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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해, 트렌드를 알면 돈이 보인다


경영자 변화한 법·제도에서 기회 찾는 인사이트 필요
경영자 중요 자질은 ‘결단’…익숙한 것 버려야





2024년은 지켜보는 재미가 아주 큰 해다. 변화와 변수가 많고, 위기와 기회도 많은 해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물론 어설픈 희망은 경계한다. 분명 위기에 빠질 한국 기업이 많을 것이다. 위기를 겪지 않는 게 핵심이 아니라, 위기에 잘 대응하고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트렌드를 살피는 것은 변화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청룡’의 해 2024년 한국 사회를 이끌 주요 트렌드와 함께 한국 기업의 경영 트렌드와 경영자가 되새겨야 할 생각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관전 포인트 1. 올드머니, 그리고 AI가 촉발할 일자리 위기

2024년 주목할 트렌드 키워드로 ‘올드 머니’(OLD MONEY)가 있다. 졸부가 아니라 대대로 물려받은 부를 토대로, 예술에 투자하고, 문화 자산도 쌓고, 사회적 책임과 기부에도 적극적인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 그들의 소비와 패션·취향·욕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드머니 룩으로 꼽히던 패션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테니스·골프·승마 등 올드머니가 좋아하던 스포츠가 대중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위스키 소비가 커지고, 미술 아트마켓에 2030대의 진입이 늘어나고 있다. 기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등의 변화가 이어진다. 

미국에서 먼저 Z세대들 사이에서 바람이 불었고,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바람이 이어져 2024년 우리의 의식주와 라이프·소비·비즈니스에서 아주 중요한 코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올드 머니 패션을 따라 하는 유행이 아니다. 부자가 되기가 점점 어려워진 세상, 부자는커녕 자기 부모보다 생애 소득이 적어질 수 있는 Z세대가 받아들인 욕망에는 다 이유가 있다. 모두가 부자를 꿈꾸고, 성공을 꿈꾸는 시대에는 뉴머니, 즉 졸부가 보편적 욕망이 됐다. 하지만 이젠 성공한 회장의 자서전도 잘 팔리지 않는 시대다. 누군가의 부와 성공을 부러워하고 따라 하기보다, 취향과 경험을 쌓으며 윤택한 라이프를 누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부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전방위적 트렌드 변화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부부가 각자 집에서 산다는 ‘각 집 살이’도 대두된다. 엄밀히 세컨드하우스를 가지고, 삶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여유로운 부부들 얘기다. 별장을 가지는 문화가 부자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 중산층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중장년 사이에서 각집살이, 전원주택이자 세컨드하우스가 욕망으로 부각된다. 이미 2023년에 다수의 대기업이 모듈러 주택 시장에 진입했고, 2024년 본격적인 시장으로 전개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집이 바뀌는 건 의식주 모든 욕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한국 사회에서 경제력 있는 노인들을 대응하는 시장은 2024년에 더 주목해야 한다. 빈곤 노인층을 대응하는 건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고, 경제력 있고 유능한 노인층을 일컫는 ‘스마트 그레이’를 대응해야 하는 건 기업의 몫이다. 출생인구가 줄고 학령인구가 줄어도 유아시장 및 사교육 시장은 더 커졌다. 이렇듯 같은 트렌드에서도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다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가속화되는 2024년에는 식문화 트렌드에 미칠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수산물 소비가 많은 한국인의 밥상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노르웨이 수산청은 한국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초래한 수산물 소비 변화도 누군가에겐 비즈니스 기회다. 

2024년 여름도 역대급 더위가 예상되는데, 기후위기 가속화로 폭염경제가 확대되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확산되는 강한 리더십과 노동 생산성 문제가 한국에 어떻게 전개될지, Z세대가 가진 실업에 대한 태도 변화, 술에 대한 태도 변화, 얼리 안티에이징(early antiaging) 욕망은 다른 세대와 한국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과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지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AI가 본격적으로 사업적 가치를 증폭시켜가며 부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과, AI가 촉발시키는 일자리 위기와 노동 혁신이 어떤 변화를 만들지도 2024년 관전 포인트다.


관전 포인트 2. 트렌드 불확실성 증폭하는 2024년 중대 변수 ‘선거’ 

앞서 제시한 트렌드 이슈들의 속도에 영향을 줄 변수가 바로 선거다. 2024년은 선거의 해다. 이해 충돌의 해이면서 갈등이 심화하는 해다. 

