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또 다른 나?
어느 순간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도 AI(인공지능)가 인간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해주는 세상이 되었다.
이른바 인공지능 기술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부상한 것이다.
이제 AI는 구글의 나우나 애플의 시리와 같은 개인 비서영역에서부터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지/판단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또한 언론, 교통, 물류, 안전, 환경 등 각종 분야에 기술이 빠르게 접목·확산되면서 인간중심 가치 산업 및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 갈 부가가치 창출의 새로운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러한 경제적·사회적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대체, 통제 불능문제 등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기술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하여 이미 우리의 주변에서 편리한 도움을 주고 있다.
얼마전 방문 한 식당에서 테이블 위의 키오스크에서 돈까스를 주문했더니 음식배달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세상을 경험했다. 물론 다른 종업원도 간간이 있었지만 일자리가 대체되는 장면이었다. 로봇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받아들때 약간의 긴장(?)감은 있었으나 맛은 인간 주방장이 만들어 변함없이 맛있었다.
코로나19를 3년여 동안 겪으면서 우리 주변의 다양한 분야가 변했다.
대표적으로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KPOP이 디지털 실감(공간구현) 기술과 아이돌 산업이 만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제 아이돌의 활동무대는 현실세계에 머물지 않는다. 가상세계에 아바타(avatar)를 두고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홀로그램(hologram) 영상을 통해 공연장에서 아바타와 함께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애초에 가상사회에서만 존재하는 아이돌들도 있다.
그리고 얼마전 끝난 이른바 세계적인 롤드컵(LOL게임)이라 불리는 월드게임대회가 서울 상암동 게임전용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한국팀이 우승할 정도로 연예엔터,콘텐츠 산업은 단순히 음반제작 정도가 아니라 게임 기획·개발과 연예기획사의 콘텐츠 지식재산(이하 ‘IP’)을 활용한 사업영역 발굴 등으로 진화중이다.
이러한 모든 것에 빠지지 않고 디지털 실감기술을 적용한 아바타, 인공지능 등이 복합적으로 응용,활용되고 있다. (https://www.kca.kr/Media_Issue_Trend/vol44/sub 01_02.Html 재인용) 그리고 여기에 2024년에 본격화 될 ‘디지털 도플갱어’가 가시화될 것 같다.
[생물학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
이미 수년전부터 디지털 트윈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되고 기술적인 진화를 해오고 있었고, 필자 역시 디지털 트윈에 대해 몇몇 원고에서 언급한바 있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의 쌍둥이를 디지털화해 컴퓨터에 만드는 것이지만, 도플갱어와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 이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자율적 역량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미래 산업의 주요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서 인간의 맥락에 디지털 트윈 개념을 적용하면 개인의 역사와 환경을 포함해 개인 ‘삶의 데이터’를 수집, 보호, 사용한다는 이야기이며, 특정 인간의 평생에 걸친 가상 모델이 될 수 있다. 가령 한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가 위임한 디지털 도플갱어(digital doppelgänger)가 생성될 수 있다.
일단 유전 병력이 우선 포함되며 임신 중 초음파 스캔 데이터가 ‘데이터 호수’에 포함되게 된다. 한 인간의 디지털 버전이 도플갱어이다. 그리고 이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각자의 디지털 도플갱어의 데이터 호수(저장소)는 점차 확장된다. 평생의 의료 기록과 출생 사진부터 셀카에 이르는 사진 라이브러리가 된다. 개인의 거주지, 하는 일, 식습관 및 선호도, 생활에 필요한 비용 등의 정보 등도 담긴다. 아울러 날씨, 사회경제적 사건과 가족 및 친구, 지역사회에 대한 데이터와 같은 외부 맥락 정보가 추가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도플갱어는 특정인 자신이나 가족보다 더 상세한 기억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실제로 응용을 해 본다면, 디지털 도플갱어는 치료나 약물, 물리적 개입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 나아가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석이 정교화되면 복잡하고 위험한 삶의 여러 선택을 시험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일종의 시물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위험요인을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직업을 선택하면 어떨까?’, ‘저 도시로 이주하면 어떨까?’, ‘그 사람과 결혼하면 어떨까?’, ‘아이를 낳는게 좋을까?’, ‘명상이나 골프와 같은 취미는 어떨까?’ 등 고려해볼 사항은 광범위 하다. 마케팅이나 판매가 목적인 기업의 입장에선 소비자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더 구체적인 활용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 디지털 도플갱어 데이터의 소유 문제, 해킹 가능성 문제를 비롯해 가족이나 친구, 커뮤니티와 같은 맥락 데이터의 수집 문제도 감안해야 할 이유다. (https://www.ciokorea.com/column/34885 재인용)
이러한 디지털 도플갱어를 인간이 아닌 산업의 영역으로 적용하게 되면 휴먼이 아닌 기계적인 개념이 적용되는 디지털 트윈이 된다. 굳이 영역을 구분하지 않더라도 산업의 영역에서도 산업 데이터의 소유문제, 기술에 대한 해킹 가능성 등이 가장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최근 뉴스에서 정부기관인 국정원에도 북한의 해킹 가능성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이미 산업의 영역은 기술 특허나 특정기업의 기술을 다른 나라나 경쟁기업에 몰래 판매하는 산업 스파이들이 존재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알게 된다.
메타버스 사회가 도래한다고 한 지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챗GPT가 세상에 나와 모든 질문에 마법사처럼 논문을 만들어주고 그림도 그려주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가 이런 기술에 그저 감탄만 하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사회는 급속도로 버추얼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버추얼 사회에서 디지털을 베이스로 하는 디지털 도플갱어의 보다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도플갱어(doppelganger)는 ‘둘’을 뜻하는 독일어 도펠(doppel)과 ‘행인’을 의미하는 갱어(ganger)가 결합된 말이다. 우리말로는 분신복제(分身複製)쯤 된다.
