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에서 산 제품을 브랜딩하는 방법 - 중국산 직구 쇼핑몰로 살펴 보는 브랜딩의 본질

domaelist.com / 2024-04-19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1.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로 대표되는 중국 쇼핑몰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비결은 역시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이죠. 언론에선 중국 쇼핑몰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의 보도를 연신 내놓고 있습니다. 김해경 인사이터의 의견도 같은데요. 위협은 우려의 단계를 넘어 이미 현실로 닥쳤다고 경고합니다. 국내 이커머스가 갖춘 품질, 당일 배송 등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 이유를 브랜딩 관점에서 살펴 봅니다.

2. 김 인사이터는 최근 동일한 캠핑용 나이프를 여러 쇼핑몰에서 구매했습니다. 알리, 네이버 쇼핑, 일본 아마존, 미국 아마존 이렇게 네 곳에서요. 완벽히 똑같은 제품이었지만 가격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알리는 약 5000원에, 미국 아마존은 약 11만원에 팔고 있었죠. 알리와 달리 아마존에서 산 나이프에는 칼집에 브랜드 라벨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 브랜드 라벨에 10만원이 넘는 금액이 추가로 매겨진 셈인데요. 20배가 넘는 가격 차이를 소비자에게 납득시킬 만큼 ‘브랜딩’이 제대로 되어 있느냐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라고 합니다. 왜 일까요? 여기에 브랜딩의 본질에 대한 힌트가 있습니다.

3. 다시 국내 쇼핑몰로 눈을 돌려봅니다. 공산품을 판매하는 곳은 대부분 중국에서 물건을 떼어 오는 유통 판매사들이고, 이들이 서로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알리와 테무의 등장으로 가격 경쟁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때문에 김 인사이터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산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결국 브랜드력이 높은 제품”이라고요. 브랜드력이란 무엇일까요? 중국산 제품에 단순히 라벨만 붙인다고 해서 ‘브랜딩’이 되는 건 아니겠죠. 알리·테무의 공습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브랜딩의 비결,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글. 김해경 인사이터 (앤드류와이어스 브랜드 컨설턴트)
편집. 장준영 기자


중국의 공습?

요즘 SNS에서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광고 한번 보지 못 한 사람은 없겠죠? 600원짜리 물건도 무료 배송이 된다는 광고는 쇼핑몰에서 무엇이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말부터 온갖 매체가 전염병이라도 경고하듯 중국발 알리, 테무의 시장 진출을 보도해 왔습니다. 한국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후위로 밀려나고 소상공인들이 잠식돼 말 그대로 ‘공습’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준 전체 이커머스 앱 사용자 순위에서 알리는 쿠팡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겨우 지난해 7월에 등장한 테무 역시 G마켓을 제치고 4위에 올랐습니다. 3위인 11번가 역시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알리의 국내 가입자는 496만명, 테무는 328만명에 이릅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월간 순 사용자(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 앱 역시 테무와 알리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죠. 특히 테무의 성장은 무섭습니다. 설립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아마존마저 뛰어넘겠다는 목표가 빈말이 아닌 듯합니다. 테무는 미국 온라인 광고에만 4조원을 썼다고 하죠. 아직 미국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아마존의 점유율을 조금씩 차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언론 매체들은 마치 침략이라도 당하듯 연일 국내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중국산 쇼핑몰에 ‘잠식’되고 있다고 보도합니다(자료=와이즈앱)