선거는 기업에 가장 큰 변수다.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중 하나가 정치이고 정책이고 예산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중단되거나, 원치 않던 상황이 새롭게 대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로선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선거 추세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한국은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결과에 따라서 정국은 아주 복잡해지고 갈등도 심화한다. 미국은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바이든의 재선 여부에 따라 미국 경제·산업·국제 정치는 아주 복잡해질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전쟁의 결과나 양상에 따라 선거의 향방도 바뀌고, 이것이 단지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최다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도 총선이 있고, 영국과 이란도 총선이 있다. 대만 총통 선거, 몽골 후랄 선거가 있고, 핀란드·멕시코·우루과이·인도네시아·스리랑카·페루 등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유럽 의회 선거도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사회·정책·경제·규제 등 아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승자독식이라는 선거의 속성상,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와 가짜뉴스가 난무할 가능성도 높다. AI의 역습을 가장 실감하는 사건이 생길 여지도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극대화되는 시점이고, 변화도 그만큼 많아진다. 경영자라면 자사와 연관되는 정치적 변수가 등장하는 것에 대한 긴밀한 파악과 대응이 필수다. 워낙 많은 변수가 동시다발로 나올 수도 있기에, 예상 못 한 변수도 만날 수 있고, 유능한 경영자가 더 돋보이는 시기다. 반대로 유능하지 못한 경영자가 기업에 해를 끼치는 것도 많아질 2024년이다. 

위기 상황은 실력자를 검증해 주는 시험대다.


관전 포인트 3. 법·제도가 뒷북? 법·제도에서 기회 찾는 인사이트 필요 

경영자라면 법·제도가 새로운 사업의 발목을 잡거나, 뒷북을 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이런 경험이 아주 많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경영자의 관성 속에 법·제도가 걸림돌이 되고, 뒷북만 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항상 법과 제도는 과거에 만들어졌고, 새로운 사업과 기술은 미래를 지향하다 보니, 과거나 미래를 담아내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수십 년에 한 번씩은 법·제도가 뒷북이 아닌 ‘앞북’을 칠 때가 있다. 이때가 비즈니스의 판도가 바뀌는 시기이고, 누군가에겐 기회지만 누군가에겐 심각한 위기가 닥친다. 바로 지금이다. 2024년에도 앞북 치는 걸 많이 목격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만들어지는 법과 제도 중에서 ‘탄소 감축’ 및 ‘기후 위기’가 반영되는 것들이 많다. 기존 산업에 위기를, 탄소 감축에 부합되는 새로운 산업에 기회와 미래를 안겨준다. 

유럽연합(EU)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신차 판매 금지 시점을 2035년으로 정한 것도,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것도 결국 탄소 감축 때문이다. 탄소 감축 이슈만 없다면 내연기관차를 버릴 필요는 없다. 프랑스에서 2023년 5월,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국내선 비행기 취항이 금지되는 법이 만들어진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법 때문에 저비용 항공사이자 항공산업으로서는 아쉽겠지만, 기차 산업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받고,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조선 빅3가 11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한 것도, 수주 실적이 확대된 것도 엄밀히 탄소 감축 때문이다. 해운사를 통제하는 UN산하 국제 해사기구가 탄소 감축에 대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전 세계 해운사들이 저탄소 선박 발주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빅3 조선사가 저탄소 선박 건조에 경쟁력을 확보해 둔 덕분이다. 국내 기업 중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조선업계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ESG(특히 E)가 평판 관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R&D와 비즈니스 전략에 적극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글로벌 탄소 감축 패러다임이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게 하고, 이런 흐름에 적극 대응한 기업들이 어떤 기회를 누리는지 인식해야 한다. 부디 ESG 경영한다면서 쇼만 하는 경영자는 반성하기를 바란다. 돈만 쓰는 게 아니라, 돈을 버는 게 ESG 경영이라는 인식이 리더에겐 필요하다. 

경영자들은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탄소감축 기조에 따라 어떤 새로운 법과 제도가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 혹은 준비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미 방향은 정해졌다. 


관전 포인트 4. 결국은 클린테크…바뀌는 법·제도 수혜자 정해져 있어 

뉴욕시는 2024년 1월부터 7층 이하 신축건물을 지을 때 난방(열)과 온수를 위한 천연가스 사용이 금지된다. 2021년에 만든 조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조리기기와 난방기기를 금지하는 이유는 탄소 감축 때문이다. 뉴욕시뿐 아니라,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 에서 관련 법과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결국 가스레인지나 가스스토브 시장은 죽고, 인덕션·전기레인지 같은 시장은 더 커진다. 

