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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 검색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


유료 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도 연간 2억 7천만 명의 사람들을 웹사이트로 끌어들이는 기업이 있습니다. 매월 2천만 명의 고객들이 이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죠.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도 디자인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캔바’의 이야깁니다. 

캔바는 한 가지 핵심 마케팅 전략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 이런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만한 ‘SEO’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올바른 행동 목표 설정

‘SEO(검색엔진최적화)’의 목표를 이렇게 잡는 분들이 있습니다.  

[검색량이 많은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우리 브랜드가 최대한 빨리 뜨게 만드는 것]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검색량’과 ‘상위노출’에만 치중하는 건 SEO에 대한 올바른 접근은 아닙니다. SEO는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입니다. 키워드 분석 툴을 사용해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를 찾고, 거기서 빨리 상단에 노출될 방법을 찾겠다는 마음으로는 이 전략을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트렌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검색량을 뒤쫓다가 브랜드 메시지도 함께 방향을 잃게 될 테니까요.

SEO도 기술 너머의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검색량이 많은 키워드가 전부 우리 브랜드에게 가치 있는 키워드는 아닙니다. 선점해야 할 키워드를 정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 사람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키워드를 검색하는가’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결과물을 원하는 사람이 검색할 키워드를 선점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그들과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면 다른 경쟁 브랜드보다 앞서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검색하는 키워드]를 검색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결과를 주는 것]

이게 SEO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행동 목표입니다. 이런 목표를 가진 브랜드는 마케팅과 제품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마케팅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개선하게 되죠.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브랜드 메시지가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전략을 오래 지속할수록 더 단단한 가치를 가진 브랜드가 됩니다.  

검색하는 사람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원하는 결과물을 주면 고객은 물론 검색엔진도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게 됩니다. 구글이나 네이버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니까요.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계속 내놓으면 검색엔진은 그 결과물들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상단으로 끌어올려 더 많은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죠. 검색엔진들이 이 일을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는지를 이해하고 있으면 ‘상위노출’이라는 목표를 좀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캔바에게 배우는 SEO 3단계 전략 

캔바는 SEO 분야에서 아주 모범적인 사례로 여겨집니다. 영문 자료를 검색해 보면 캔바의 SEO전략을 분석하는 글들이 꽤 많이 있는데요. 저는 ‘FOUNDATION’이라는 마케팅 에이전시의 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여기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이 SEO 전략을 실행하는 방법을 3단계로 정리해 봤습니다. 

1) 우리가 집중해야 할 키워드는 무엇인가

먼저 키워드를 ‘검색 의도’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크게 4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 정보 : 말 그대로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하는 키워드 
  • 탐색 : 특정 웹사이트나 블로그, 그 안에 있는 특정 주제의 콘텐츠 등을 검색하는 키워드 
  • 거래 : 물건이나 자산을 얻기 위해 검색하는 키워드 
  • 조사 : 비교, 분석 등 정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관점’을 얻기 위해 검색하는 키워드 

캔바는 디자인 툴을 제공합니다. 일부 기능을 무료로 제공한 뒤 더 나은 기능을 유료로 제공해 수익을 내죠. 캔바는 이 ‘무료’ 단계의 기능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만들기 위해 ‘거래’를 위한 키워드에 집중합니다.

  • 거래 키워드 1 : 각종 템플릿이 필요한 고객이 검색하는 키워드는 뭘까? 
  • 거래 키워드 2 : 각종 디자인 작업이 필요한 고객이 검색하는 키워드는 뭘까?   

이렇게 집중해야 할 두 가지 키워드를 정한 뒤, 캔바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제공할 웹사이트 내 하위 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2) 그들에게 우리가 제공해야 할 결과물은 무엇인가 

구글에서 다음 두 가지 키워드를 검색해 보세요. ‘광고’가 붙어있는 페이지를 제외하면 캔바의 랜딩페이지를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청첩장 템플릿, 무료 청첩장 템플릿 

청첩장 디자인, 무료 청첩장 디자인

두 가지 키워드 모두 고객의 궁극적인 목표는 ‘예쁜 청첩장을 만들고 싶다’로 같습니다. 캔바가 도와줄 수 있는 목표죠. 하지만 각 거래 키워드가 지금 바로 얻고자 하는 결과물은 다릅니다. 캔바는 ‘고객이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는 그 단계에서 가장 원하는 결과물’을 파악해 랜딩페이지를 세분화합니다. 

‘청첩장 템플릿’을 검색하는 고객은 다양한 템플릿들이 펼쳐지는 ‘청첩장 템플릿’이라는 이름의 랜딩페이지로 안내됩니다. ‘청첩장 디자인’을 검색하는 고객은 캔바의 서비스를 이용해 직접 청첩장을 디자인할 수 있는 ‘청첩장 만들기’라는 이름의 랜딩페이지로 안내되죠. 전부 캔바라는 큰 웹사이트 안에 들어있는 페이지이지만, 이름(=검색어와 거의 일치하는 이름)과 제공하는 결과(=검색어에 맞는 결과)가 다릅니다. 

74iq2qLFQ49FvYeBBnY8aKNAnjA.JPG‘청첩장 템플릿’을 검색했을 때 고객이 마주하는 페이지 (출처 : 캔바 공식 웹사이트 캡처)

l8rVwwZijIKgUlX3JY99wy_3Opo.JPG‘청첩장 디자인’을 검색했을 때 고객이 마주하는 페이지 (출처 : 캔바 공식 웹사이트 캡처)

캔바는 웹사이트 구조를 설계하는 그 순간부터 사람들이 검색할 키워드와 검색 의도를 고려해 페이지의 이름을 짓고 그 페이지에서 제공할 내용을 채웁니다. 각 페이지에서 나타나는 메시지의 위치, 순서 등은 웹사이트에 들어온 고객을 최종 단계(=결제 단계)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죠. 

