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뮤다 토스터가 100만대 팔린 이유: 창업가 테라오 겐 이야기

domaelist.com / 2023-01-16

레드오션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만드는 회사


'발뮤다(Balmuda)'라는 브랜드를 알고 계신가요? '소형 가전 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예쁘고 심플한 디자인의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제품 디자인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테라오 겐(寺尾玄)이라는 인물이 세운 작은 회사가 가전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발뮤다가 가전제품을 출시하면 일본의 다른 가전 제조사들이 일제히 발뮤다와 경쟁하기 위해 고품질·고가격의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발뮤다가 가전 제품군의 프리미엄화를 주도한 것이죠.  

 

발뮤다의 대표적인 인기 제품은 토스터입니다. 발뮤다가 토스터를 출시하기 전 토스터 시장에서는 비슷비슷한 품질과 가격대의 제품들이 경쟁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발뮤다가 기존의 토스터로는 느낄 수 없었던 식빵의 맛을 구현하며 한 차원 다른 경험을 제공하자, 이 토스터는 3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발뮤다 더 토스터 스팀테크놀로지 원리를 설명하는 영상 ©Balmuda Korea

발뮤다는 기존의 토스터가 작동하는 원리를 벗어나 새로운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물을 이용해 수증기를 만들어 식빵의 촉촉함을 살리는 토스터를 개발한 것이지요. 이후 타사의 가전 제조사들은 일제히 고급 토스터를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발뮤다는 혁신이 없을 것 같은 가전제품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기존 가전제품의 제조 원리를 거부하고 여태까지 없던 새로운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어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2003년 창업 당시 매출 600만 엔(한화 약 6000만 원)이었던 발뮤다는 18년이 지난 2020년 12월 매출 126억 엔 (한화 약 1260억 원)으로 2000배의 성장을 이루며 일본 주식 시장에 상장하게 됩니다.

자연 바람을 재현하는 선풍기로 발뮤다 브랜드를 알리다

발뮤다는 테라오 겐이 혼자서 창업한 작은 회사입니다. 제품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는 테라오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작은 금속 공장들을 무작정 찾아다니며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합니다. 하지만 10년간의 락 뮤지션 생활을 접고 파칭코에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던, 노란 염색 머리에 추리닝 차림의 청년에게 흔쾌히 문을 열어 준 공장은 없었습니다. 

 

결국 수십 군데를 찾아다닌 후 만난 한 금속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독학으로 물건 만드는 법을 배웁니다. 1년 반 뒤 그는 노트북 냉각 스탠드, LED 데스크 라이트 등을 만들며 발뮤다를 혼자서 창업했고, 그가 만든 물건이 조금씩 팔리기 시작합니다. 결코 큰 금액의 매출은 아니었으며 3명의 직원이 월급을 받아 갈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2007년 세계적 금융위기였던 리먼 쇼크(Lehman Shock)가 터지면서 이 작은 회사는 망하기 직전에 이릅니다. 

어차피 망할 것, 쓰러질 거면 내가 진짜 만들고 싶은 물건을 만들어보자.*

*출처: 일본의 경영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캄브리아 궁전>, 아래 출처를 따로 밝히지 않은 인용은 모두 <캄브리아 궁전>에서 가져왔습니다. 

 

테라오는 예전부터 어릴 적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얼굴에 맞았던 자연의 바람을 재현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습니다. 기존의 선풍기 바람은 오래 쐬면 항상 피곤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원래 선풍기 바람은 오래 쐬면 피곤한 거야'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테라오는 여기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왜 선풍기 바람은 오래 쐬면 피곤해야만 할까?

테라오는 유체역학 책을 사서 혼자서 연구하며 선풍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두 가지 바람을 섞어 빠른 바람과 느린 바람을 동시에 만들어 내면 자연과 비슷한 바람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냅니다. 기존의 선풍기와 다르게 날개를 두 개로 만들어 오래 쐬어도 피곤해지지 않는 선풍기인 '그린팬(GreenFan)'을 출시한 것이죠.  

자연 바람을 재현한 발뮤다의 그린팬 선풍기 ©BALMUDA Inc.

일반 선풍기의 10배 가격인 3만 6000엔(한화 약 36만 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린팬은 발뮤다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존 사용자들이 느꼈던 고충, 모두가 어쩔 수 없다고 여겼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사람들이 30만 원짜리 선풍기는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저는 '그게 정말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선풍기가 30만 원인데 사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 살 거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여름의 시원함이 30만 원입니다'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질 것입니다.

