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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는 긴 적자의 터널을 지나 흑자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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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by 슝슝 (w/DALL-E)
  
9년 만에 첫 '흑자'입니다만

컬리가 창립 9년 만에 드디어 첫 영업이익 흑자를 냈습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약 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건데요. 다만 아직 연결 기준으로는 여전히 약 2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보면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사실 별도 기준 흑자 전환도 겨우 한 터라, 여전히 불안 요소는 남아 있긴 합니다.

이처럼 최근 컬리뿐 아니라, 많은 커머스 기업들이 손익 개선에 나서면서, 월간, 분기, 심지어 연간으로까지 흑자를 기록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이와 같은 흑자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의미 있는 변화의 산물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여기서 가장 주요한 판단 기준은, 단지 돈을 덜 써서 만들어낸 숫자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체질 자체가 변화된 것인지를 보는 것과, 수익 확대와 더불어 지속적인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졌는지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바로 이 2가지 관점을 가지고, 컬리의 첫 흑자가 정말 의미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체질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컬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공헌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고 밝혀 왔습니다. 다만 미래를 위한 여러 투자 때문에, 손익 분기점 도달을 '의도적으로' 미뤄왔다고 주장했었는데요. 드디어 작년에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동남권 및 평택 물류센터가 오픈하면서 대대적인 투자는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기에, 이제는 본격적으로 흑자 전환을 향해 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작년 12월 첫 월간 EBITDA 흑자를 달성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드디어 영업 이익 흑자 전환까지 해내면서 이를 스스로 증명해 냅니다.

공시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본 결과, 이번 컬리 흑자 전환의 1등 공신은 매출총이익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물류비용률은 떨어지면서, 공헌이익률이 개선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를 이끈 주요한 변화들을 시기 순으로 나열해 보면 우선 뷰티컬리 론칭을 들 수 있습니다. 2022년 11월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화장품을 취급하는 뷰티컬리가 론칭되면서 가장 먼저 27% 내외에서 움직이던 매출총이익률이 28% 내외로 약 1%p 정도 상승하였고요. 단위 가격은 높은데 부피는 작은 화장품 특성이 발휘되면서, 무엇보다 매출 대비 포장비 비중도 1%p 가량 개선됩니다. 작년 기준으로는 뷰티컬리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 선까지 올라왔다고 하는데요. 올해 1분기에는 특히 뷰티컬리 거래액이 34%나 늘어났다고 하니, 이들 매출이 커지면 커질수록 손익은 더욱 개선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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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동남권, 평택 물류센터 오픈 후, 운영이 안정화된 것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익 개선 흐름에 확실하게 힘을 보탰습니다. 사실 작년 2분기에는 동남권, 이어서 3분기에는 평택 물류센터가 새로이 문을 열면서, 매출 대비 물류비 비율이 일시적으로 치솟기도 했는데요. 2023년 4분기 이후로는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물론, 추가적으로 물류비용률이 하락하기 시작했고요. 특히 올해 1분기는 1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확실한 손익 개선 효과를 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작년 8월 운영되기 시작한 컬리 멤버스를 비롯하여, 충성 고객에게 혜택을 집중하고, 마케팅을 효율화한 노력도 일정 부분 효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컬리의 경우 대부분의 매출이 직매입에서 나오기 때문에, 쿠폰을 발급하면 바로 매출에서 차감되는 구조인데요. 이번의 매출총이익률이 계속 좋아진다는 거는, 거래액 성장폭이 크지 않았기에 단기간 내 가격 협상력이 확 올라갔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쿠폰 마케팅 효율화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되는데요. 우선 과거와 달리, 구매 의향이 높은 유료 멤버십 고객에게 마케팅 지출을 집중했다고 합니다. 또한 쿠폰 사용 조건도 조정하여, 개별 주문의 건단가도 지속적으로 높여왔는데요.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전체 손익마저 움직이게 만든 겁니다.

무엇보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변화들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비즈니스 체질 개선에 가깝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일단 매출 대비 물류비 비율은 조금씩이긴 하지만, 작년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요. 반대로 매출총이익률은 조금씩 상승하면서, 이 둘이 만들어 내는 총 공헌이익의 규모는 계속 커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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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간 컬리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던 충성고객들의 양과 질이 모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장보기 커머스가 핵심인 만큼 습관적으로 컬리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늘릴 수만 있다면, 손쉽게 사업을 안정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앱 지표 기준으로 비록 MAU 전체 숫자의 성장은 정체되었지만, 일단 방문한 고객들의 월 기준 평균 방문 일수나, 인당 사용 시간은 역으로 상승세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덕분에 광고 선전비를 대폭 줄이고도, 매출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멈춰버린 성장을 다시 뛰게 만들어야

하지만 어떻게든 빠른 흑자 전환 달성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컬리의 성장이 둔화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다행히 작년 3분기 이후에는 분기별로 4~5% 정도의 매출액 성장은 꾸준히 보이고 있고요. 올해 1분기, 거래액 기준으로는 작년 대비 13.0% 성장하여 상당히 선방했다고 말할 수 있긴 합니다. 다만 같은 시기 온라인 식품 시장의 전체 성장률이 18.7%인 것을 감안하면, 이조차도 실질적인 역성장이라 볼 수도 있는데요. 플랫폼이 계속 성장하려면 신규 고객을 데려와야 하는데, 광고선전비를 대폭 삭감한 이상, 일정 부분의 성장 정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런데 꾸준한 성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손익 개선 속도까지도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언론에서도 컬리와 많이 비교하고 있는 쿠팡의 경우, 흑자 전환하던 당시 이익률이 개선되던 속도가 심상치 않았는데요. 이는 시장 평균 대비 3배 이상 성장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키웠고, 이를 기반으로 공급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반면 컬리는 시장 평균보다도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요. 이는 곧 쿠팡처럼 평균을 웃돌며 성장하는 곳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는 뜻과 같습니다.

그래서 컬리는 '3자 배송', 즉 오픈마켓 형태의 상품을 늘리기도 하고,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켜 카테고리를 넓히는 등 다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컬리가 가진 브랜드 컬러가 너무나도 뚜렷했던 만큼, 외연 확장의 속도는 너무나도 더딘 상황입니다. 따라서 PB 강화 및 확대를 통해, 추가적인 공헌이익률 개선 작업을 먼저 진행하고요. 이와 동시에 과거 CU와 했던 협업 모델 등을 활용하여서요. 마치 최근 무신사가 무신사 스탠다드를 확장하듯이, 오프라인 등 새로운 채널로 영역을 넓혀, 새로운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