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영화관에 가지않는가?

domaelist.com / 2022-11-11





팬데믹이 벌어진 후, 우리들의 일상은 완전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스크를 낀 사람을 이상하게 보던 사람들은 이제 마스크 착용의무가 해제되었음에도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은연중에 불편해합니다. 개인소독기구를 챙기는 사람이 유별난 사람이었던 시기를 건너 지금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사람과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길었던 팬데믹이 어느정도 생활 전반에 익숙한 상황으로 자리매김하고, 백신접종, 예방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강도높은 조치들을 견뎌내며 우리들은 불편한 속에서도 누릴 수 있는 일상의 기준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카페와 술집 여러가지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들에 다시금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만 못해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걸 우리는 느낄 수 있지요.



그.러.나



유독 이 혹독한 시기를 지나온 업계 중 제대로 된 회복과 치유를 받지 못하고 있는 업계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관입니다.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고... 하는 표현이 데이트코스의 대명사였을 정도로 우리의 삶에서 영화관은 빼놓기 힘들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의 경쟁력은 바로 이런 관객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 말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영화와 영화관을 사랑했던 우리들은 왜 영화관을 가지 않게 된 것일까요?




팬데믹시대에 영화관의 구조적 약점




어두운 공간에 큰 벽 한쪽에선 영화가 나오고,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은 좌석에서 남녀는 팝콘과 음료를 나눠먹으며 이따금씩 서로의 손이 닿는 순간의 찌릿함과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 어깨를 서로 기대었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런 풍경... 너무 전형적이고 구닥다리장면이라 욕을 먹을지언정 머릿속에선 선명하게 플레이되는 장면일 것입니다. 네, 영화관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연애를 하는 사람, 시간이 남아서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빼곡히 좌석에 앉아서 추억을 쌓는 곳.

이런 풍경이 정겨운 장면에서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변질되는 팬데믹이란 상황을 우리는 직면했습니다. 영화관의 공간적 특성 상 절대 빛이 새어 들어와선 안되고, 외부소음과 차단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사운드 역시 오롯이 느낄 수 있는데 이젠 그런 공간에 있을 수 없게 된 것이죠.



영화관의 3중고




영화관은 영화티켓 만큼 음료와 스낵판매에서 많은 수익을 얻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그나마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음료와 스낵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수익이 거의 절멸을 논할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었고 영화관은 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소수인원에게 대형스크린을 보며 게임을 하거나 이벤트를 위한 대관을 추진하는 등 눈물겨운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팬데믹이 일어나기 수년 전부터 이미 OTT시장은 영화시장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멀티플렉스에서 보는 마블영화는 테마파크 체험이지 영화라고 볼 수 없다"라며 일침을 날린 이 시대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마저도 넷플릭스에 자신의 작품 '아이리쉬 맨'을 단독공개하는 상황이 오기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OTT시장은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이지만 팬데믹 이전에도 엄청난 성장추이를 보이던 것이 2019년부터 2~3년간 그야말로 폭발을 해버렸습니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디즈니, 아마존, 애플, HBO 등 초 거대기업의 OTT시장 참점으로 이어졌고, 국내에서도 왓챠, 티빙, 웨이브와 같은 플랫폼이 가파른 성장세를 타게 했습니다.



영화관 방문의 어려움과 OTT서비스의 활성화, 팬데믹상황의 장기화는 각 가정에 큰 디스플레이와 사운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전엔 큰 디스플레이, 빔 프로젝터, 사운드바, 서라운드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모되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가정에서도 조금만 더 욕심내면 가능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집 안에서 영상을 제법 그럴싸하게 볼 수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OTT서비스가 활성화 되면서 우리들은 궂이 영화관에 노력해서 예매하고 직접 가지 않아도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집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죠.



영화관 사업의 비셔스 싸이클




영화관 사업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팬데믹 상황에 고통받지 않은 이가 없다고 하지만 특히 저 업계는 해결방안이 멸망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을테니 더더욱 그러합니다. 영화업계는 OTT와 손잡고 기존에 만들던 컨텐츠와 앞으로 만들 컨텐츠를 공급하고 소비하며 적자를 줄이거나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도 추억의 영화를 재개봉 한다던지, 거장이 된 감독들의 특별전을 한다던지 하는 움직임으로 나름의 타개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버거운 상황을 다시 확인해야만 했죠.




결국 영화관은 관람료를 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관람료가 15,000원까지 올랐습니다. 지극히 사업적인 측면으로만 봤을 땐 어쩔 수 없고, 또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소비해야 하는 대중들에게 그들의 관람료 인상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영화관의 대체재가 자신의 집에 너무도 훌륭하게 마련되어 있고, 영화산업의 위기는 영화개봉의 편수과 영화 자체의 스팩타클함과 퀄리티를 줄일 수 밖에 없었기에 궂이 내 시간을 오고가기 불편한 영화관에 쏟지 않으려 하는 것이죠.



이런 추세라면 발명된 지 100년이 넘은 'Cinema'는 과거의 유산이 될 지도 모릅니다.




영화관은 이대로 무너질까?






1950년대에 영화관의 경쟁자는 연극과 라디오였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컬러 텔레비전과 자웅을 겨뤄야 했죠. 2000년대엔 DVD시장과 공생이면서도 경쟁을 해야만 하는 아이러니에 직면했고, 지금은 각 가정의 홈시어터 시스템과 스마트폰을 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나 많은 사람들은 아직 영화관이 살아남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영화관은 장사가 되지 않을수록 소형화, 고급화, 차별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거의 모든 업계가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영화관은 이제 영상관람만 판매해선 안될 겁니다. iMAX와 같은 압도적인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4DX, 사운드 특화관, 극 소수의 인원이 VIP대접을 받으며 관람하는 프리미엄 관까지 소비를 하러 오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동시에 팔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도 힘들면 영화관련 굿즈를 동시에 판매한다던지 영화출연자나 연출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한다던지... 방법은 여러가지겠네요.








이젠 유행이 지났지만 "어쩔티비?"라는 단어가 어린 친구들의 대화에 끊임없이 등장하다가 방송이나 매체에까지 전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 뜻을 잘 모르시더군요. "어쩌자고 이 티비나 보는 늙다리(다른 단어지만 순화해서 표현했습니다.)야."라는 이 말의 함의를 살펴보면 TV는 이미 어린 친구들에게 올드미디어라는 뜻이 될 겁니다. 하물며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영화관이라는 장소가 가진 매력은 아직 유효합니다. 그러나 메리트가 사라지는 중이라는 것 역시 팩트입니다. 팬데믹은 어찌 되었든 회복되고 있고, 영화산업에도 다시 자금이 투입되어 영화관에서 볼 맛이 나는 컨텐츠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영화관도 이에 발 맞춰 모처럼 다시 찾아온 관객들에게 좋은 경험과 기운을 전달해주는 곳으로 살아남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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