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왜 리빙 카테고리 성장의 기회를 하필 오프라인에서 찾고자 했던 걸까요? 많은 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이 카테고리 확장을 꾀할 때는 보통 전문관 오픈을 택하곤 합니다. 몰 내에서 별도로 분리된 영역을 만들어서, 새로운 브랜딩에 나서는 건데요. 특이하게도 29CM는 본진인 온라인은 그대로 놔둔 채,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에는 고객과 브랜드라는 양쪽에 있는 이해 관계자 모두를 설득시키기 위한 고심이 담겨 있었고요.
우선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 입장에선, 리빙 카테고리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일단 무게나 부피가 큰 것은 물론이고, 피팅이 가능한 의류와 달리 구매 전까지는 미리 잘 어울리는지 확인도 어렵습니다. 이처럼 안 그래도 충동 구매가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프리미엄 리빙의 경우 비싼 가격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더욱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그간 국내 리빙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온 건, 이케아 등 , 리빙 SPA 브랜드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물론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하긴 했지만, 고유의 색깔을 가진 브랜드라 보기엔 한계점들이 있었는데요. 패션 시장이 SPA 브랜드 중심에서 현재의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으로 이동했듯이, 리빙 시장도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선, 무언가 새로운 트리거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 TTRS가 필요했습니다. 이곳에서 고객은 상품을 만져보고, 자유롭게 이용해 보며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해 나갈 수 있습니다. 온라인보다 더 깊은 체험이 가능하기에, 심리적 장벽을 허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TTRS의 또 다른 특징은 당장의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직접 판매도 하지만, 전시 목적도 있는 공간이기에,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만약 더 알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QR코드로 29CM 온라인 몰로 이동하여 좋아요를 눌러두거나 연관된 콘텐츠를 찾아보면 되고요. 이처럼 자연스럽게 여러 브랜드들의 매력에 스며들 수 있도록 공간 경험이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면 리빙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입장은 어떠할까요? 이들 역시 진입 장벽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건 바로 온라인 채널 확장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상품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리빙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오프라인을 거점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온라인 채널 확장이 자신들이 추구해 온 가치를 저해하는 디브랜딩 요소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신기한 건, 이렇듯 완고했던 이들도 비교적 29CM에는 열려 있다는 점인데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가, 그들이 보유한 브랜드의 이야기와 헤리티지를 충분히 매력적으로 잘 전달하는 것과, 이를 바탕으로 더 켜져 가는 젊은 고객층에게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일을 함께 지속적으로 잘해나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었고, 이러한 점을 잘 어필하여 브랜드들과 협력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형렬, 29CM 라이프스타일실 실장)
실제로 이번 TTRS 오픈을 준비하면서, 29CM는 모든 상품들을 브랜드 직계약 혹은 직매입을 통해 가져왔습니다. 이는 29CM가 그간 쌓아온 브랜드 파트너십과, 큐레이션 역량을 통해 위와 같은 디브랜딩 리스크를 적절히 해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입점을 꺼리는 브랜드들이 있었는데요. 29CM는 TTRS라는 매장을 가지고 이들을 설득하였습니다. 우선 오프라인에 입점하고 고객 반응에 따라 온라인까지 확대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