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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글로벌 AI 핫플레이스된 사연 [IT여담]


글로벌 빅테크 업계가 생성형AI, 특히 언어모델(LLM)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거대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영어를 쓰지않는 비영어 국가에 글로벌 AI 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어가, 한국이 글로벌 AI 핫플레이스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변에는 새로운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핫플레이스, 한국
구글의 AI바드가 더 강력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의 챗GPT를 자사의 검색 서비스인 빙에 연동하며 포털과 AI, 나아가 모든 앱 서비스에 AI를 도입하는 전략이 빨라지는 가운데 바드의 기술 고도화가 심상치않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구글은 10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대회인 구글I/O를 통해 바드에 팜2(PaLM)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4월 공개된 팜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팜2는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며 5300억개의 파라미터를 자랑하는 한편 스스로 코딩하고 수학난제에 도전하는 등의 기술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챗GPT에 다소 밀리던 바드가 다시 판을 흔드는 순간입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드의 한국어 지원입니다. 일본어와 더불어 한국어를 품으며 언어 스펙트럼을 넓힌 가운데, 영어 외 다음 언어로 한국어를 택한 것 자체가 업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어에 매료된 글로벌 빅테크는 구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챗GPT의 오픈AI가 한국어를 포함시키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가운데 언어번역 플랫폼 딥엘도 한국어 '열공'에 나서는 중입니다. 실제로 야렉 쿠틸로브스키(Jaroslaw Kutylowski) CEO는 8일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딥엘의 프로 버전을 오는 8월 한국에서 오픈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2016년 딥엘은 신경망 기반의 강력한 온라인 번역기 첫 버전을 개발했으며 2017년 8월 영어,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폴란드어, 네덜란드어 서비스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총 31개의 언어를 지원하는 가운데 한국어는 올해 1월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불과 7개월 후 딥엘의 프로 버전을 한국에서 출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한국은 딥엘의 글로벌 5대 시장이 될 것"이라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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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I/O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왜 한국어에 매료됐나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어 '열공'에 들어간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우선은 한국의 뛰어난 ICT 인프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시절부터 지금까지 강력한 ICT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는 적절한 시장에 자사의 서비스를 공개해 테스트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큰 관심을 끄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특유의 호기심도 한 몫합니다. 중국 기업이 빠진 미 CES 현장을 한국인들이 채울정도로 미래비전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기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그와 비례해 AI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실제로 쿠틸로브스키 CEO는 "2023년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인 62%는 AI 제품 및 서비스를 두고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76%는 생활을 바꿀 것이라 봤다"면서 "한국은 AI에 대한 기대가 높고, 시장 확장에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더 근원적 이유는 역시 한국 ICT 특화 서비스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호기심'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구글에게 검색 시장을 내어주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면서, 글로벌 ICT 업계에서 크게 인정받는 플랫폼 서비스를 다수 출시하는 한국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털은 물론 모든 서비스에 AI를 지원하는 트렌드가 강해지는 현재, 한국 ICT의 손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솔루션들은 원천 AI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림자도 짙다

글로벌 AI 기업들의 한국어 '열공'은 곧 글로벌 ICT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는 한국 ICT 업계의 저력을 상징합니다. 나아가 모든 서비스에 AI를 지원하는 트렌드의 중심에 한국 ICT가 위치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커집니다. 좋은 일입니다.

다만 초거대AI 개발 정국에서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영어와 비영어를 포함한 초거대AI를 개발하려는 하이퍼클로바X의 네이버 등에게 글로벌 AI의 한국어 '열공'은 소위 '본진이 털릴 수 있는'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GPT 등으로 한국어 특화 초거대AI를 준비하는 카카오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될 소지도 있습니다.

오픈AI나 구글 등이 한국어 열공을 마치고 특화 서비스에도 빠르게 진출할 경우 리스크는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뛰어난 한국 ICT 업계의 강점이 글로벌 AI 기업 토대에서만 구축되고, 극단적으로 말해 글로벌 AI 기업을 위한 전위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뛰어난 앱 개발자들이 구글 안드로이드 성공에 큰 역할을 했으나 시간이 지난 후 '하청기지'로 전락, 앱 수수료나 얻어맞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오버랩되는 순간입니다.

심지어 딥엘과 같은 초거대AI, 즉 기간 인프라 AI가 아닌 특화 AI 플랫폼마저 한국어 '열공'에 뛰어든 것은 더 씁쓸한 뒷 맛을 남깁니다. 한국어를 매개로 하는 AI 특화 서비스마저 외국 기업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챗GPT의 한국어 수준이 인상적이고 바드가 한국어를 품는다는 것은 한국 AI 시장 확장적 측면에서 좋은 일입니다. 딥엘이 8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딥엘 프로를 출시하는 것도 한국 AI 시장의 저변을 넓혀주는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다만 초거대AI 경쟁에서 한국어 주도권을 외국 기업들이 가져갈 수 있는 점과, 특화 AI 서비스마저 딥엘과 같은 외국 기업에게 몽땅 내어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없는 변화의 연속입니다. 하루 단위로 AI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한국 AI의 기초체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신 단단히 차려야 합니다. 무조건 밀어내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빼앗기지 않을 선에서 단독 전략을 빠르게 전개시키면서 적절한 협력을 끌어내야 합니다. 최소한 협상의 여지는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료출처 : 한국, 글로벌 AI 핫플레이스된 사연 [IT여담] < Life & < IT여담 < 라이프 < 기사본문 - 이코노믹리뷰 (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