많은 A/B 테스트를 거쳐 완성된 페이지이기 때문에 비슷한 목적의 랜딩페이지를 제작하시는 분들은 그 흐름을 참고해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 어떻게 상단에 올라갈 것인가 

구글이라는 검색 엔진에서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백링크’가 필요합니다. 백링크는 다른 웹사이트에서 인용한 우리 페이지의 링크를 뜻합니다. 구글은 신뢰도가 높은 다른 사이트들에서 인용한 페이지를 ‘믿을 수 있는 결과물’이라고 판단합니다. 당연히 이런 페이지들을 고객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어 하죠. 101개의 고품질 사이트에서 인용된 페이지는 100개의 고품질 사이트에서 인용된 페이지보다 더 상단에 노출됩니다.

캔바는 자신들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각각의 랜딩페이지가 다른 사이트들에서 인용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캔바의 페이지 링크를 인용할만한 블로거, 콘텐츠 매체 등에 연락을 취하는 팀이 따로 있을 정도죠. 링크를 삽입해 주는 대가로 그들에게 전부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겠지만, 보통은 캔바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거나 캔바가 가진 영향력 있는 사이트에서 그들의 페이지 링크를 삽입해 주는 ‘맞교환’ 방식을 사용합니다. 

정리하면, 스타트업은 크게 3단계 과정을 거쳐 SEO 전략을 실행해 볼 수 있습니다. 

1) 우리가 집중해야 할 키워드를 정한다

→ 검색하는 고객의 의도 +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를 고려해 선정  

2) 우리가 제공해야 할 결과물을 만들어서 배포한다

→ 키워드를 검색하는 그 순간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을 줄 수 있는 랜딩페이지 or 콘텐츠 제작 

3) 상단에 올라갈 수 있는 전략을 세워 실행한다 

→ 신뢰도가 높은 웹사이트에서 사람들이 우리 결과물의 링크를 인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연구 

팀 내부에 개발자가 있어야만
실행할 수 있는 전략 아닌가요? 

내부에 개발자가 있는 기업들에게만 맞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고객이 키워드를 검색하는 의도는 다양합니다. 키워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이 ‘웹 서비스’가 아닌 경우 누구나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우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1) 먼저 선점하고 싶은 ‘정보’ 키워드를 나열한 뒤 검색엔진에서 검색해 봅니다. 어떤 결과물들이 상단에 노출되어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2) 그 정보들보다 더 최신 정보를 담고 + 검색 키워드를 제목과 본문에 고루 넣고 + 독자가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에 충분한 길이로 콘텐츠를 만들어 브랜드 웹사이트 혹은 블로그에 배포합니다.  

3)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나 콘텐츠 플랫폼에 우리 콘텐츠의 링크를 포함한 요약본을 함께 업로드합니다. (그 외 다른 방법도 실행하며 꾸준히 백링크 수를 늘립니다.) 

우리가 대체하고 싶은 유명 브랜드가 있다면 ‘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키워드를 노려보세요. 

1) 고객이 대체제를 찾을 때 검색하는 키워드의 형태를 파악합니다. 예) [대체하고 싶은 브랜드] vs [우리 브랜드], [대체하고 싶은 브랜드]와 비슷한 제품 5가지 추천 등 

2)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비방하는 글이 아닌, 제삼자 입장에서 다룬 리뷰 혹은 전문가 입장에서 의견을 담은 비교 콘텐츠를 통해 우리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를 알리는 콘텐츠를 배포합니다. 

3) 기존에 유명 브랜드를 사용하다가 불편해하는 고객, 혹은 기존의 유명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우리 글이 인용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실행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네이버 쇼핑 1페이지 노출 전략’, ‘사용자 리뷰 생성’ 등도 결국 크게 보면 SEO의 일부입니다. 거래를 원하는 고객이 검색할 키워드를 파악해 배치하고,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고, 많은 고객들이 우리 페이지를 인용하게 만드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죠. 큰 원리를 이해하면 ‘어디서 통했다던 스킬’을 배우지 않아도 우리에게 가장 맞는 스킬을 직접 개발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가치를 주는 일

컨설팅을 하다 보면 가끔 무의식적으로 SEO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브랜드들을 봅니다. 그 브랜드의 대표님들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혹은 자신이 공들여 만든 제품을 꼭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냅니다. 사람들은 이런 창업자들을 알아봅니다. 창업자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여러 사이트에서 인용하고 소개합니다. 이것 좀 보라고, 혹은 이런 좋은 정보가 있다고 퍼트리니 노출 순위는 알아서 올라갑니다. 

사업은 결국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금전적 이익을 얻는 일입니다. 때로는 자신이 만든 가치를 타인에게 주겠다는 신념이 마케팅을 전혀 모르는 창업가를 능숙한 마케터로 만들기도 하죠. 어쩌면 복잡한 마케팅 개념들을 익히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업이라는 수단을 통해 고객에게 주고 싶은 가치에 더 깊게 몰입해 보세요. 너무나도 알리고 싶은 그 가치를 투박한 언어로라도 온라인에 내뱉어보세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했던 행동들이 우수한 마케팅 사례로 소개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자료출처 : SEO : 검색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 · 위픽레터 (wepic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