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나이키가 D2C 장인일 수밖에요
국대 경기만큼 눈에 들어왔던 건
지난주와 이번주,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첫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이 2차례 열렸는데요. 경기장 보드 광고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나이키의 앱 광고였는데요. '너만을 위한 나이키 앱, 나이키'라는 문구가 계속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2가지 의문점이 들었는데요. 나이키 앱이 원래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왜 나이키는 도대체 저 비싼 광고판에 앱 다운로드를 홍보하고 있을까였습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보니 나이키 앱은 지난 3월 17일에 국내에 공식 출시 되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그 이전에는 나이키 관련 앱은 운동 및 피트니스 관련된 것만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렇기에 국내에선 드로우 및 구매를 진행하려면 나이키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었습니다. 다만 해외에서는 앱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했고요. 편의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작년부터 많은 이들이 앱 출시를 기다려 왔다고 합니다. 나이키 역시 작년 4월부터 나이키코리아와 나이키 글로벌의 계정을 통합 운영하며 론칭을 준비해 왔고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나이키 공식 앱. 론칭 초기부터 나이키는 상당히 공격적인 홍보 전략을 펼쳤는데요. 나이키가 이처럼 앱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D2C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채널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나이키는 아마존 등 플랫폼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효율적으로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D2C로 판매 전략을 선회하고, 무엇보다 디지털 채널에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요. 이에 따라 직영 디지털 매출 비중은 2019 회계연도 4분기 말 9%에서 2023 회계연도 3분기 기준으로 27%까지 성장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앱을 비롯한 디지털 채널 운영 노하우도 쌓여왔고요. 한국에서도 드디어 그동안 모아 온 기를 사용할 때가 온 겁니다.
아니 이건 정말 적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출시 직후 나이키 앱이 받은 성적표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주 완벽했습니다. 모바일인덱스 INSIGHT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나이키 앱의 일평균 방문자 수는 불과 출시 1주일도 안돼서 최고 16만 명까지 치솟았고요. 이는 영원한 라이벌 아디다스는 물론이고, 주요 스포츠 브랜드 중 가장 디지털 전환에 앞서 있다던 뉴발란스 공식 앱 대비해서도 압도적인 실적이었습니다.
나이키는 역시 디지털 채널을 운영해 온 클래스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와 같이 엄청난 성과는 나이키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앱 탐색 경험을 세심하게 설계했을 뿐 아니라, 전사적인 마케팅을 통해 트래픽을 몰아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사실 자사몰이나 앱을 출시하는 브랜드는 보통 개발과 구축만 잘하면 끝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채널이 흥하려면 구매 경험이 매끄러워야 하는 건 당연하고, 고객이 낯섦을 감수하고도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나이키는 앱 출시 이전부터 앱 전용 상품을 별도로 준비하였고요. 관심 상품에 대한 단독 및 우선 구매 혜택, 이벤트 및 커뮤니티 활동 등 다양한 콘텐츠로 앱을 다채롭게 채워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리 잘 준비하더라도, 막상 고객이 모르면 찾아올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걸 아는 나이키는 고객들이 앱을 인지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액션도 병행하였습니다. 앞서 서두에 언급한 축구 경기장 홍보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고요. 3월 22일에는 534만 명이라는 막대한 친구 수를 보유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앱 다운 유도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날 바로 16만 명이라는 DAU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전환도 놓치지 않았는데요. 나이키 매장을 2곳 정도 방문을 해보았는데, 매장 곳곳에 홍보물과 태블릿을 설치하여 앱 출시 소식을 전하고 다운을 유도하였습니다. 상품에는 앱 마켓으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붙여 두었고요.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작용한 것이 앱 다운 시 발급되는 매장 전용 1만 원 쿠폰이었습니다. 계산대 앞에는 해당 이벤트 문구가 반드시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다운로드를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 아닙니까?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이러한 매장을 돌아보다 보니, 나이키의 저력이 정말 무섭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방문했던 매장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다 직영 매장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사불란하게 나이키가 지시하는 방향에 맞춰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매장 내 구현물뿐 아니라, 직원들도 앱 설치를 유도하도록 사전 교육받은 듯하여 더욱 놀라웠고요. 나이키가 여전히 매출의 상당 부분을 도매 채널이나 대리점에게 의지함에도 불구하고, D2C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이러한 통제력에서 오는 듯했습니다.
물론 나이키가 가진 한계도 동시에 보이긴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장 유용할 거라 예상하였던 재고 확인 기능은 아직은 온라인 몰과 직영점에서만 활용 가능하다 했고요. UI/UX도 로컬라이징이 조금 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는 아직도 백오피스 통합을 비롯하여 과제들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출시 이후 계속 올라가던 일 방문자 수 추이도 10만 명 초반대에서 정체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이키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지금처럼 꾸준히 신규 사용자가 유입된다면, 속도는 조금 느려지더라도 꾸준히 성장할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나이키는 수십만 명이 매일 방문하는 공식 앱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요. 이처럼 더 강력해진 고객 락인을 기반으로 또 어떤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지,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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