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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의 파격은 유난한 관점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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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외화통장, 놀랍진 않은 이유

모든 환전 서비스 평생 무료를 선언한 토스뱅크 외화통장이 연일 화제입니다. 출시 6일 만에 30만좌가 개설되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파격적인 혜택이 놀랍기도 했지만요. 토스라고 하니 금방 수긍되었던 건 그간 그들이 걸어온 행보가 워낙 유난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낸 것 역시 처음이 아니었는데요. 토스는 이미 2018년에 평생 무료 송금 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주요 시중 은행들이 여기에 동참하면서, 어느새 '이체 수수료 무료'는 금융권의 표준이 되기도 하였고요.

사실 이번에도 대형 은행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국내 5대 은행 모두가 외화 무료 환전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다만 여전히 역마진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걸로 보입니다. 토스뱅크와 달리 외화에서 원화로 환전할 때는 일정 수수료를 메기는 걸 고려 중이라 하거든요. 실제로 외화 관련 서비스를 일찌감치 선보인 하나금융의 트래블로그 역시 환전은 무료지만, 환급할 땐 1%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토스 역시 이러한 역마진에 대한 리스크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가 유독 과감하게 완전 무료를 선언할 수 있었던 건, 기존 금융 기업들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품이 아니라 고객을 바라봅니다

토스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 만든 책, '유난한 도전'을 보면 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요. 토스는 금융의 디지털 유통 창구, 즉 '금융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토스뱅크나 토스증권 등의 서비스는 마치 유통사의 PB상품*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고요.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 개별 상품의 손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토스 이승건 대표가 PO 강연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오직 끊임없이 신규 사용자를 획득하고 동시에 사용자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고객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아무리 크더라도, 심지어 상품 단위로는 역마진이 나더라도, 해당 고객에서 창출되는 가치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파격적인 혜택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 PB상품(Private Brand Goods):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하거나 혹은 직접 생산하여 판매하는 상품

반면에 기존 금융사들은 유통사보단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개별 상품의 마진이 중요한데요. 물론 이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이 만들어 낼 수익을 고려하긴 합니다. 이에 따라 엄청난 마케팅 투자를 집행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마케팅 지출은 상품 가입 직전 단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융 상품은 대부분 복잡성 때문에, 이전 가능성이 낮아, 일단 가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일회성 혜택에 그치고 맙니다. 더군다나 예측 가능한 수준의 비용만 지불하고,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여러 허들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 고객의 체감 혜택은 더욱 낮아지는 경우가 많고요.

토스 역시 송금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확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유난한 도전'에서 해당 의사결정 과정이 상세히 다뤄지고 있는데요. 이승건 대표가 결정 배경을 사내에 공유할 때, '1년간 실험을 해봤지만, 수수료 무료가 데이터상 유의미한 이득은 없는 것으로 검증되었다'라고 밝혔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토스의 고객 만족도와 방문 지표는 확실히 개선됩니다. 그리고 이후 압도적인 트래픽을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노하우도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했는데요. 토스의 수익 모델은 크게 3가지 단계로 구성됩니다. 일단 어떻게든 신규 고객을 데려옵니다. 그리고 일상의 서비스들을 앱 내에서 제공하여 이들이 더욱 자주 토스 앱에 방문하게 유도합니다. 마지막으로 광고와 토스 금융 서비스를 판매하여 돈을 버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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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플라이 휠을 돌리기 위해, 토스는 끊임없이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개별 상품과 서비스들의 수익이 한정적이라,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수십 개 이상을 돌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거든요. 그 과정에서 토스대부와 같은 실패 사례도 있었습니다만, 무료 신용조회 서비스처럼 사용자를 획득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선한 영향을 미치는 좋은 선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번 토스뱅크의 외화통장 역시 이러한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면 그 의도가 쉽게 드러납니다. 여전히 토스뱅크에서 계좌를 개설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고요. 기존 토스뱅크 사용자들은 하나의 서비스를 더 교차 이용하게 되면서 이탈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외화통장 자체에선 역마진이 발생하더라도, 늘어난 사용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거고요.

더욱이 이미 토스는 오랜 기간 원화 통장 기반 해외 결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환전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관련된 모든 혜택을 '외화 통장'에 집중하였는데요. 유사한 비용으로, 외화 통장 개설까지 유도할 수 있으니 마케팅 효율은 어쩌면 더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티끌이 정말 태산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이러한 토스의 행보에 긍정적인 면모만 있는 건 아닙니다. 토스의 높은 사용자 지표는 현금성 보상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분명 존재하고요. 아예 대중 시장에 의존하는 토스와 토스뱅크는 성장 한계가 있을 거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기존 금융시장은 기업 고객과 고액 자산가 의존도가 높은데, 모바일 기반의 토스가 이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는 어려워 보이니까요.

이렇듯 여전히 토스에게 확실한 수익원은 부재한 상황이며, 마케팅 투자로 인해 개별 서비스의 마진 역시 낮기에, 적자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희망적인 건, 티끌처럼 보였던 작은 성과들이 쌓이자, 의미 있는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은 작년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였고요.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토스는 2025년을 목표로 기업 공개 준비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결국 토스가 성공적으로 상장하려면, 강력한 수익 모델을 발굴하거나, 혹은 현재의 구조가 무한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할 텐데요. 과연 토스의 유난함은 이번에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