세상의 상식에 물음표를 던지며 만든 그린팬의 성공으로 인해 2009년 4500만 엔(한화 약 4억 5000만 원)이었던 발뮤다의 매출은 2014년 30억 엔(한화 약 300억 원)으로, 5년 만에 60배의 성장을 합니다.

숯불에 구워 먹던 토스트의 맛을 구현하다

그린팬은 생각보다 많이 팔렸지만 계절을 타는 가전이라는 한계로 인해 재고가 많이 쌓였습니다. 테라오는 창고에 가득 쌓인 몇억 엔 어치의 재고를 보면서 '물건을 판다'는 개념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몇만 원짜리의 캐릭터가 그려진 저렴한 시계도 기능은 같은데 왜 사람들은 수백 혹은 수천만 원짜리의 비싼 시계를 갖고 싶어 할까요. 테라오는 고민 끝에 이런 생각에 도달했지요. 

사람들은 물건을 가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순간의 체험·경험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닐까?

이때부터 테라오는 제품보다 고객의 체험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주방가전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면서 발뮤다가 가장 먼저 선택한 제품은 토스터입니다. 아침에 밥이 아닌 식빵을 먹는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토스터는 매일 사용됩니다. 하지만 전기밥솥에 비해 진화가 없었던 제품군이지요. 테라오는 먹는 순간 감탄이 나오는 식빵을 구워내는 토스터를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왜 토스터로 구운 식빵 맛은 거기서 거기일까? 사내 직원들과 바비큐를 하면서 숯불에 구워 먹었던 토스트의 맛이 잊히지 않는데 그 맛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맛있는 식빵을 굽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온도를 아무리 세세하게 제어해도 촉촉함과 바삭바삭함의 밸런스가 절묘하게 잡힌 토스트가 구워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기술 담당자는 약 5000장의 토스트를 구워 먹었다고 할 정도로 끊임없는 실험을 이어갔지만 발뮤다가 원하는 수준의 맛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빵을 다시 숯불에 구웠는데도 그 맛이 재현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회사에서 바비큐를 한 날에 비가 많이 왔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냅니다. 공기 중의 습기가 빵을 맛있게 만들었다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위해 실험한 결과 원하던 식빵 맛을 구현하게 되었죠.  

 

발뮤다 토스터는 다른 제품들과 다르게 급수구에 5cc의 물을 넣어 내부에 스팀을 만들어 빵 표면에 수분막을 형성합니다. 식빵의 안의 수분을 촉촉하게 유지하면서 겉은 바삭한 식빵을 만드는 비법은 바로 5cc의 물입니다. 공기 중의 습기가 빵 맛을 좌우한다는 가설이 맞았던 것이죠. 

 

2015년 발매된 '발뮤다 더 토스터(BALMUDA The Toaster)'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죽은 빵도 되살리는 토스터'라는 입소문을 타고 약 30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2020년 5월 기준 판매대수 100만 대를 기록한 대히트 상품이 되었습니다. 

죽은 빵도 되살리는 발뮤다 토스터 ©BALMUDA Inc.

디자인도, 소리도, 빵을 굽는 정도를 제어하는 것도 모두 고객이 빵을 입에 넣는 순간을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즉, 체험을 위해 만든 물건입니다. 우리는 상품을 사용할 때 일어나는 감정을 팝니다. 우리는 토스터가 아니라 토스트를 먹는 순간의 기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토스터가 대히트를 친 후 발뮤다는 개발 대상 주방 가전 제품군을 전기밥솥, 레인지, 주전자 등으로 확장합니다.

  

전기 주전자인 '발뮤다 더팟(BALMUDA The Pot)'은 핸드드립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가 되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보통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 때는 물을 끓인 후에 핸드 드립 전용 주전자로 다시 물을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발뮤다의 주전자는 주둥이가 길고 좁아 핸드 드립 커피에 적합한 물줄기로 조절해 물을 따르는 것이 가능하지요. 주전자의 가장 기본 기능인 물을 따르는 순간의 체험에 집중한 제품입니다. 

핸드 드립 전용 발뮤다 전기 주전자 ©BALMUDA Inc.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판매 중인 발뮤다의 전기밥솥은 '왜 옛날 부엌에서 가마솥으로 지은 밥이 더 맛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상품입니다. 발뮤다가 생각한 해결책은 기존의 전기밥솥을 만드는 방식과 전혀 다릅니다. 밥을 짓는 솥을 2개 만들어 밖의 가마와 안의 가마 사이에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물을 부어서 물에서 발생한 증기가 전달되어 그 열로 밥을 짓도록 설계되었지요. 

