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한은행은 배달앱을 만들었을까?

domaelist.com / 2023-02-01


은행이 배달앱을 만든 ‘진짜’ 이유

 

 

 

 

2021년 12월, 금융권 최초로 신한은행이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이하 ‘배달앱’) 시장에 진출을 선언하며 자사 배달앱 ‘땡겨요’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다. 소비자들은 또 치킨게임이 시작되겠거니 예상했지만, 의외로 파격적인 운영 조건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가맹점의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는 전혀 받지 않고, 중개 수수료 또한 업계 최저 수준인 2%라고 한다. 아무리 봐도 손해만 남는 장사에 신한은행이 배달업계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배달앱들과 다른 한 끗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한 2021 신한 퓨처스랩 웰컴행사

 

 

사실 ‘땡겨요’는 맨땅에 헤딩하며 준비한 서비스는 아니다. 신한금융그룹은 매년 유망한 첨단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창업지원 사업인 ‘신한 퓨처스랩*’을 운영해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퓨처스랩 7기로 선정된 ‘미식의 시대’와 함께 배달앱을 준비했고, 인공지능 미식 큐레이터를 활용한 ‘땡겨요’를 출시할 수 있었다.

 

신한 퓨처스랩: 메타버스, 인공지능, 프롭테크, 클라우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ESG 등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신한금융그룹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땡겨요와 기존 배달앱들과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가맹점들을 단순히 카테고라이징하고, 광고와 별점, 후기 수로 점철되어 노출되는 기존 배달앱들과 다르게 사용자의 입맛 취향과 선호하는 매장 성향 등을 파악해 적절한 매장 리스트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최근 ‘땡겨요’의 핵심 사업 파트너인 ‘미식의 시대’는 개인화 큐레이션 기능 고도화를 위해 양질의 인공지능 개발자들을 대거 영입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의 본심은 무엇일까?

 

국내 배달앱 BIG 3의 중개/배달 수수료

 

 

신한은행은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우리 동네 배달앱’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시켰다. 민간 배달앱 수수료가 최대 10%대인 것과 비교하면 땡겨요는 2%로 5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일정 횟수 이상 주문한 사용자에게는 결제액의 일정 퍼센트를 차등 적립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미 포화시장(red ocean)인 배달 중개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신한은행의 본심은 무엇일까? 마치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신한은행은 중개 플랫폼으로 돈 벌 생각은 딱히 없어 보인다. 진짜 이유는 ‘비금융 데이터 확보’를 위함이다.

법인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매출 정보를 비교적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소상공인은 정확한 매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배달앱을 은행이 직접 운영하면 시간대별, 지역별 주문량과 매출 정보 등 유의미한 지표를 수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는 맞춤형 쿠폰, 리워드 지급 등으로 고객 서비스 역량을, 자영업자 대상으로 대안적 신용평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은행에서 자영업자에게 소상공인 대출을 심사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인의 경우, 자산과 신용도에 따라 대출한도와 이자율이 정해진다. 자산관리와 신용도는 개인의 일대기에 따라 꾸준히 형성되는 것이므로 단기간에 변동될 리스크는 크지 않다. 그러나 소상공인의 입장은 다르다. 외부적 환경 요인에 의해 수입 편차가 심한 자영업은 미래 예측 지표만 가지고 대출한도와 이자율을 산정할 수는 없다.

즉, 고객이 제출한 자료만 봐서는 이 데이터가 단순히 타이밍이 좋아서 수입이 반짝 높아진 것인지,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인지를 은행이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직접 배달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며 자영업자의 매출 데이터를 쌓아 해당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는지 등을 평가하여 대출한도와 이자율을 산정할 수 있다. 나아가 주춤하는 자영업자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 상품을 큐레이션할 수도 있다.

 

 

‘땡겨요’의 Next step은?

 

땡겨요 신한카드

 

 

땡겨요는 지속적인 출혈 경쟁과 금산분리법 규제 우려 속에서도 출시 8개월 동안 1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 1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1만 8000여 명에 그쳐 ‘실패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었지만, 5개월 만에 15만 7000여 명으로 MAU가 8.5배 급증하면서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지금을 배달 춘추전국시대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인구가 늘자 외식업 자영업자의 수도 코로나-19 이전 대비 대폭 상승했다. 그 말인 즉, 배달앱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는 사용자 비율도 상당히 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회사가 배달앱을 통해 수익을 당장 극대화할 수 있는 first step은 무엇이 있을까? 1차원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자사의 사업 역량을 사용해 신용/체크카드를 만드는 것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신한카드는 일찍이 ‘땡겨요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이렇게 자사의 카드를 자사 서비스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신한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 내에서 수익 회전을 발생시킬 수 있다. 게다가 기존 배민카드, 요기요 카드처럼 외부 B2B 제휴 형태가 아니기에 수수료를 독점할 수도 있다. 정말 대단하다.

다음으로 신한은행은 소상공인과 라이더를 대상으로 ‘선정산 금융 상품’도 준비 중이다. 기존 배달앱은 수수료를 정산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는데, 땡겨요는 15시 이후 주문은 익영업일 오전 7시에 입금해주어 자금 유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자영업자, 라이더에게 환영받고 있다.

이렇듯 아무런 이유 없이 세상에 생겨나는 서비스는 없다. 필자도 주거래 은행이 신한은행인데, 신한금융그룹이 뻔한 금융 상품 말고 비금융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그 아이디어에 감탄한다. 이렇게 소비자는 주거래 은행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락인 동기가 생기는 것이고, 카드사는 더욱 다양한 수익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그룹,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자료출처 : [기획자의 시선으로 본 세상] 왜 신한은행은 배달앱을 만들었을까? - 모비인사이드 MOBI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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