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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가 TV제조사를 탐내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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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by 슝슝 (w/DALL-E)
  
TV보단 광고를 팔고 싶습니다

월마트가 가전제품 제조사 비지오(VIZIO)를 23억 달러(약 3조 원)에 인수한다고 합니다. 비지오는 매출기준으로 월마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TV 브랜드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이번 딜을 통해, 역대 최고로 저렴한 TV가 월마트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오히려 월마트의 진짜 목적은 TV 판매 증대가 아닌 광고 사업 성장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지오는 TV를 만들기도 하지만, 최근 광고 및 스트리밍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고요. 커넥티드 TV 운영체제 시장에서 로쿠(25%), 아마존(17%)에 이은 3위 사업자(8%)이기도 한데요. 앞으로 월마트는 광고주들에게 이러한 비지오 TV에 광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추가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광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는 겁니다. 

이처럼 최근 월마트, 아마존 등은 리테일 미디어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은 물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여기서 리테일 미디어란 판매자 및 브랜드가 광고주가 되어,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진행하는 광고를 뜻합니다. 월마트는 자체 미디어 그룹 '월마트 커넥트'를 통해 광고 사업을 운영 중인데요. 최근 수년간 소매 사업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물론 마진도 더 높다고 합니다. 다만 그러다 보니 리테일 미디어 사업자 간의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고요.

매장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시점에 월마트는 비지오를 노리고 있는 걸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리테일 미디어가 최근 급성장한 배경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글로벌 광고 시장에서, 디지털 채널 비중이 계속 우상향 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리테일 미디어의 성장세가 제일 무서운데요. 개인 정보 보호 강화 흐름으로 인해, 소셜 미디어를 통한 광고는 줄어들고, 그 대안으로 구매 데이터 기반 타깃 광고가 가능한 리테일 미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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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월마트는 데이터에선 우위를 가지고 있으나, 매력적인 광고 채널이라 하기엔 여전히 트래픽이 부족합니다. 구글이나 메타는 물론 아마존 대비해서도 열위에 있는데요. 그래서 월마트는 '월마트 커넥트'라는 새로운 미디어 비즈니스를 선보였습니다. 더 많은 광고 지면을 확보하기 위해 틱톡, 스냅챗, 로쿠, 파이어워크 등과 협업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여전히 제휴 만으로는 부족했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아예 새로운 디지털 지면 확보를 위해, 커넥티드 TV를 보유한 비지오를 거금을 들여 인수를 했으니 말입니다.

이와 같이 리테일 미디어 사업이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각광받으면서, 월마트를 비롯한 여러 유통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매장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매장 내에서 하는 광고가 전환 효율은 좋지만, 노출량에선 한계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더욱이 이번 비지오 인수를 통해 월마트는 하드웨어 제조부터 판매, 그리고 이후 콘텐츠 구독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광고를 추가하며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경쟁자 아마존을 견제할 수도 있고요.

결국 고객의 시간을 점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더 많은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려는 건, 리테일 기업들만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고객이 우리 플랫폼과 서비스에 머무르게 한다면, 누구나 여기에 커머스와 광고를 붙여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미 유튜브와 틱톡 등은 자체적인 커머스 기능을 구현하여, 아예 사용자들이 그 안에서 쇼핑까지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전통적인 소매 기능에만 집중하는 리테일러들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월마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일들에 대비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비록 성사되지 못했지만, 한때 틱톡 인수를 추진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고객 접점 확보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고요. 이번 비지오 인수 역시 궁극적으로는 결국 고객이 더 월마트 서비스에 머무르게 하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에 월마트의 한 고위 임원은 "두 사업의 결합이 소매업과 엔터테인먼트의 교차점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는데요. 이를 보면 우리는 정말 나이키가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 당분간은 유통 기업의 미디어, 콘텐츠 투자나 인수 소식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