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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부쉬 마케팅, '공식'을 누르는 '비공식'


얼마 전, 나이키에서 또 역사적인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풋볼버스(Footballverse)'란 광고를 공개했던 것이죠. '풋볼'과 '멀티버스'가 결합된 이 용어처럼 나이키는 멀티버스를 통해 과거의 레전드 선수들을 현재로 소환했습니다. 사실 레전드 선수들의 하나의 영상에서 등장시키는 것은 나이키의 시그니처 작품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번 광고에서 나이키는 단 한 번도 '월드컵'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나이키가 피파 월드컵의 공식 스폰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여기서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FIFA공식후원 스포츠브랜드는 아디다스입니다. 그럼에도 개막식 직전 축구와 월드컵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광고를 공개함으로써 교묘하게 월드컵 '공식' 스폰서와 같은 효과를 누렸고,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이라고 부릅니다.


지금부터 앰부시 마케팅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통해서 마케팅에 있어 타이밍과 순발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아보고 합니다.




앰부시 마케팅의 원조, 그리고 리벤지


1984년, LA올림픽이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LA올림픽 당시 필름 부문 공식스폰서는 일본기업인 후지필름이었는데, 미국의 코닥이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메인 스폰서쉽이 아니라는 이유로 넋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많은 양의 광고를 내보내고, 미국 욱상팀을 공식후원하며, 경기관람객에게 무료로 필름을 나눠주는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마치 공식 후원기업인 것 같은 느낌마저 자아내게 되었습니다. 결국 코닥이 후지필름에 비해 더 많은 광고 효과를 보게 되었는데, 이 사례를 앰부시 마케팅의 시초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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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곧 역풍을 맞았는데 당한 만큼 되갚아줘야겠다 결심한 후지필름에 의해 코닥이 당하게 됩니다. 다음에 열린 88년 서울올림픽에서 공식후원사로 코닥 선정 되었지만 후지필름은 앰부시마케팅의 선배님께 똑같은 방법으로 지난번의 앙갚음을 해주며 스포트라이트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청출어람이라 해야할 지 인과응보라 해야할 지.



카드게임 in 바르셀로나 92'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카드사가 맞붙었습니다. 공식파트너는 비자(Visa)카드였고, 이에 도전장을 던진 American Express(이하 아맥스)와의 마케팅 한 판 승부가 광고에서 벌어졌습니다. 의외로 도발은 공식파트너인 비자에서 먼저 했습니다. 올림픽 공식후원사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만든 광고에서 대놓고 "올림픽에선 아맥스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어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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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멕스에겐 가뜩이나 공식후원사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는데 저런 조롱을 국제적으로 들었으니 속이 쓰렸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악착같이 올림픽 주요게임 중계방송의 시작과 끝시간 광고를 사들여 'Fun & Games'캠페인을 펼칩니다. 그리고 광고 말미에 "바르셀로나에 방문할 땐 비자는 필요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넣게 되죠. 카드사 이름과 '외국인 입국허가'를 의미하는 단어를 중의적으로 사용해 제대로 한 방 먹여버렸습니다.




Be The Reds가 앰부시 마케팅이었어?


지금도 옷장 한 켠을 뒤져보면 나올법한 옷이 있습니다. 20년 전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주었던 새빨간 색에 하얀색 글씨가 적힌 '비 더 레즈'티셔트가 바로 그것이죠. 2002년 월드컵 공식후원 통신사는 KT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업계 1위였던 SKT가 이를 가만 두고 볼 순 없었을 텐데요. 그래서 월드컵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할만한 방법을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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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공식응원 서포터즈 '붉은악마'를 전국민화 시키자는 발상에 다다랐고, 앞서 이야기 한 '비 더 레즈'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비롯한 다양한 굿즈들을 제작해 배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윤도현밴드(현 YB)의 '오 필승 코리아'를 앞세운 광고를 찍으며 월드컵 열기에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고 그에 따른 홍보효과도 제대로 누리기도 했습니다.




리닝의 러닝, 독이 된 독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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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점화를 위한 최종주자로 나섰던 인물이 누군지 혹시 기억나시나요? 사람 이름이 기억나진 않아도 스타디움을 무협지 주인공처럼 허공답보하며 날아가 점화를 했던 것은 뇌리에 남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중국의 체조레전드인 그의 이름은 리닝입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동명의 스포츠브랜드가 중국에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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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브랜드 리닝은 이 기회를 중국을 넘어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탁구를 비롯한 중국이 우세한 종목에 스폰서쉽을 맺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던 그들은 그러나 브랜드로고는 나이키를, 슬로건은 아디다스를 베낀 카피캣이라는 비난을 국제적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면서 공식적인 항의를 받게 된 리닝은 꿈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이대론 안된다며 만든 Rule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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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는 위에 열거한 사건들을 겪으며 무척 난감했을 것입니다. 올림픽의 공식스폰서가 되기 위해 기업들이 IOC에 납부하는 금액이 1억달러(한화 1380억)에 달하는데, 앰부시 마케팅을 펼친 회사들이 홍보효과를 하이재킹 해버리고 돈 한 푼 내지 않고 홍보효과를 하이재킹해 대회 인기에 편승하려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IOC는 룰 40을 발표해 이런 문제를 억제하려 했습니다.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부터 폐막한 후까지 1달 정도 특정 인기 스포츠선수나 팀을 이용해 공식사가 아닌 회사의 직, 간접적인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그 것입니다. 아예 공식적인 인터뷰나 미팅에서 언급이나 브랜드로고 노출까지 막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이를 어기면 올림픽정신 위배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수상박탈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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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사례는 아니지만 최근에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공식후원사인 코카콜라의 음료가 아닌 다른 회사의 음료를 마셨다는 이유로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에 7만 스위스프랑(약 79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후 역시 FIFA가 주관하는 유로 2020에서 선수들이 공식후원사제품이 아닌 음료수병을 들고 나왔다가 로고를 잽싸게 가리는 일들도 일어났죠.



이게 마냥 터부시 되어야 할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마냥 얌체 짓으로만 봐야 할까요?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해 1억 달러까지 써야만 우리들은 광고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기업은 효율성을 따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앰부시 마케팅이 발전하고 확대되어 왔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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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피하는 과정에서의 재치 있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에게 스포츠에서 언더독이 탑독을 꺾고 승리하는 것과 같은 신선함과 통쾌함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공식스폰서 기업들 역시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인만큼 더욱 신선하고 소비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아이디어로 그들의 권리를 지키려 노력하는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크게 봅시다. 전반적인 스포츠 마케팅의 발전과 산업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초석이 바로 앰부시마케팅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