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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신사의 경쟁자는 백화점이 될 겁니다


홍대와 성수에서 발견한 가능성

올해 여름에도 무신사의 정기 행사인 '무진장 여름 블랙프라이데이'가 찾아왔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예년과 다른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요. 사상 최초로 온오프라인 동시 행사로 진행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고객들은 홍대 AK플라자 17층에 위치한 500평 규모의 무신사 테라스 홍대에서 직접 옷의 재질과 사이즈 핏 등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온라인과 동일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지난 주말에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았는데요. 워낙 요새 매력적인 팝업 스토어들이 많다 보니, 솔직히 큰 감동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문객들의 행렬에서 무신사가 가진 저력은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무신사 테라스 홍대에 방문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곳은 정말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매장에 갈 수 있는 방법이 1층 구석에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 한대를 이용하는 것밖에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팝업에 나흘간 무려 4천여 명이 방문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끝내기엔 아쉬워서, 홍대에서 성수로 이동하여 이번에는 이구성수에서 진행 중인 이구클로젯 팝업도 들려봤는데요. 이곳에서는 홍대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콘텐츠 큐레이션과 공간 기획 능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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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근 무신사는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경험에 상당히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객과 기획 측면에서 모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능성을 키워 무신사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패션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그림도 혹시 그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무신사에게 오프라인이 필요한 이유

물론 무신사는 심지어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마저, 여전히 판매보다는 브랜딩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라며 선을 긋고 있긴 합니다. 그리고 무신사 테라스나 이구성수, 이구갤러리 등은 확실히 브랜딩 목적의 공간으로 설계된 것이 맞기도 하고요. 특히나 대부분의 경우 입점 브랜드들의 팝업 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처럼 무신사가 그간 오프라인에 꾸준히 투자해 온 근본적인 이유는, 무신사와 함께 커온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필요로 하는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제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효과적인 브랜드 구축에는 오프라인 경험 제공이 필요한데요. 직접 핏이나 재질은 느끼는 것이 중요한 패션의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규모가 작은 브랜드들이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고요. 이러한 이들의 필요를 무신사가 대신 채워주었던 겁니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본인들 중심의 패션 생태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고요.

다만 이번 '무진장 여름 블랙프라이데이' 팝업에는 브랜딩 경험을 넘어서, 실제 판매 효과까지 테스트해 보려는 의도가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무신사 스탠다드는 홍대와 강남 2개 매장 만으로 연 2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걸로 추정될 정도로 오프라인의 잠재력을 확인한 바 있는데요. 여기서 더 나아가 성수 엠프티 오프라인 스토어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오프라인 진출만 성공한다면, 무신사가 추구하는 패션 생태계를 강화시키는 건 물론, 둔화되고 있는 성장세도 다시 가속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내부 준비만 끝났다고 판단된다면 솔직히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백화점이 출동한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무신사가 오프라인으로 향할 시 가장 큰 경쟁자는 누가 될까요? 아마도 백화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 이미 백화점은 무신사와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최근 백화점 역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하면서, 무신사 중심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리오프닝 이후 명품 수요가 주춤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요. 백화점 입장에선 이들 브랜드를 품음으로써 젊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불러올 수 있고, 브랜드 입장에선 '백화점 브랜드'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질 수 있으니 서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 올해 마뗑킴, 아더에러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백화점 입점 때마다 오픈런을 만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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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거두는 매출 효과 역시 상당합니다. 대표적으로 쿠어의 경우 올해 백화점 매장 3개로만 5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올해 전체 매출 목표가 300억 원이니, 오프라인의 비중이 무려 16.7%에 달합니다. 즉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 어쩌면 백화점 입점 및 매장 확대일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이와 같은 백화점 채널의 부상은 결국 무신사가 가지는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패션 시장 내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려면, 주요 브랜드의 신상품 출시와 같은 이슈를 선점하고, 인기 재고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당연히 브랜드 입장에선 가장 의존도가 높은 채널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주도권 상실은 무신사에겐 당연히 뼈아픈 일이 될 겁니다.

사실 백화점도 무신사가 두렵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백화점에게도 무신사는 위협적인 상대라는 점입니다. 백화점이 다른 업태에 비해 가진 특장점은 소비 트렌드를 가장 앞서서 주도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한때는 백화점 입점이 곧 브랜드의 성공이라고 인식되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온라인 채널이 성장하면서 백화점은 이러한 위상을 점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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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안으로 떠오른 곳 중 하나가 바로 무신사였습니다. 무신사라는 채널을 통해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마르디 메크르디 등이 국내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장하였고요. 심지어 패션 대기업 LF 산하의 일꼬르소는 백화점에서 전면 철수 후 무신사 전략 브랜드로 노선을 틀어 새로운 활로를 찾기도 했습니다.

또한 무신사는 무신사 부티크 등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 시장까지 확장 중이기도 한데요. 따라서 백화점 입장에서도 무신사는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언론에서는 작년 실적을 기준으로 무신사가 단일 매장 기준 매출 1,2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제쳤다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이 둘을 묶어 새로운 경쟁 관계로 부각하는 이들이 더욱더 늘어날 것입니다.

과연 브랜드는 누구를 선택할까요?

사실 우리는 이미 쿠팡과 이마트의 대결을 지켜본 바 있습니다. 여기서는 신흥 세력 쿠팡이 이마트를 뛰어넘어, 유통의 왕좌 자리를 차지하였는데요. 다만 무신사와 백화점의 대결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갈 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물론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 건 사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백화점 업계가 오프라인 특유의 강점을 살려 때아닌 고성장을 이어오기도 했고요. 특히 럭셔리 시장에선 워낙 백화점이 그간 쌓아온 프리미엄 브랜딩이 강력하기 때문에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결국 이들의 승패는, 누가 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큰데요. 일단 매출이나 수익성 관점에선, 둘의 우열을 가리긴 어렵습니다. 패션 거래액 자체는 당연히 둘 다 조 단위를 가볍게 넘어서기에, 매출 성장 기회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고요. 명목 수수료 역시 비슷한 수준이라 수익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무신사가 전체 생태계 측면에서 더 많은 것들을 챙기고 있는 건 맞고요. 무엇보다 최근 의욕적으로 진행 중인, 무신사와 브랜드의 동반 해외 진출이 성공을 거둔다면 아마 더 유리한 입지에 올라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당장의 행보만 보면 이들이 진짜 치열하게 경쟁할 거냐 의문을 표할 분들도 간혹 계실 겁니다. 하지만 무신사가 오프라인 역량을 꾸준히 기르고 있듯이, 이미 신세계백화점은 W컨셉을 인수하고, 현대백화점은 EQL을 론칭하는 등 온라인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고요. 더욱이 궁극적으론 한정된 고객의 지갑을 나눠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언젠가는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