아직은 조잡한 물건이 대다수지만, 소비자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저렴한 가격의 비결은 첫째, 유통에 있습니다. 중국 현지 생산 업체와 전 세계의 소비자를 직접 연결한 뒤 제품을 대량 생산, 유통 과정 없이 배송합니다. 제조사와 운송사,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도매처와 소매처를 제거한 것이죠.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에서는 이 소매처 즉, 판매처가 생략되는 것이 일반이긴 하나 알리와 테무는 이 중간 판매자조차 거치지 않습니다. 제조사에서 운송을 거쳐 소비자로 바로 이어집니다. 중간 수수료가 없으니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유통사인 쿠팡과 같은 회사가 미리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매입해 놓거나 PB제품을 만들며 직접 제조사의 역할까지 합니다. 그래서 중간 판매처가 사라진 만큼의 저렴함이 쿠팡 제품들에 있느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른 판매자보다 약간만 싸게 팔아도 가격 경쟁력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수익은 그만큼 더 늘어날 테고요. 그런데 알리와 테무는 다릅니다. 도매, 소매처를 생략한 비용을 가격 절감에 공격적으로 적용합니다. 또 대량 생산 수준도 우리와 비할 바가 아니죠. 그러니 같은 물건도 가격이 국내 쇼핑몰보다 4배에서 10배까지 차이 나는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쿠팡은 2023년 4분기 기준 이용자가 2100만명에 이르렀습니다. 전 국민 70%가 ‘쿠세권’이 됐다고 하죠. 온라인 쇼핑을 하는 대다수의 국민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는 성장할 곳이 없습니다. 쿠팡이 못해서가 아니라 한국 시장 내에서는 이것이 한계인 겁니다. 그래서 뉴욕에서 상장을 하는 등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죠. 알리와 테무는 어떨까요? 먼저 지리적으로 중국에 한국보다 가까운 국가는 없고 운송만 잘 해결한다면 인프라가 출중한 한국 시장 보다 매력적인 곳은 없습니다. 실제로 알리는 한국 전용 물류 노선을 개설해 기존 한 달 이상 걸리던 배송 기간을 3~5일로 크게 단축했고 2023년 6월에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산둥성 웨이하이와 옌타이에 있는 한국행 전용 물류센터를 3만 평 규모로 확대했습니다. 또 전국 물류망을 가지고 있는 CJ대한통운과 손잡아 통관된 물품을 국내에서도 빠르게 배송하고 있죠. 테무도 한진을 통해 이와 비슷한 활로를 찾았습니다.

물류 센터의 위상을 알릴 땐 보통 축구장 몇 개 만한 건물 운운하며 그 크기를 이야기하지만 지난 해 준공한 쿠팡의 대구 풀필먼트센터의 장점은 사진에 보이는 ‘소팅봇’과 ‘무인 지게차’ 등 최첨단 자동화 기술에 있습니다(자료=쿠팡)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한국 시장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일 뿐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테무는 미국에서 아마존을 이기겠다고 합니다. 전 세계 시장 중에 한국 시장은 일부일 뿐인 것이죠. 알리와 테무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댓글을 본 적이 있나요? 댓글을 다는 소비자의 국적이 얼마나 다양한지 확인하셨을 겁니다.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운송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물류업계의 공룡인 카이니아오(Cainiao)는 기업가치가 쿠팡의 10배에 달합니다. 알리는 이들과 제휴하기로 했죠. 쿠팡이 국내에서 그랬던 것처럼 알리와 테무는 이제 곳곳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수월해졌습니다. 

이 상황이 과연, 국내 기업들이 밥그릇 뺏길 우려만 하고 있을 상황일까요? 글쎄요, 해안가에 물이 급격하게 빠지고 동물들이 황급히 도망치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해일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지 못하는 카테고리의 제품도 있고, 훌륭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도 있습니다. 가짜 제품이나 물류 사고 등 중국산 쇼핑몰의 문제점과 새벽 배송 등 국내 이커머스가 가진 장점도 여전히 존재하죠. 그럼에도 알리와 테무의 저 약진을 보면 그러한 단점들은 곧 개선되고 극복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아마존알리쿠팡에서 파는 똑같은 물건

