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선택일까 필수일까
경쟁은 선택일까 필수일까
경쟁은 멋스러운 일이 아니다. 선의의 경쟁 역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피해야 할 일이다. 내가 대학에서 경제학원론을 배울 때 역시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공급자의 이윤이 0으로 수렴할 때까지 경쟁이 멈추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때 이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지만 결국 비로소 내가 완전경쟁시장의 참여자가 되고서야 깨닫게 됐다.
그럼, 이 경쟁은 반드시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고 피할 수는 없을까?
경쟁은 선택이다.
경쟁은 선택이란 말에 절실히 공감한다. 그러니 경쟁은 피할 수 있다는 말이다. 6년 전, 오피노 창업 시 사업분야를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 교육, 컨설팅으로 시작했고 대행 서비스로는 '그로스 해킹'이라 불리는 일들로 시작했다. 이 시장은 작았고 규모가 있는 에이전시에서는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은 말 그대로 '틈새'시장이었다. 더욱이 데이터 관련 영역은 급격한 성장세를 맞이하기도 했고 마케팅 분야도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오피노는 단 한해도 적자 없이 성장했다.
그것은 9할이 '없이 시작한' 덕에 작게 운영된 태생적 운이었고 나머지는 무지에서 비롯된 무식한 행동주의 철학의 덕이었다. 틈새를 노리고자 한 것도 아니고 이 시장에 앞으로 커질 거란 기대도 없었다.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우린 경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경쟁 없는 성장은 지속되었다. 미디어와 그로스 해킹을 동시에 다루는 에이전시는 없었기에 고객이 우릴 찾는 이유는 명확했다.
그러나 경쟁은 우리의 선택이 달라지면서 시작되었다. 규모가 커지면서 고객사의 요구사항이 다양해지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서비스의 다각화가 필요해지면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비딩 초청의 수도 늘고(비딩은 경쟁의 끝판왕이다.) 큰 관점에서 고객이 오피노와 비교하는 다른 대행사의 수도 많아졌다.
그럼, 규모가 커졌으니 경쟁이 불가피한 걸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조직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명확히 하고 그 해결책을 고도화시키는 것에 무게를 더 두고 지속적으로 실행하면 우린 고객 마음속에 '다른' 플레이어로 남을 것이고 이는 경쟁을 회피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된다.
다만, 경쟁이 시작된 경영진은 고객보다 경쟁사의 활동에 더 주의를 뺏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잊지 말고 '고객'의 문제 해결을 뼛속까지 새겨 넣어야 이 지옥 같은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경쟁은 선택이다.
작은 시장부터, 압도적인 문제해결력이 관건이다.
입소문이 나길 바란다면 작은 시장에서 우선 이름을 알려야 한다. 그것이 비교적 큰 시장보다 쉽고 입소문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전제는 문제 해결의 방식이 이미 존재하는 대체제보다 압도적(10X)으로 좋아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이 '비교'를 하지 않게 된다. 경쟁은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마음속에 비교의 대상이 되니 경쟁이 되어지는 것이다. 비교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으면 경쟁도 일어나지 않는다. 심미적인 문제라면 무엇이 더 10X 좋을 것이냐는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겠으나 그런 사업의 영역이 아니라면 고객의 측정 가능한 구매결정우선순위에 맞는 역량을 가지는 것이 경쟁을 벗어나는 탁월한 방법이다.
작은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문제해결력은 곧 입소문으로 이어지고 이는 모든 기업이 바라는 규모의 경제로 이어지는 기회를 만든다. 규모의 경제가 달성된 기업은 가격 결정력을 획득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문제해결력으로 연결된다.
어느 자기 계발서에서 여러 분야를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 일부 동의하지만 한 영역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보단 못할 수 있다. 여러 분야를 10점 만점에 8점 정도 할 수 있다면 '쓰일' 수는 있다. 단, 이길 수는 없다. 각 분야마다 탁월한 경쟁자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즉, 경쟁은 내가 작은 혹은 명확한 시장에서 '고객의 문제 해결' 통해 회피할 수 있고 한 분야 혹은 고객 구매 결정 우선순위에 맞는 영역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경쟁 시장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떨쳐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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