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컬리가 공들여 가져온 만큼, 이들 상품의 구색과 가격 조건은 매력적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최근 이러한 컬리의 변화들이 '컬리답지' 못하다는 건데요. 그간의 기조와는 너무 상이하여 낯설기까지 한 최저가 보상 정책부터 여전히 왜 컬리에서 사야 하는지 불분명한 패션 브랜드 입점까지, 지금의 컬리를 만든 여러 차별점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컬리의 노림수대로 이러한 카테고리 확장이 실질적인 경영 성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 들고요.
큐레이션, 샛별배송, 그리고 프리미엄
사실 지금까지 컬리의 성장을 이끈 3가지 무기는 큐레이션과 샛별배송,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였습니다. 특히 이는 컬리의 전공이기도 한 온라인 장보기에서 빛이 났는데요. 좋은 상품을 추천해 주고, 이를 새벽에 신선하게 바로 배송해 주었는데,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더해져 신뢰도마저 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컬리는 '장 보러 꼭 마트에 가야 되던 고객들의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었고요.
그러나 뷰티컬리에선 이러한 차별화 경쟁력이 반감되기 시작합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올리브영은 다양한 인디 브랜드를 기반으로 강력한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도 가능했고요. 더욱이 오늘드림 기반의 배송 편의성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만 성분 등이 중요한 뷰티 상품 특성상 여전히 기존 큐레이션 역량을 발휘될 여지가 존재했고요. 기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활용하여 이른바 백화점 1층의 럭셔리 뷰티를 빠르게 데려오는 데 성공하면서, 컬리는 어느 정도 입지를 구축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패션 카테고리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큐레이션이라 할 것이 특별히 없고, 그러다 보니, 컬리의 최대 강점이던 상세 페이지도 평이합니다. 심지어 배송도 판매자가 직접 하기에 상품을 받기까지 최대 5일까지 걸린다고 합니다. 물론 이제 막 최초로 패션 브랜드가 정식 입점한 거라,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요. 문제는 앞으로도 기존의 인력이나 인프라 등을 활용하여 경쟁 우위를 갖추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패션 전문성을 가진 MD 인력을 새로 뽑아야 하고, 화장품과 달리 의류는 기존 물류센터에서 취급할 수도 없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갖춘다고 해도, 패션 버티컬 영역에는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29CM, W컨셉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컬리답지 못한 무분별한 카테고리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평적보단 수직적 확장으로
그렇다면 컬리답게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컬리에게는 카테고리를 늘려가는 수평적 확장보다는, 아예 상품 제조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수직적 확장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특히 컬리의 자체 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이 키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PB 상품 기획이야 말로, 컬리의 축적된 큐레이션 역량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컬리가 PB를 만들 때의 모토가, "최선의 가격으로 대체 불가능하게"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유통사가 PB를 가성비 상품으로 내세우는 반면, 컬리는 8만 원 대의 고가 올리브유 상품을 만들어 완판 시킬 정도로 고급 PB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컬리 만의 색채는 더욱 강력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거고요.
물론 수직적 확장은 수평적 확장 대비 당장의 외형 규모를 키우기엔 불리합니다. 더욱이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대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정말 컬리가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본연의 색깔을 지키는 성장 전략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상장 이슈 때문에 내부적으로 분명 조급하겠지만, 그럴수록 '컬리다움'을 잘 지키며 건강한 성장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