알리와 테무의 국내 성장 배경에는 코로나 전후로 ‘직구(직접 구매)’의 장점에 눈을 뜬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점도 있습니다. 국내 쇼핑몰에서도 직구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진행됐습니다. 11번가나 G마켓은 해당 쇼핑몰을 통한 직구의 신뢰성과 배송 장점 등을 어필했죠. 쿠팡은 더 공격적이었습니다. 일찌감치 미국과 중국 등에 풀필먼트 센터를 마련하고 배송 테스트를 거치며 직구 수요에 대응해 왔습니다. 쿠팡은 미국과 중국의 로켓직구 배송기간을 2~3일로 유지하며 현지 물류센터를 공항 인근에 마련해 배송일을 앞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직구의 보편화에 대응한 것은 국내 유통사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아마존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쇼핑몰에서 배송사의 시스템이 고도화되는 것과 함께 글로벌 소비자에 대응하는 인터페이스와 편의가 급격하게 개선됐습니다.

직구의 보편화에 대응한 건 국내 유통사만은 아니었죠.

지난해 중순 미국 아마존에서 캠핑용 나이프를 하나 고르고 있던 저는 이와 비슷한 제품을 일본 아마존에서도 찾아보았고 이어 알리에서도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비싼 물건도 아니었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미국 아마존과 일본 아마존, 그리고 알리와 마지막으로 네이버 쇼핑에서 발견한 각각 거의 흡사한 나이프를 동시에 구매해 봤습니다. 당연히 네이버 쇼핑을 통해 발견한 스마트스토어에서 배송된 물건이 가장 빠른 이틀 만에 도착했고, 일본 아마존에서 구매한 제품은 5일 만에, 알리는 7일 그리고 미국 아마존에서 주문한 제품은 14일 만에 배송되었습니다. 

알리에서 주문한 제품은 상품 설명이 그럴싸하게 적혀 있었지만 특정 브랜드의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제조사 제품이 그대로 포장되어 왔을 확률이 높았죠. 일본 아마존 제품에는 A라는 브랜드 라벨이 붙었고 상품 설명에서도 브랜드의 장점이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미국 아마존 제품에는 B라는 브랜드 라벨이 붙어 있었고 상품 설명에는 장인이 직접 가공한 제품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한국 쇼핑몰의 경우 알리에서 본 상품 설명과 똑같은 이미지들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한글 번역만 되어 있었을 뿐이죠. 이들은 나이프 제조 브랜드가 아닌 판매자의 브랜딩 즉, 믿을 수 있고 배송이 빠른 판매자임을 어필했습니다. 이미지 상으로만 봐도 알리와 한국 스마트스토어의 제품은 같은 제품일 것이라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알리는 5일 내 무료배송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중국 직구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자료=알리익스프레스)

제품들이 모두 배송된 후에 4개 나이프의 외관과 절삭력 등의 성능을 비교해 봤습니다. 예상했겠지만 4개의 나이프는 정확히 같은 제품이었죠. 미국과 일본에서 온 제품들은 손잡이가 미세하게 달랐고 칼집에 브랜드 라벨이 다르게 찍혀 있었지만 같은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 가격은 환산하면 네이버 쇼핑 6만5000원, 아마존 일본 7만원, 아마존 미국 11만원 그리고 알리 4700원이었습니다. 각각의 플랫폼에서 최저가는 아니었지만, 최저가와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 가격이었죠.

알리는 제조사 판매로 물건만 찍어 낸 제품, 즉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아마도 중국에서 제품을 가져다 브랜드 라벨을 찍어 제품을 판매했고요. 한국 쇼핑몰에서는 쇼핑몰 판매자의 장점을 어필(그것 역시 브랜딩이라 할 수는 있겠습니다)한 뒤 번역기를 돌려 상품 페이지를 한글로 제작해 판매했죠. 한국 배송 제품은 일본과 미국처럼 제품 자체에 브랜딩이 되어 있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알리에서 배송된 제품과 완벽히 똑같았습니다. 아, 배송 박스 안에 판매자의 짧은 인사말이 적힌 작은 쪽지와 함께 사은품이라며 작은 카라비너 하나가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브랜드 라벨을 붙인다고 달라질까?

