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동네의 한 작은 꽃집을 중심을 퍼졌던 '구구단 댄스 챌린지'는 올해 상반기 가장 뜨거웠던 밈 중 하나였습니다. 비틀즈뱅크 인스타그램 계정 기준으로, 업로드된 영상의 최고 조회 수가 무려 약 1,500만에 달하고요. 이외에도 수백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것도 수두룩합니다. 챌린지 참여자 면면도 화려한데요. 댄서 제이블랙을 비롯하여, 박문치, 유병재, 전태풍 같은 유명인들은 물론, 둘리, 벨리곰 같은 캐릭터들까지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인기 덕에 비틀즈뱅크 공식 계정의 팔로워 수는 10만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다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비틀즈뱅크 자체는 여전히 성수동에 위치한 작은 동네 꽃집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틀즈뱅크는 연이어 여러 유명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3월 무신사가 성수에서 진행한 식목일 기념 팝업 스토어에 참여한 바 있었고요. 이번에는 더현대 서울까지 진출했습니다. 말 그대로 국내에서 가장 핫한 팝업 성지에서 모두 선택받은 건데요. 이렇듯 놀라운 일이 가능했던 건, 비틀즈뱅크야 말로 가장 팝업스토어에 어울리는 파트너였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팝업보다 효과가 좋았던 건
팝업스토어가 브랜딩을 위한 필수적인 액션으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큰 화제를 모은 건 대부분 대형 브랜드들의 팝업이었는데요. 현재는 성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된 디올의 팝업 스토어나, 침대 없는 매장으로 유명했던 시몬스 팝업 스토어 등이 대표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파격적인 공간 기획과 달리 상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홍보되곤 했습니다. 과거부터 그랬듯이 기자들을 초청하여 먼저 소개하고, 보도 자료를 뿌리는 등의 과정을 거쳤던 겁니다.
반면에 비틀즈뱅크 팝업은 그 흔한 홍보 기사 하나가 안 나올 정도로, 주류 미디어에서는 철저하게 관심을 못 받았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는데요. 그 어떤 대형 브랜드와의 콜라보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먼저 뜬 곳답게, 이용자들이 알아보고 자발적으로 소문을 냈기 때문인데요. 실제 비틀즈뱅크와의 팝업을 알린 더현대 서울 공식 계정 게시물의 좋아요 수는 전후 기간 다른 브랜드 소식 대비 압도적이었습니다. 이케아 같은 대형 브랜드, 심지어 보이넥스트도어 같은 아이돌 관련 게시물과 비교해서도 더 열렬한 반응을 얻었는데요. 이렇듯 온라인에 최적화된 기획을 한 것만으로 더현대 서울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또한 더불어서, 이번 비틀즈뱅크 팝업은 꼭 오프라인으로 찾아와야만 하는 이유 역시 명확하게 제시해 주었는데요. 작은 꽃집이 유명해진 건, 댄스 챌린지 덕분이고, 이는 그 어떤 것보다 완벽한 체험 콘텐츠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현대 서울에선 방문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매장 내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음향이 나오는 장치를 매장 입구에 마련해 놓았고요. 심지어 5월 5일에는 플래시몹 댄스 챌린지까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더현대 서울은 댄스 챌린지를 일종의 체험 콘텐츠로 완벽히 활용해 내었고,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여기에 팝업 장인 더현대 서울 만의 디테일이 더해지면서 효과는 배가되었는데요. 팝업스토어 공간 연출을 할 때, 기존 비틀즈뱅크 성수 매장을 그대로 재현하여, 방문하는 이들이 마치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그 챌린지'에 참여한 기분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덕분에 더현대 서울 팝업을 배경으로 한 숏폼 영상들이 계속 재생산 및 바이럴 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와 같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온라인으로 다시 확장되며 더 큰 파급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완벽히 시즌 이슈에 적절하게 파고든 점도 칭찬할 만합니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같이 있는 5월은 1년 중 꽃 소비가 가장 많은 달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틀즈뱅크의 댄스 챌린지를 굳이 모르는 이들에게도, 이번 팝업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었는데요. 사실 챌린지 자체는 올해 2,3월에 히트했던 터라, 단순히 생각하면 타이밍이 늦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오히려 한 박자 느렸던 것이 더 신의 한 수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덕분에 더현대 서울은 5월에 정말 어울리는 팝업스토어 콘텐츠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는 식목일에 비틀즈뱅크와 협업한 무신사 역시 챙겼던 부분이었는데요. 이처럼 팝업스토어는 핫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연히 '방문한 고객이 물건을 사는 매장'인 만큼 시즌 이슈에 적합한 대상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리즘은 오프라인에서도 중요해집니다
이처럼 비틀즈뱅크 팝업 스토어는 온라인 파급력부터, 오프라인의 특별한 경험, 시의성까지 모두 챙긴 아주 훌륭한 기획이었습니다. 더욱이 작은 로컬 가게였기에,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소개한다는 리테일 본연의 역할에도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일이었고요.
그리고 꼭 팝업스토어 형태는 아닐지라도, 이렇게 알고리즘을 타고 바이럴 된 소재들을 활용하는 마케팅 기획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플랫폼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하나의 밈이 생겨나고요.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2차 콘텐츠가 생산되며 소비하는 방식이 틱톡 챌린지를 시작으로 대세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이는 이미 디지털 마케팅에서는 아주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었는데요. 최근 무신사가 태안여중 밴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차노을 군과 콜라보하여 영상을 제작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어차피 오프라인 역시 온라인 바이럴을 타야 홍보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건 동일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소셜 미디어에서 생산된 트렌드와 밈들, 더 나아가 서브 컬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TV 등 기존 전통 매체와 퍼포먼스 마케팅 매체가 모두 예전보다 효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도 더욱 그러하고요. 따라서 이번 더현대 서울의 비틀즈뱅크 팝업 기획처럼, 앞으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커머스 기업들은 이를 더 잘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