독일작가 장 파울이 소설 ‘지벤케스'(1796)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18∼19세기 공포와 로맨스를 다루는 주요 모티브가 됐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중편소설 ‘이중인격'(1846)에서도 도플갱어가 등장한다. 가난과 메아리 없는 사랑으로 인해 피해망상을 겪는 주인공 골랴드킨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나게 된다. 이 도플갱어는 주인공이 실패한 모든 일에서 성공을 거두고, 결국 본래의 골랴드킨까지 대체하게 된다. (이충환 인천시청자 미디어센터장, 재인용) 이 도플갱어가 앞서의 설명에서처럼 마침내 인공지능(AI)과 만났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가짜동영상을 만들어주는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IEEE스펙트럼’이 발표한 것이 몇 년 전 일이다.
연구진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가짜 동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인터넷상에 공개된 고화질 비디오 화면들과 음성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분석했다.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신경망 기술을 이용해 오바마가 말할 때 입술, 치아, 주름살 등 얼굴의 기본적인 요소들의 변화를 분석했다.
[구글이미지]
특히 연구진은 입의 형태 변화가 목소리의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이어 원래 비디오 파일에 오디오 클립을 덧씌우고, 결합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http://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150 재인용)
이 2018년 오바마의 가짜 동영상이 오바마의 디지털 도플갱어(digital doppelganger)인 셈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 테크놀로지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포르투갈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2003)는 ‘눈먼 자들의 도시'(1995), ‘동굴'(2001)과 함께 사라마구의 ‘인간의 조건’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소설에서 중학교 교사인 막시모 아폰소는 동료가 추천해준 비디오를 빌려보다가 깜짝 놀란다. 자신의 5년 전 모습과 똑같이 생긴 배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단역배우의 본명과 거주지를 집요한 추적 끝에 알아낸 막시모는 배우의 아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몸의 흉터까지 똑같은 두 사람은 누가 원본이고 누가 복사본인지를 따져보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 이 상황이 현실판이 되고 있다(이충환 인천시청자 미디어센터장, 재인용). 그리고 이 기술의 현실판은 악한 면만 부각되어 “트럼프는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쓰레기야” 특유의 눈썹 모양까지 지어가며 트럼프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이는 영락없는 오바마의 도플갱어인 가짜 영상이었다. 기존의 가짜뉴스를 훨씬 능가하는 ‘딥페이크(deepfake)’는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의 분신인 도플갱어가 이 사회 어느 곳에 존재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물론 이러한 기술을 악의적으로 이용한다면 이 사회는 무한한 혼란속에 빠질 것이다. 그러기에 긍정적인 측면으로의 활용도 분명히 필요하다. 디지털 도플갱어 서비스를 누군가 제공한다면 어떤 서비스가 있을지, 또는 가격은 얼마일지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을 것 같다. 아마도 필요한 보안과 분석 서비스 상품들을 감안할 때 적정 가격이 책정되지 않는다면, 개인 데이터가 다른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용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인간의 지성적인 딜레마도 동시에 고려하면서 디지털 도플갱어를 가상 커뮤니티에 배치하고 다른 디지털 도플갱어와 상호작용한다면 어떨까? 내 디지털 도플갱어는 얼마나 실제적인 존재일까? 나보다 더 ‘진짜’일 수도 있을까? 등등 이미 메타버스 기술이 진화하여 우리들 눈앞에서 현실화되고 있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운 사회내의 적용이 필요하리라 본다.
독자분들도 알다시피, 디지털 도플갱어를 생성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는 이미 일부 인터넷에 존재한다. 구매 데이터를 비롯해 개인의 사진, 문의 및 검색 데이터 등이 모두 디지털 도플갱어의 일부로 손색없는 데이터들이며 이러한 데이터는 디지털 세상에서 검색행동을 할 때마다 커지고 있다. 또한 구글플레이에서 도플갱어 서비스가 이미 출시되어 다운을 받을 수도 있다. (https://www.ciokorea.com/column/34885 재인용)
그렇다면 이러한 서비스가 우리들의 삶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는 모른다. 단순한 흥미나 재미로만 여기는 것일수도 있지만 이러한 디지털 도플갱어나 혹은 디지털 트윈 같은 산업기술의 긍정적인 활용은 분명히 필요하다.
늘 그렇지만, 새로운 기술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무엇을 잘하며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를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 도구는 잘 쓰지만 작동원리도 모르면서 AI를 과대 포장하는 사이비 전문가들도 많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 도구를 활용하면 질문에 답을 편하게 얻을 수 있겠지만 인과관계를 알기 어렵고 또 학습한 범위안에서만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학습 범위를 벗어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즉 학습한 데이터가 없거나 잘못된 학습을 한 경우 그 결과물은 무용지물이 되거나 잘못된 답을 줄 수도 있으니 맹신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이외에도 시공간과 상태에 따라 동적으로 변하는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도구의 능력과 한계를 이해하고 목적과 용도에 맞도록 제한적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 이는 메타버스나 디지털 트윈과 디지털 도플갱어 같은 기술 역시도 마찬가지다. 과대포장에 혹하거나 나쁜 의도로 오남용 되거나 악용할 경우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특히 도플갱어의 경우는 이제 진짜 얼굴로 나타나 나의 엄마처럼, 아빠처럼 혹은 남자, 여자친구처럼 행동한다면 꼼짝없이 걸려들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바로 문명의 이기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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