탄소 감축이 목적인 법·제도지만, 결과적으로 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이건 소비자의 변심도 아니고, 기술력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법과 제도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접을지, 어떤 사업을 벌일지, 투자를 더 할지 이런 판단을 할 때 시장과 소비자의 트렌드만 볼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트렌드도 봐야 한다. 

우리가 살아갈 집과 건물도 탄소 감축을 중심으로 변화한다.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신축 건물에서 에너지 효율성과 탄소 감축에 대한 법·제도는 계속 나오고 있고, 노후 건물이나 기존에 있던 건물에 대한 법·제도도 계속 나온다.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건물 리노베이션(Renovation) 을 요구하고,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건물은 징벌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이미 뉴욕시는 2020년 징벌세 법안이 통과됐다. 건물주로선 돈을 써서라도 의무적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전 세계에 확산할 법·제도다.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2023년에 통과시킨 법안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선 2024년 1월부터 트럭 운송회사와 트럭 소유주들은 단계적으로 전기차 트럭으로 전환을 시작한다.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전환되겠지만, 나중에는 아예 트럭 중 내연기관 트럭은 판매를 금지할 것이기에 결국은 미래에 모든 운송 트럭은 전기차가 된다. 당연히 이런 차량을 충전하고 관리·정비할 곳도 필요하다. 그래서 발 빠른 사업자들이 큰 부지를 확보에 트럭을 위한 충전설비와 차량 유지보수, 청소까지 포함한 시설을 만들고 있다. 법·제도의 방향을 알고 있는 경영자들이 이렇게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법과 제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성격으로만 접근했다면, 이제 법·제도를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창구라는 성격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로펌들도 ESG 사업을 다들 벌이면서 기업들이 가진 ESG 지표 작성의 문제나 풀어주고, 평판 관리에 대한 문제가 리스크 관리만 해줄 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감축을 위해 어떤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우리의 의식주와 일상적 비즈니스 기회를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분석하는 정보를 더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들도 그것을 요구해야 하고, 법·제도를 만드는 정치에서도 이점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기존에 해왔던 수많은 사업을 새롭게 전환하는 변화의 중심축이 될 법과 제도, 바로 지금이 법·제도가 뒷북이 아닌 앞북을 칠 수 있는 시기다. 그만큼 탄소 감축과 기후 위기 관련한 변화는 지구와 환경을 위한 거창한 ‘명분’ 이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라는 현실적인 ‘실리’를 따져보는 게 경영자의 일이다. 

참고로 LG그룹의 임원 인사에서 AI·바이오·클린테크·소프트웨어 등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에서 미래 먹거리로 강조된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R&D 승진이 많았고, 그중 클린테크 분야가 2/3 정도 차지했다. 다른 대기업에서도 클린테크에 대한 투자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탄소 감축과 기후 위기가 초래한 비즈니스 기회이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 5. 2024년 대기업 인사 핵심 키워드 ‘위기 대응’과 ‘구조조정’

인사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단순히 사람만 바꾸는 게 아니라, 경영의 방향이자 전략을 드러내는 것이다. 주요 대기업의 2024년 사장·임원 인사의 주요 트렌드를 5가지 키워드로 요약하면, ▲세대교체 ▲기술 인재 우대 ▲성과주의 강화 ▲다양성 기조 확대 ▲임원 축소다. 

그런데 5가지 키워드는 모두 한 가지로 귀결되고 있다. 바로 ‘위기 대응’이자 ‘구조조정’이다. ‘젊은 리더를 과감히 발탁’ 한다는 ‘세대교체’에서 핵심은 나이가 아닌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기술분야의 R&D’ 인재 중심의 교체, 성과를 내는 능력 위주의 교체다. 물론 오너 3~4세가 경영 일선으로 더 약진하는 인사를 낸 대기업도 많았다. 이를 세대교체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편승하려는 경우도 있어서 세대교체 화두가 이번에 더 많은 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나오긴 했다. 

분명한 것은 불확실성이 초래한 위기 상황에서 대응은 빠르고 과감해야 한다.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인적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시기다.

인사 결과를 소개하며 30대 상무, 40대 부사장, 50대 사장이 나온 것을 것을 강조하기도 하던데, 자칫 ‘나이’에 포커스를 맞추기 쉽지만, 엄밀히 그들은 ‘능력’과 ‘성과’를 확실히 보여줬기에 연차와 나이와 무관하게 발탁된 것이다. 나이가 젊다고 발탁된 게 아니다. 다양성 기조 확대로 여성과 외국인 임원이 늘어나는 것도 엄밀히 따지만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면 성별과 피부색을 따지지 않고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단순한 소수자 배려 차원이 아니다. 

