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브랜딩 천재예요
15년 간 브랜딩 해오면서 처음 봤습니다. 이보다 허세없이 브랜딩의 핵심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간판은 두 번 바꾸는 것이다.” 장사 천재 백종원, 사실은 브랜딩 천재였어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가 이렇게 말합니다. “간판은 두 번 바꾸는 것이다.”
지난주 제 스레드에 올린 글 하나가 생각지도 못한 큰 반응을 일으켰어요. 조회수 27만회, 좋아요 971개를 기록했어요. 가장 놀랐던 건, 이 글을 올린 후 단 하루만에 팔로워가 1000명가량 늘었어요. 제가 인스타그램 10년간 얻은 팔로워가 900명입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백종원 대표의 이 한마디, 사람들은 공감을 넘어 열광했어요. 그래서 이 문구의 의미를 풀어서 전달하고 실전 가이드도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간판학개론의 핵심은 이거예요. “브랜드 명+태그라인”
지난 레터에서 “태그라인 플레이북”을 배포했는데요. 백종원 대표의 간판학개론이야말로 태그라인이 브랜드에 왜 꼭 필요한지 알려주고 있어요.
자 그럼, 첫 번째 간판을 달러 가볼까요.
첫 번째 간판, <짜장면 잘하는 집, 춘향>
한 가게에는 <짜장면 잘하는 집, 춘향>이라고 적혀있고, 또 다른 가게에는 <춘향>이라고만 적혀 있다고 해볼게요. 짜장면이 먹고 싶은 손님은 어디에 들어갈까요? 물론 첫번째 가게입니다. 이렇게 두개를 놓고 보면 너무 간단한 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태그라인을 사용하지 않거나 직관적이지 않은 문구를 사용해요. 무얼하는 곳인지, 차별점은 무엇인지를 알려 고객이 와야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 태그라인의 역할이에요.
두 번째 가게 앞에서 누군가는 전라도 한정식 집인가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확인이 필요하니 폰을 들고 검색을 하거나 들어가서 뭘 파는 곳인지 물어봐야 할수도 있습니다. 고객 진입 허들을 스스로 만들어 버린 셈입니다.
동네 길거리가 아니라 온라인에 있는 수백 만개의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그라인의 역할은 더 중요해요. 초창기 토스가 <간편 송금앱, 토스>라고 알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당시 토스가 배포한 모든 보도자료 헤드라인에는 “간편 송금앱”이라고 쓰여 있어요.
“짜장면 잘하는 집”이라는 태그라인은 초기 브랜드에게는 자전거 보조 바퀴예요. 없으면 넘어져버려요. 심지어 첫번째 간판은 태그라인이 브랜드 이름보다 중요해서 앞에 둡니다. 잊지 마세요. 고객은 우리의 멋진 브랜드 이름에 관심이 없어요.
두 번째 간판, <춘향, 짜장면 잘하는 집>
이제 두 번째 간판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브랜드 명+태그라인”입니다.
가게를 열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짜장면을 잘하는 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오는 손님도 더러 보입니다. 단골들도 생겼을 테고요. 그러고 보니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고객군이 다양해졌습니다. 신규 고객군, 오가닉 고객군 그리고 충성 고객군입니다.
신규 고객군은 광고로 유입된 고객이에요. 고객획득비용 CAC(Customer Acquisition Cost)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춘향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고객에게는 ‘짜장면 잘하는 집'이라는 태그라인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오가닉 고객군은 광고 없이 유입된 고객입니다. 지인의 추천이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 고객이에요. 이들이 방문해서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면 충성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에는 ‘춘향'이라는 상호명만 있어도 한정식 집으로 오인하는 일은 없습니다.
충성 고객군은 광고 없이 유입된 고객이자 주변에 바이럴을 만드는 고객입니다. CAC는 제로에 수렴하고 고객생애가치 CLV(Customer Lifetime Value)는 유지되거나 브랜드의 활동에 따라 지속적으로 높아질 거예요.
두 번째 간판을 달았다면 각 고객군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합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홍보를 지속하고 두 번째 방문하는 손님을 위한 쿠폰제도를 도입하거나 단골 손님에게 사장님의 재량으로 군만두를 서비스로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간판, <춘향>
우리 브랜드가 드디어 자전거 보조바퀴를 뗐습니다. 이쯤 되면 단골이나 동네 분들은 ‘춘향'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춘향전보다 짜장면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니 축하할 일! 하지만 안심하긴 일러요. 진입 장벽을 만들어야 해요.
짜장면으로 유명해진 춘향을 방문하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섭니다. 일대가 시끌벅적해질 정도가 되면 필시 인근에는 <짜장면 더 잘하는 집, 가향>이 생겨납니다. 곧 짜장면 거리도 생길 것입니다. 원조딱지가 간판에 하나 둘 새겨집니다. 이제 춘향을 모르는 사람들은 짜장면 거리를 방문해 연예인이나 유명 유튜버가 다녀간 가게에서 짜장면 한 그릇을 먹고 주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십니다. 광고비를 더 많이 집행한 가게가 이기는 치킨, 아니 짜장면 게임이 시작됩니다.
세 번째 간판을 달았다면, 충성 고객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 강화에 착수해야해요. 예를들어 볼게요.
사장님과 친해진 단골 고객은 춘향의 사장님과 안부를 나눕니다. 사장님은 단골 고객에게 짜장면의 맛은 변함이 없는지 서비스에 불편함은 없는지 묻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방문했더니 단골 고객이 냈던 의견이 개선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골 고객의 혜택도 늘어 갑니다. 몇 년이 지나니 확장도 하고 분점도 낸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단골 고객은 제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 줍니다.
짜장면 거리가 생겨도, 신규 가게가 홍보를 아무리 많이 해도 춘향의 팬을 데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수많은 앱등이를 만들어내는 “애플”처럼 말이죠. 오랜 아이폰 유저가 갤럭시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가격, 기능, 디자인이 만족스럽더라도 넘기 힘든 허들이 하나 있습니다. ‘애플을 배신할 수 없어.’라는 강한 로열티입니다.
더본이 내놓은 모든 가게의 태그라인은 “백종원이 하는”이에요. 백종원이 하는 빽다방, 백종원이 하는 홍콩반점. 그래서 “백종원이 한다”는 유일무이한 차별점은 반점을해도 카페를 해도 용인되는 치트키예요. 아시나요? 제주에 있는 백종원이 하는 호텔 “더 본”은 오픈 이래 7년간 투숙율이 96.5%였습니다. 저 숫자는 사실상 풀부킹을 의미하고요. 그 7년에는 코로나 3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규 고객이 많이 찾아오고 충성 고객도 늘어나면서 <짜장면 잘하는 집, 춘향>이 <중국요리 잘하는 집, 춘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송금이 쉬웠던 토스가 “금융의 모든 것”이 된 것처럼요. 팬들이 커피를 원한다면 “커피 잘하는 집, 커피향”이라는 카페를 론칭하여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백종원의 홍콩반점 옆에 빽다방이 생긴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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