직업적 호기심에 구매해 본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브랜드가 중요한 제품이 아니라면, 예컨대 에르메스 명품 같은 게 아니라면 애초에 중국산 제품과 경쟁이 가능한 걸까? 미국과 일본 아마존의 A, B 브랜드는 각각 브랜딩을 하기 위한 비용이 책정된 가격이니 이를 감안해야 한다? 한국에서 배송 사고 없이 빠르게 배송되는 장점을 가격에 매길 수도 있다? 각자 드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가격 경쟁을 네이버 쇼핑 안에서 국내 유통 판매자들끼리 하고 있던 겁니다.

먼저 국내를 살펴 볼까요.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 중인 나이프 제품의 가격은 대동소이했습니다. 대부분의 쇼핑몰은 알리에서 본 상품 설명 페이지를 그대로 도용하여 번역해 놓은 페이지였습니다. 스토어별 가격 차이는 몇 백원 내였습니다. 간혹 상품 페이지에 직접 촬영한 사진과 부연 설명을 추가한 스토어도 있었는데요. 이 스토어는 상대적으로 1000~2000원 더 비쌌습니다. 그러나 역시 상품 리뷰를 확인해 보면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알리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동일한 제품이었고요. 말하자면, 가격 경쟁을 네이버 쇼핑 안에서 국내 유통 판매자들끼리 하고 있던 겁니다. 다가올, 아니 이미 다가온 재앙에 준비되어 있지 않은 스마트스토어가 하나의 제품만으로도 몇십 페이지에 걸쳐 검색될 만큼 많았던 거죠.

물론 직구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이런 형태로 많은 수익을 냈던 스토어들은 그 자체로 판매자 브랜딩을 강화해 나름 경쟁력 있는, 어엿한 브랜드가 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유통 판매자의 브랜드를 강화하더라도 이와 같은 판매 방식이 계속 성공할 확률은 낮습니다. 설사 배송 기간이나 신뢰도라는 장점을 등에 업더라도, 제품 자체가 똑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는 설사 불량 제품이 올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격이 훨씬 저렴한 중국 직구를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음,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된 제품을 보죠. 이 두 제품은 브랜드 라벨을(칼 자체는 아니고) 칼집에 찍어냈습니다. 상품 페이지를 보면 한쪽은 나이프 브랜드의 신뢰를, 다른 한쪽은 장인의 손길을 피력했죠. 라벨을 넣고 마케팅을 다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제품에서 해당 브랜드의 가치와 기술력이 적용된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같은 제품을 다른 브랜드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죠. 즉, 두 개의 제품은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브랜딩이 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위상을 구축한 브랜드는 제품의 차별화를 간과하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한국 고객들에게 싸고 질이 떨어지는 제품이 가득한 쇼핑몰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와 테무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대의 해당 쇼핑몰 진입은 가속화되고 있죠. 사진은 알리에서 5만원으로 구매한 옷과 구두로 패션쇼를 하고 있는 모습(자료=연합뉴스)

브랜드라는 것을 단지 제품 품질로만 책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 아마존에서 구매한 제품의 브랜드가 만약 아웃도어 나이프 업계에서 높은 인지도와 신뢰를 쌓아 온 브랜드라면 소위 그 브랜드 값에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도 수긍할 만합니다. 무언가를 구매할 때는 물건과 함께 브랜드의 위상도 함께 사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대개 그러한 위상을 구축한 브랜드는 제품의 차별화를 간과하지 않습니다. 즉, 미국과 일본 아마존에서 구매한 제품은 브랜드의 장점과 제품의 장점 두 부분 모두에서 브랜드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죠. 소비자가 제품의 장점과 브랜드의 위상을 보는 눈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리뷰가 많이 달렸다고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멋지게 포장한다고 구매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싸기만 하면 끝나는 게임인 건가?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쇼핑몰들이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일단 유통 과정에서 한 단계 더 거치는 것만으로도 가격 경쟁은 어불성설이죠. 국내 기관의 인증이나 상품 페이지 번역 등의 마케팅조차 다 비용입니다. 국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행정적 호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에서 무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만 600원짜리 물건에 관세를 적용하는 행정 비용은 과연 얼마나 들게 될까요?