두 개의 솥 사이 공간의 열로 밥을 짓는 발뮤다 밥솥 ©BALMUDA Inc.  

일반 전기밥솥은 밥을 지으면서 쌀알들이 서로 부딪혀 쌀에 작은 흠집이 생기지만 발뮤다의 원리로는 쌀에 흠집이 생기지 않아 훌륭한 밥맛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발뮤다 전기밥솥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가스불의 화력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해 에너지 효율도 높지요.  

 

발뮤다는 우리가 당연히 여겼던 고충들에 '왜 그래야만 할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해 제품을 만들어왔습니다. 왜 선풍기의 바람은 인공적이고 오래 쐬면 피곤할까, 왜 토스터에 구운 식빵의 맛은 거기서 거기일까. 왜 전기밥솥에 지은 밥은 가마솥에 지은 밥보다 맛이 없는 것일까.

 

그리고 '이 제품은 이러한 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의 공식은 잊고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상식을 넘어선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냈지요. 

발뮤다는 어떠한 철학으로 제품을 만드는가

제품이 아닌 제품 뒤의 사람을 생각합니다. 

테라오 겐 ©BALMUDA

발뮤다가 말하는 소비자의 경험은 소비자가 느끼는 기쁨입니다.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경험을 전달한다'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발뮤다는 이러한 '경험'을 '소비자가 느끼는 기쁨'으로 정확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맛있게 구워진 빵을 먹었을 때의 기쁨, 여유로운 주말 아침에 직접 커피를 내리는 기쁨이 발뮤다가 말하는 경험입니다. 

 

발뮤다의 창업자 테라오 겐은 결국 전인류가 원하는 것은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경험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러한 경험 하나하나를 조금이라도 멋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제조업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사회공헌이라고 말합니다.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에서 하는 회식, 아들과 등산 후 배고픈 상태에서 들른 김밥집에서 먹는 김밥. 맛의 품질로 따지자면 미슐랭 레스토랑이 훨씬 좋겠지요. 하지만 어느 쪽을 체험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저는 후자를 선택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맛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기쁨'입니다. 맛있다, 아름답다, 기분 좋다와 같은 이러한 느낌이 기쁨으로까지 승화하지 않으면 고객의 마음에 남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기술력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발뮤다는 현재 자신들의 기술력이라는 틀 안에 제품을 가두지 않습니다. 재현하고 싶은 소비자의 경험을 설정하고 재현이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합니다. 제품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발뮤다는 회사의 인력 절반이 연구 인력입니다. 2020년 12월 상장으로 얻은 자금도 연구 인력 충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예쁜 디자인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발뮤다는 소비자의 경험을 구현할 '기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테라오 겐은 이코노미 조선과의 인터뷰 중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를 스마트한 디자인을 하는 회사로 많이 생각하는데, 오해다. 우리는 근성 있는 회사다. 용기와 열정이 있는 회사다. 디자인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뛰어넘어야 할 어려운 장벽들 앞에서 필요한 것은 열정과 용기다.

필요 없는 기능은 다 제거하고 필요한 기능과 디자인만 남깁니다. 

테라오는 제품을 디자인할 때 자신의 집에 두고 싶은 디자인인지를 항상 염두에 둔다고 합니다. 제품의 색상도 무채색을 주로 사용하여 불필요한 인상을 만들지 않고 소비자가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듭니다. 

빗자루를 연상시키는 심플한 디자인의 발뮤다 청소기 ©BALMUDA Inc.

가장 최근에 발매한 무선청소기는 발뮤다스러운 미니멀한 디자인의 제품인데요. 테라오는 청소기를 만들기로 한 이유 중 하나를 자신의 집에 두고 싶은 디자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거실에 보라색, 빨간색으로 알록달록한 제품(여러분 모두 생각나는 브랜드가 있으시죠?)을 두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며 심플한 디자인에 대한 집착을 드러냅니다. 

어딘가에 적어두고 싶은 테라오 겐의 한 마디

테라오 겐의 인생 스토리는 마치 한 편의 영화와 같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앞으로 문과를 지망하는지 이과를 지망하는지 적어 내는 날, 그는 돌연 학교를 자퇴합니다. 경영 다큐멘터리 '캄브리아 궁전'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건 절대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 가능성에 대한 배신이라고 느꼈습니다.

