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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마케팅,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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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붕’을 아시나요?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제철 생선’으로 불리는 붕어빵의 주가가 다시 치솟고 있는데요. ‘팥붕’과 함께, 이제는 엄연히 붕어빵계의 양대산맥으로 등극한 ‘슈붕’, 슈크림 붕어빵을 모르는 분들은 아마 없을 거예요.

지금은 슈크림 붕어빵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팥이 아닌 슈크림을 넣은 붕어빵은 이색 조합 레시피로 소개될 만큼 조금 낯설었죠. 물론 이후로 김치 붕어빵, 피자 붕어빵 등 수많은 이색 조합이 탄생하면서 슈크림 붕어빵은 아주 평범하고 클래식한 맛으로 여겨지게 됐지만요.

공공기관 마케팅도 그렇습니다. 얼핏 들으면 ‘공공기관’과 ‘마케팅’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공공성에 기초하여 ‘공익’을 추구하는 곳이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기관이나 단체를 뜻하기 때문에 시장 경제에 기반한 ‘마케팅’과는 어쩐지 거리가 멀어 보이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기관도 마케팅을 합니다.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요. 예전에 크게 화제가 됐던 충주시 홍보 유튜브 ‘홍보맨’이나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를 떠올리면 바로 이해가 되실 거예요.

공공기관에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

공공기관과 관련된 마케팅의 개념은 196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공공 마케팅이라고 하죠. 콘텐타에서는 이미 5년 전에 공공 마케팅의 필요성과 사례에 대해 국내편 / 해외편으로 나눠 소개한 바 있습니다.

공공 마케팅의 개념은 정부 마케팅(government marketing)에서 시작합니다. 마케팅 연구자인 필립 코틀러와 시드니 레비가 ‘마케팅 개념 범위 확장’ 이론을 통해 공공 마케팅의 가능성을 제시했죠. 시장 경제 속에서 이익 창출과 수익 확보를 위한 기업 단위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을 홍보하고 브랜딩함으로써 시민들의 의식을 개선하고 신뢰도를 끌어올리는데 마케팅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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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공공기관은 국민 혹은 시민의 권익을 위해 운영되는 기관이며, 국민/시민과의 소통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공익을 위한 정보를 전달하고, 국민/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필수적이죠.

물론 아무렇게나 마케팅을 집행할 수는 없죠. 자칫하면 ‘우리 세금으로 이런 걸 하고 있어?’라며 질타당하기 쉬운 곳이 공공기관이니까요. 국민/시민이라는 광범위한 타깃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소통하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더구나 요즘은 뉴미디어 시장이 확장되면서 등장한 소셜 미디어(SNS)가 공공 마케팅의 새롭고 강력한 무기로 떠올랐는데요.

그동안 공공기관 마케팅은 TV, 신문, 라디오, 잡지 등 소위 말하는 전통적인 4대 매체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고, 짧고 가벼운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공공기관들도 새로운 채널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그리고 숏폼까지 소화 가능한 유튜브 등이 대표적이죠.

성공적인 공공기관 마케팅 예시

앞에서 이야기했던 두 공공기관의 유튜브 콘텐츠를 먼저 살펴볼까요?

1.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

충주시 공식 유튜브 ‘충TV’

약 5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은 여러모로 강렬합니다. 2019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충주시 공식 유튜브, ‘충TV’는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유행하는 밈(Meme)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유머 코드를 살린 콘텐츠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부 부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충TV’의 존재는 차라리 파격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겁니다. 또한 ‘충TV’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김선태 주무관은 공무원임에도 ‘홍보맨’이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돼 2023 한국 PR대상 특별상 ‘라이징 스타(Rising Star) 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충TV’의 가치는 단순히 웃기고 재미있는 영상들을 만들어내는데 있지 않습니다. 인구 21만 명의 지방 소도시인 충주시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지금 우리 도시에 필요한 제도와 정책은 무엇인지, 다양한 어젠다를 트렌드에 접목시켜 ‘홍보’하고 있습니다.

샘 스미스의 ‘Unholy’를 황제성 분장으로 패러디해 충주댐 관련 환경 규제로 인해 피해받고 있는 충주시의 상황과 중부내륙특별법 제정 촉구를 알린 쇼츠 영상은 충주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죠.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낸 덕분일까요? 중부내륙특별법은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돼 연내 제정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공공기관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만하죠.

2. 한국관광공사 ‘Feel the Rhythm of KOREA’

한국관광공사 Imagine Your Korea 공식 계정 (@imagineyourkorea)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공공기관이 유튜브를 활용한 사례를 이야기할 때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함께 한 시즌 1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죠.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 산업이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을 무렵인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선보인 ‘Feel the Rhythm of KOREA’는 ‘공공기관의 관광 홍보 영상’에서 연상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재치 있게 비틀었습니다.

