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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더현대 글로벌'을 만든 속내는
최고관리자2024-04-11
design by 슝슝 (w/DALL-E)
이번엔 더현대 '글로벌'이라고요?
더현대 서울과 더현대 대구에 이어 새로운 더현대가 등장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패션 브랜드를 비롯한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무형의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 론칭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해외 유명 리테일 기업들과 협업하여,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마련하고 지원한다는 점에서 유사 서비스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일본의 대형 유통그룹 파르코와 업무 협업을 맺고, 주요 도시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라 하고요.
여기에 참여하는 브랜드들은 매장 임대나, 인테리어, 수수료 계약 등의 부담을 덜게 되면서,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 비용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현지의 리테일 업체들은 더현대 서울 등에서 검증된 차별화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하고 있다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수고를 통해 현대백화점이 얻고자 하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콘텐츠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은 매우 독특한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신세계 그룹, 롯데쇼핑, GS리테일 등이 리테일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 못하고, 온라인에서도 하나의 플랫폼이 되기를 지향했다면요. 현대백화점은 무리하게 플랫폼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콘텐츠 확보에 집중해 왔습니다. 한섬, 리바트, 지누스 등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고요. 이를 기반으로 전문몰을 육성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주도성을 가지고 다른 온라인 채널들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해왔습니다.
특히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이러한 전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입지가 좋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팝업 스토어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차별화 콘텐츠를 통해 대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판교점이나 더현대 대구에 그대로 이식 중이고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한섬이 만든 패션 플랫폼 EQL도 콘텐츠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그래서 현대백화점은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도우며, 관계성을 강화하고 자신들에게 락인시키기 위해 더현대 글로벌을 론칭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이들의 현대백화점 의존도를 높일 필요가 있고요. 해외 백화점들과의 협력이라던가, 팝업 스토어 운영 노하우 등은 현대백화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 거죠.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아쉬운 건 타이밍입니다. 현대백화점은 해외 진출 지원에 있어서 확실한 후발주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신세계는 작년 5월에 케이패션82라는 플랫폼을 론칭하고 작년 하반기에만 약 53억 원의 현지 수준 상담 및 업무 협약을 성사시켰고요. 더욱이 무신사, 29CM, W컨셉 같은 패션 플랫폼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글로벌 진출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여러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먼저 출발한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현대백화점은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합니다. 일례로 일본에서 현대백화점은 일본에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누구(nugu)'를 운영하고 있는 메디케어랩스에게 현지 마케팅 및 매장 운영 지원을 맡긴다고 하는데요. 반면에 무신사는 해외 현지 법인을 세운 건 물론이고, 해외 쇼룸 에이전시 아이디얼피플에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등 관련 역량을 내재화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적절히 대행을 맡기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일 순 있지만, 정말 장기적으로 브랜드와의 더 깊은 관계성을 가지려면, 관련된 핵심적인 기능들은 직접 수행할 필요가 있는데요. 패션 브랜드 해외 진출 지원 분야가 이미 만만치 않은 레드오션이 되었다는 걸 현대백화점이 빠르게 인식하고,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