고관여제품과 같이 고가의 제품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제품에 속하는 TV조차도 벌써 중국을 통해 바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냉장고나 전기자동차도 이 항목에 들어오지 않을까요? 안타깝지만 일련의 공산품은 이 벽을 뛰어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알리와 테무에서 팔기 부적합한 것은 없을까요? 일단 그곳에서 판매되지 않거나, 상품은 있으나 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품들을 떠올려 보죠. 겨울철 딸기나 봄 쑥을 알리와 테무에서 파나요? 키엘의 수분크림이나 에스티로더의 갈색병은 알리와 테무에서 팔지도 않지만 설령 팔더라도 구매하기 꺼려합니다. 그러니까 신선 식품처럼 유통 과정이 아무리 줄어 들어도 해외 직구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제품들이 있고, 생필품이나 브랜드의 성능이 검증된 제품처럼 위조나 안정 상의 문제로 판매자가 더없이 중요한 제품들도 있죠.

구분할 수 없는 것을 판매하는 것을 브랜드라 부르기 어렵고, 구분할 수 없는 것을 브랜드라 신뢰하지 않습니다.

즉, 공산품 중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브랜드력이 높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력이 높더라도 결국 모든 제품은 중국에서 제조되는 것이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제조사에 물건을 받아 포장만 차별화하여 파는 것은 브랜딩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아마존에서 산 그 나이프들이 브랜딩이 되지 않은 대표적인 케이스죠. 해당 브랜드들은 본인들이 로고도 있고 그 로고를 패키지에도 붙였으니 브랜드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브랜드라는 것은 애당초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구분할 수 없는 것을 판매하는 것을 브랜드라고 부르기 어렵고, 구분할 수 없는 것을 브랜드라 신뢰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물건을 직접 제조하지 않더라도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한 끗의 기술, 한 끗의 디자인이 가미되더라도 그것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결착되어 있고 소비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한 끗의 차이를 제공한다면 그 제품은 가치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1000원에 파는 물건을 들여와 1200원으로 가격 경쟁을 할 게 아니라, 중국에서 1000원에 파는 물건을 들여와 가치를 부여해 2000원에 팔아야 하는 것이죠. 그것은 당연히 국내에서 1200원에 파는 물건보다 800원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 하고요. 중국에서 1000원에 파는 것보다 1000원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 가치를 만들어 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일컬어 브랜딩이라고 합니다. 그저 로고를 붙이는 게 아니라요.

유튜브의 번역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그에 따라 알고리즘이 변경된다면 국내 유튜버들끼리 경쟁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집니다. “한국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따로 있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죠. 유튜브 조회에 있어 문화적인 갭은 여전히 존재할 테니까요. 그런데 BTS가 전 세계를 휩쓸 때는 당연하게 여겼으면서 해외의 문화나 콘텐츠를 지금의 세대가 국경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인가요? 알리와 테무는 기술과 자본을 이용해 본인들의 수요를 차곡차곡 그리고 치밀하게 점령해나가고 있습니다. 공산품을 파는 거라면 그것이 중국에서 제조된 물건일지라도 차별화할 방법은 있습니다. 가치를 부여하여 브랜딩을 한다면, 다시 말해 가치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높은 가격을 매겨도 소비자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알리와 테무에 저급한 물건이 잔뜩 쌓여있는 지금이 가치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자료출처 : 알리·테무에서 산 제품을 브랜딩하는 방법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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