학교 자퇴 후 테라오는 10년간 그다지 인기가 없는 록 뮤지션 생활을 하면서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발뮤다를 창업합니다. 어린 시절 겪은 어머니의 죽음, 고교 자퇴 후 1년간의 여행, 녹록지 않은 뮤지션 생활 등, 평범하지 않은 시간들 때문일까요? 

 

인터뷰에서 그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제 마음을 울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1. 유한한 삶에 대한 자각

테라오는 이코노미 조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 인생도 유한하다는 것을 배웠다. 2000년쯤 살 수 있다면 매일 치열하게 보내지 않아도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몇십 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 힘을 내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삶을 살려니 매일이 너무 피곤하다.(웃음) 하지만 최고로 즐거운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이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지만 '나는 과연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태어난 이상 오늘 하루도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도요.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있죠, 여러분에게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는 무엇인가요? 

 

2. 최고의 날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

 

테라오는 닛케이 신문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면서도 한편으로 가장 성장한 시기를 다음과 같이 회상합니다.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이 있죠. 저에게는 회사를 도산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너무 싫었습니다. 쓰러질 바에야 앞으로 쓰러지자고 생각하고, 그때까지는 제품으로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선풍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자연의 바람을 재현하는 선풍기요. 그런데 날개를 개발하기 시작한 한 달 반 뒤에 제품이 완성되었어요. 저는 이건 절대 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돈을 마련하러 뛰어다녔어요, 그리고 다음 해인 2010년에 선풍기가 사업화되었습니다.
 

도산이 먼저냐 선풍기가 먼저냐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어요. 앞날이 불투명했죠. 하지만 1년간 전력 질주했어요. 내일이 보이지 않는 길을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 것이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인생 최고의 날들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진심을 다해, 전력을 다해 사는 체험을 하면서,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꼈어요.

회사가 내일 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뛰어다닌 그 순간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테라오는 분명 평범한 사람은 아닙니다. 
 

3. '불가능'에 대한 생각

저에게 있어 '나다움'이란 가진 자유를 다 쓰는 것입니다. 단순히 말하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 중에서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이 아닐까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원래 별 상관없어요.
 

앞뒤 생각 않고, 재지 않고 할 각오가 있으면 누구나 최소한 한 가지는 가능합니다. 제 인생은 그것의 반복이에요. 물론 못할 수도 있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못한 것도 많아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니 하지 않는다'는 일반 사람들의 사고방식입니다만, 저는 '불가능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이런 제 사고방식 때문에 발뮤다라는 회사가 있고 직원들이 저를 따라와 준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해보지도 않은 것을 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싫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 '그건 너무 무모해'라는 말을 되뇌며 틀에 박힌 사고를 하고 있는 저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린 말입니다. 테라오의 인터뷰를 보며 저는 항상 앞뒤를 생각하고, 너무 많이 재면서 살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 리더에게 필요한 조건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심신의 강함입니다. 몇 번이고 어려운 일을 당해도 그만두지 않으면서 단련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기업도 무너지지 않으니까 발전이 가능한 것입니다. 위기에 얼마나 강하냐가 중요합니다. 코로나로 환경이 열악해진 기업도 있지만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바보에 가까운 긍정성도 중요합니다.

몇 번이고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어서일까요? 테라오는 발뮤다에서 리더로서 자신의 역할 중 하나를 '사업을 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는데요. 많은 리더십 교본들이 리더의 역할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테라오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핵심을 말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를 존속시키는 거죠.

 

5. 가장 중요한 건, 사랑

2019년 3월 조선일보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인터뷰어(이하 생략):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아 힘들지 않았습니까.

테라오 겐(이하 생략): 결론적으로 제 삶이 학교에 다녔는지 안 다녔는지, 디자인을 전공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주지 않습니까. 디자인으로는 일본 가전회사 중 1등이라고 자부합니다.

 

​공부 말고 그럼 뭐가 중요하나요?

사랑!

 

디자인 사랑?

아뇨. 사람에 대한 사랑. 디자인을 하든 음악을 하든 모든 일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하니까요. 어쩌면 '연애'야 말로 '브랜딩'의 교본이라고 생각해요. 상대가 뭘 좋아할지,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행동하잖아요. 제품도 그렇게 만들면 성공하죠.


자료출처 : 발뮤다 토스터가 100만대 팔린 이유: 창업가 테라오 겐 이야기 - PUB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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