다양성 기조는 수년 전부터 계속 확대했고,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 흐름이 이어지기 위해서라도 결국은 능력주의, 성과주의 기조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것을 반대로 보면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임직원들은 과감히 퇴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대기업에서 임원 축소 경향도 드러났는데, 이건 단지 임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조직 효율성·생산성 강화와 직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한국에서 노동생산성이 낮은 문제는 계속 미루기만 했지만, 이제 해결하고 넘어갈 문제다. 

조직에서도 2030 세대가 수평화를 지향하고, 4050 세대가 수직화에 익숙하다. 이런 차이 때문에 조직의 세대갈등이 대두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세대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직장관·노동관의 차이, 즉 바뀐 사회와 산업에 따른 차이다. 수평화는 서로 편하게 맞먹자는 게 아니라 연차와 상관없이 능력대로 평가하고 보상한다는 의미다. 사장·임원 인사에서도 능력과 성과가 핵심 이슈인 것처럼,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결국 과감하게 결단하고 대응하는 강한 리더십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변화에는 저항도 반발도 따른다. 리더가 욕먹는 것이 두려워 소극적으로 일한다면, 그건 무능이다. 한국 기업에게 닥친 불확실성과 위기 상황을 풀어갈 원동력은 유능한 경영진이다.

관점 포인트 6. 미국에서 확산 중 급여투명화법, 한국 기업에 큰 영향

미국의 51개 주 중에서 가장 GDP 규모가 큰 톱 10 주 중 4개 주에서 급여투명화법(Pay Transparency Law)을 시행하고 있다. GDP 규모가 압도적 1위 캘리포니아가 2018년 이 법을 가장 먼저 만들었다. 그리고 3위인 뉴욕, 5위 일리노이, 공동 9위 워싱턴이 이 법을 시행 중이다. 공동 9위인 뉴저지는 법을 도입 예정이고, 7위인 오하이오는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이들 6개 주의 GDP 총합이 미국 전체 GDP의 1/3 정도다. 급여투명화법을 시행 중인 10개 주, 법을 도입 예정인 14개 주를 다 합치면 미국 GDP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법 시행과 도입 예정인 주가 대거 늘어난 것은 2022~2023년이고, 2024년에도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아울러 2023년 3월에 미국 의회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급여 형평성 법안으로,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 FLSA)을 개정해 공개 직책의  임금 범위(wage range) 공개를 의무화하는 ‘급여 투명화법’(Salary Transparency Act)이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모든 고용주는 모든 고용과 승진 등에서 임금 범위를 공개해야 한다. 개별 주에서 법안이 계속 확산되는 데다, 연방 정부에서도 논의가 확대되고 있기에 미국에서 급여 투명화법은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으로 인해, 기업에서 같은 역할(업무)을 하면서 인종·성별·나이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급여가 다르다면 그건 불법이 된다. 벌금이 부과되고 기업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같은 역할을 하더라도, 능력 차이나 성과에 따라서 급여 차이가 나면 문제 되지 않는다. 

사실 이 법이 다양성· 평등성·포용성의 일환이지만 궁극적으로 성과주의·능력주의 강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크다. 급여 격차를 만드는 유일한 이유는 능력 차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해고의 자유가 있는 대신, 능력에 따른 우대도 확실하다. 급여투명화법은 약자 보호가 목적이 아니다. 엄밀히 능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목적이다. 

ESG 경영을 ‘착한’ 기업 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영자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착한 게 아니라, 기업에게 닥칠 리스크를 없애고 계속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합리적’ 기업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단이다. 결단을 위해선 발 빠른 정보 파악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관성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트렌드에 민감한, 트렌드 인사이트를 가진 경영자들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트렌드 분석은 트렌드 변화의 이유, 흐름의 방향을 찾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나올 기회나 위기를 가늠하는 일이다. ‘무엇이 트렌드다’가 아니라, 그것이 왜 트렌드가 되었고, 어떤 기회가 있다를 찾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탈 관성’이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지식으로 배웠던 익숙한 것들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이 증폭된 2024년, 과감히 버리고, 과감히 결단하는 경영자들이 많아지기 희망한다.


자료출처 : 청룡의 해, 트렌드를 알면 돈이 보인다 [스페셜리스트 뷰] (econom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