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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와 테무는 정말 쿠팡에게 위협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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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쿠팡 위기론

쿠팡이 창립 이후 14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매출은 30조 원, 영업이익은 6천억 원을 기록하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내 유통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는데요. 그간 지지부진했던 주가까지 일시에 급등할 정도로, 쿠팡의 실적은 정말 완벽하였습니다. 특히 쿠팡의 활성고객 수는 전년 대비 16% 증가하고,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회원 숫자 또한 27% 늘어난 1,4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향후 성장성 우려마저 말끔하게 씻어냈고요.

재밌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에서 다시금 쿠팡 위기론을 꺼내고 있다는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쿠팡이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중국 플랫폼들에게 곧 그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건데요. 특히 지난 3월 4일,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선식품 판매에도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중국 플랫폼들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이들이 해외 직구 기반 서비스다 보니, 신선 식품 등을 취급 못하는 것이 한계라고 보았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이러한 약점을 보완한 셈이니까요.

본질을 놓치면 결론도 이상해집니다

하지만 과거 수많은 쿠팡 위기론이 그랬듯이, 최근 쏟아지는 기사들 역시 정작 가장 중요한 본질은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쿠팡이 끝내 흑자 전환에 실패할 거란 전망들은 대체로 쿠팡 물류센터의 자동화 수준이 낮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쿠팡이 막대한 적자를 내게 된 원인은 직접 고용한 인력을 통해 직접 배송을 하던 것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배송 물량이 충분히 쌓이면서 비용 효율이 개선되고, 여기에 공급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마진의 여유를 획득하게 되자, 자동화 물류센터 없이도 쿠팡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핵심을 잘못짚다 보니 전망 또한 완전히 틀리게 된 겁니다.

현재 중국 플랫폼 관련 이슈를 다루는 기사들 역시, 유사한 함정에 빠져 있는데요. 알리와 테무가 가진 진정한 강점이 중국 내 제조 상품들을 직거래 함으로써 얻는 가격 경쟁력이라는 점을 완전히 간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렴하지 않다면, 국내 소비자들이 굳이 중국 플랫폼에서 쇼핑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알리와 테무는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상품을 판매면서 이러한 압도적인 가격 우위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이를 가지고 상대적으로 열위인 배송 속도를 극복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여기서 포인트는 아무리 알리와 테무라 할지라도 모든 상품에서 이러한 가격 우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성장은 언젠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두 서비스의 앱 지표 성장 또한 점차 둔화되는 것이 확인되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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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국 플랫폼 스스로도, 이러한 약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보완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가 적극적인데요. 이미 작년에 1,000억 원 규모의 물류 및 마케팅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국내 판매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은 물론, 대형 제조사들의 직입점도 추진 중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상품군 확장이나 물류 투자가,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 혹은 다른 국내 플랫폼 대비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걸 뜻하진 않습니다. 중국 제조 상품이 아닌 이상에야, 더 많은 물량을 파는 쿠팡이 가격 협상에서 밀릴 이유가 전혀 없고요. 고작 1,000억 원 남짓의 투자 만으로 이미 수조 원 넘게 쏟아부은 쿠팡의 물류 역량을 따라잡는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단시간 내 유통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건, 로켓배송이 가진 차별성이 취급 상품 확대와 지역 확장에 따라 이전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리나 테무의 영역이 확장된다고, 이들이 가지는 본질적인 경쟁력, 초저가가 따라 움직이진 못합니다. 그렇기에 벌써 알리와 테무가 쿠팡을 추월하느냐 마느냐 이야기하는 건, 너무 호들갑인 것처럼 보이는 거고요.

그렇다고 중국 플랫폼의 부상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안 그래도 쿠팡에 밀리고 있던, 중소 플랫폼들에겐 정말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고요. 당연히 쿠팡의 실적에도 일부 악영향을 미치긴 할 겁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분명히 있기에, 적어도 걸러서 소식을 접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기사들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걸까요? 우선 언론사 입장에선 자극적이고 팔리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한 기업이 계속 독주하는 건 보는 입장에서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어떻게든 경쟁 구도를 만들어서 계속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거고요.

또한 쿠팡 입장에서도 솔직히 나쁠 것이 없습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 등극을 앞둔 마당에, 잠재적 경쟁자마저 없다고 하면 독과점 논란에 빠질 수 있거든요. 이러한 때에 알리나 테무가 위협적이라는 분위기 형성은 오히려 반길만한 일입니다. 그 덕에 최근 중국 플랫폼 견제를 위한 정부 대책까지 논의 중이라 하니 더욱 그러하고요.

심지어 알리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도 부가적인 홍보 효과를 누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합니다. 국내 시장을 진지하게 공략 중인 상황에서 계속 기사나 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신규 사용자 확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당분간은 중국 플랫폼 위협론은 계속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렇다면 이들의 위협이 진짜가 되는 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현재 쿠팡의 최대 강점은 이미 선제적으로 엄청난 물류 인프라를 깔아 놨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를 위협하려면 최소 조 단위 이상의 투자가 단행되어야 할 텐데요. 따라서 그 누구든 이러한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그때는 조금 진지하게 쿠팡 위기론을 다시 꺼내 들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