다. 때문에 앞서 나온 네이버의 공식 입장처럼 이번 인수 기사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네이버에게는 이미 크림과 포시마크라는 훌륭한 대안이 존재한다는 면에서 더욱 그러한데요. 크림의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이미 조 단위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고요. 리셀 플랫폼에서 브랜드 패션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입니다. 포시마크 역시 인수 당시 우려와 달리 체질 개선에 성공한 모양새이고요.

따라서 네이버는 조급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커머스 부문의 거래액 성장이 정체되었지만, 매출액은 급격히 늘어나면서 확실한 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고요. 이미 가진 카드도 많습니다. 다만 확실히 크림이나 포시마크의 성장성만큼은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에이블리 인수가 예상대로 백지화된다면, 적어도 패션 카테고리 강화를 위한 별개의 투자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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