‘범 내려온다’를 필두로, 팝과 국악을 크로스오버한 이날치의 흥겨운 노래들에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독창적인 안무를 얹어 대한민국 거점도시인 부산, 전주, 안동, 목포, 강릉, 서울의 경관을 아름다운 화면에 담아낸 영상들은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계실 거예요.

‘한류 스타가 등장해 한국의 관광 명소를 소개한다’는 틀에 박힌 듯 뻔한 포맷에서 탈피해 도발적인 신선함을 던져준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은 두고 두고 회자될 만한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힐 겁니다. 특히 향후 유튜브를 활용한 공공기관의 캠페인 방향성에 큰 힌트를 줬다는 점에서 더더욱 말이죠.

‘공공기관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세요

위에서 살펴본 두 가지 사례에서 떠올릴 수 있는 공통점은 ‘고정관념의 탈피’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공기관은 ‘딱딱하다’, ‘보수적이다’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기관, 단체인 만큼 불가피하게 이런 이미지가 생길 수밖에 없죠. 국민 혹은 시민을 상대로 최대의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특성 역시 무시할 수 없고요.

하지만 국민들에게 박혀있는 ‘공공기관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아주 살짝만 비틀어도,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신선한 마케팅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똑같은 정책을 홍보하더라도, 기관 사업을 소개하더라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약간의 의외성을 더하면 메시지는 훨씬 부드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지금도 X(구 트위터)에서 맹활약 중인 국립산림과학원 계정(@nifos_news)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국립산림과학원 공식 계정(@nifos_news)

6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은 SNS 서비스인 X에 최적화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구 트위터의 기능이었던 스페이스(실시간 음성 채팅 서비스)에서 시작된 홍릉숲 소리 모임을 X의 최신 기능 커뮤니티에 접목시켜, 매일 아침 홍릉숲의 ASMR을 들려주는 ‘홍릉숲 소리 모임’이 대표적이죠. 숲을 가까이 하기 힘든 많은 이들에게 매일 아침 숲의 속삭임을 들려주며 ‘힐링’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국림산립과학원을 홍보하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탄생한 겁니다.

그렇다고 다 버리면 큰일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선을 넘지 않는 것’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곳들도 있습니다. X의 고양특례시청 공식 계정(@goyangcity), 그리고 양산시 공식 유튜브입니다.

고양특례시청은 공공기관 중에서도 SNS 활용에 앞장 선 편입니다. 한때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고양시의 ‘고양이’ 캐릭터를 바탕으로 구 트위터 등 SNS 상에서 친근하게 인터넷 유저들과 소통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죠. 지금까지도 여전히 X에서 홍보를 이어가고 있는 중인데요.

단순한 정책 홍보를 넘어 보다 편하게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SNS를 만들기 위해, 고양특례시청의 X지기는 ‘나도 직장인’ 콘셉트를 도입했습니다. 공식 계정지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워딩으로 트윗을 작성하거나, 고양특례시장의 트윗에 인용으로 의견을 다는 등 직장인으로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친근감’에 집중한 콘셉트였죠.

고양특례시청 공식 트위터(@goyangcity)

의도는 명확했고 시도는 도전적이었지만, 평가는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공무원도 직장인이구나’, ‘계정 뒤에 사람 있다’ 등 재미있고 공감 간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지만, ‘아무리 친근감 있는 콘셉트라고 해도 공식 계정에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 ‘공식이 선 넘는 거 아니냐’ 등의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했죠.

양산시 공식 유튜브

양산시는 10월 27일부터 11월 12일까지 개최한 2023 양산 국화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쇼츠 영상 하나를 선보였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축제 홍보 동영상과는 큰 차이가 있었죠. 소위 말하는 ‘무맥락’ 홍보였거든요. 국화의 ‘국’자도 보이지 않는 배경에서 영상 속 여성이 바위에서 뒤로 뛰어내리다 발을 삐끗하는데, 벗겨진 운동화 안에서 국화 한 송이를 발로 잡아 보여주는 게 끝입니다. “바로 오늘 10월 27일 양산 국화축제 개장”이라는 멘트 외에는 그 어떤 정보값도 없고요.

이 쇼츠 영상은 곧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뜬금없이 웃기네’, ‘무맥락이라 오히려 웃기다’ 등, 영상 자체가 신선하고 무해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느슨해진 충주시의 기강을 잡으러 양산시가 출동했다’는 평가도 있었죠. 하지만 호평 못지않게, ‘충주시 유튜브를 따라한 것 같다’, ‘웃기는데만 집중한 것 같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뒤따랐습니다.

공공 마케팅은 그 주체가 공공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기업과 비교하면 여러 가지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 혹은 시민이라는 매스 타깃을 대상으로,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채널을 활용하여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을 시도해야 한다는 건 공공 마케팅이 품고 있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공공기관이 공공 마케팅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위 사례들을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새롭고 창의적인 공공기관 마케팅을 통해 소통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싶다면 명심하세요. 공공기관 마케팅은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되, 선은 넘지 말아야 하는 밸런스 싸움이라는 걸요.



자료출처 : 공공기관 마케팅,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content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