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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국내서 통할까..... NFC 단말 보급 · MZ에 달렸다


애플 공식 발표...사실상 현대카드 초반 드라이브
NFC 방식 가맹점, 다른 카드사 행보 시선 집중


애플페이 국내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애플도 8일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2014년 처음 공개된 애플페이는 실물카드가 없어도 간편결제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미국 및 중국 등 전세계에서 5억명이 사용하고 있다.

오는 3월부터 국내에서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페이 등 기존 강자와의 충돌, 나아가 전체 간편결제 시장 및 스마트폰 로드맵 전반을 둘러싼 변화 가능성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 방식은 넷플릭스의 전략과 비슷하다.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 진출할 당시 3위 통신사인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은 바 있다. OTT와의 시너지를 통해 IPTV는 물론 통신 인프라 전반의 기초체력을 키우려던 LG유플러스와, 국내 시장 진출을 시도하며 믿을 수 있는 '결제+콘텐츠 플랫폼'을 찾고 있던 넷플릭스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 이후 LG유플러스는 다소 불리한 계약조건을 감수해 가며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진출 선봉이 되어주었고,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국내 OTT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카드와 넷플릭스의 상황도 비슷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카드사별 개인 신용카드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16.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19.6%의 신한카드, 17.8%의 삼성카드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KB국민카드를 밀어내고 톱3에 이름을 올렸으나 업계의 최강자가 되려면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 현대카드는 NFC 단말기 무상 제공이라는 출혈을 감수하며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 선봉이 되는 길을 택했다. 판을 흔들기 위해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외국 빅테크의 한국 시장 진출 길잡이 역할을 자청하며 시너지를 내는 소위 '넷플릭스 류(流)'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3일 SNS에 한입 베어먹은 사과(애플) 이미지를 올렸다. 출처=갈무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3일 SNS에 한입 베어먹은 사과(애플) 이미지를 올렸다. 출처=갈무리

두 가지 논란 넘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출시를 준비했으나 금융위원회의 강한 반대에 부딪친 바 있다. 애플페이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국외로 이전하는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결제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페이와 같은 국내 간편결제 플랫폼의 경우 카드사들이 플랫폼에 일회용 신용카드 번호인 ‘토큰’을 제공하고, 토큰과 카드번호가 일치하면 결제가 승인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반 카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국내 카드로 사용할 때 국외 결제망을 이용하는 경우는 없다.

애플페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자·마스터 등 국제 브랜드 카드사가 제공하는 토큰을 기반으로 결제한 후 카드 결제 승인을 위해 국내 사용자의 개인 신용카드 번호와 CVC 값, 가맹점 결제 정보를 국제 브랜드 카드사로 이관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그러나 국내 결제 정보를 국외 결제망으로 이전하는 것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및 신용정보법상 저촉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때 애플페이가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해외용 카드에만 사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가로막은 또 하나의 장벽은 리베이트 논란이다. 

애플페이는 집적회로(IC) 칩이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NFC(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를 모두 지원하는 삼성페이와 달리 NFC 방식 하나만 지원한다. 그런데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내외에 머물고 있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들어와도 가맹점 중 10%에서만 쓸 수 있는 셈이다.

이 문제 해결에 현대카드가 나섰다.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출시 선봉장을 자임하며 독점계약을 맺은 후 NFC 단말기를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위해 자기 돈을 쓰며 꽃길을 열어주는 그림이다. 

여기서 리베이트 논란이 불거졌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위해 가맹점에 NFC 단말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 자체가 리베이트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카드 측은 공익적 목적이므로 애플페이 호환 NFC 단말기의 무상 보급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애플페이를 위한 단말기나 소프트웨어를 대형 가맹점에 무상으로 보급하는 것은 리베이트로 간주돼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일종의 절충안을 내며 상황을 일단락시켰다. 우선 결제정보의 해외정보 이동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국내 결제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금융위원회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리베이트 논란에 있어서는 현대카드 측의 국내 배타적 사용권을 배제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내놨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제휴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대신에 현대카드의 NFC 단말기 무상 보급을 허용한 것이다.

이로써 형식상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제휴권은 무효화됐으나 시장에서는 애플페이와의 협상을 마친 현대카드가 사실상 독점제휴와 비슷한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본다.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과 협상에 돌입해 실제 서비스에 돌입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3월 경 먼저 애플페이 서비스를 전개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이 과정에서 애플페이의 파급력을 확인한 카드사들 중 몇몇이 후속 서비스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빨라도 6개월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관건은 단말기 보급, MZ세대, 수수료 문제
애플페이 성공의 첫 번째 단추는 '현대카드가 얼마나 빠르게 NFC 단말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느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약 300만개의 카드 가맹점 중 10%인 30만 개에만 애플페이와 호환되는 NFC 결제가 가능한 가운데, 현대카드의 단말기 보급 속도전 추이에 따라 초반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가 공격적인 NFC 단말기 보급에 나서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애플페이 선호도가 높아지면, 단말기를 무상으로 공급받지 못해도 자발적으로 약 10만원에 달하는 NFC 단말기를 구비하는 가맹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대카드가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한편 수수료 문제도 애플페이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현재 업계에서는 애플이 현대카드에  0.1~0.15%의 수수료율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0.5~1.5%라는 것을 고려하면, 현대카드는 기존 수수료 수입의 10~30%를 애플에 넘겨주는 셈이 된다. 이 사안은 애플페이를 위해 NFC 단말기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며 열을 올리는 현대카드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애플페이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다른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예민한 일이다.

다른 카드사들이 현대카드처럼 NFC 단말기 무상 보급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현재는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애플페이 확산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애플페이가 교통카드 기능을 당장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변수다.

애플 스토어. 출처=픽사베이
애플 스토어. 출처=픽사베이

스마트폰 시장 판도 변할까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페이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흔들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애플페이가 등장하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애플 아이폰으로 넘어가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Z세대에서는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대학생활 정보 공유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 개발사 비누랩스에 따르면 Z세대의 애플페이 서비스 인지도는 전체 90%에 달하며, 갤럭시 사용자 중 애플페이를 인지한 후 아이폰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힌 비율은 36%에 이르렀다. 

애플페이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에는 26%였다. Z세대를 중심으로 애플의 입지가 탄탄한 가운데 애플페이가 스마트폰 선택에 일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큰 틀에서는 얘플페이의 파장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Z세대 일부에서는 애플페이를 이유로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타는 분위기가 일부 나올 수 있으나, 전 연령대에서 애플페이만으로 스마트폰 기종을 바꾸는 일이 벌어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페이가 이미 MST, NFC 기능을 모두 지원하며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상태기 때문이다.

애플페이가 일본과 중국에 진출했으나 스마트폰 시장 변화는 없었던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문화와 라인페이가 버티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크게 확산되지 못했고, 아이폰 점유율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미 보편화된 결제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스마트폰 교체 동기가 되기는 어렵다”면서 “현대카드를 발급받으면서까지 애플페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빛과 그림자

애플페이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낮은 NFC 단말기 보급 등을 이유로 애플페이의 확산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삼성페이라는 강자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애플페이가 확산될 수 있는 여지도 좁다는 평가다. 물론 애플페이가 특유의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IT업계에서는 애플페이 출시가 국내 iOS 생태계 강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애플 자체의 생태계가 애플페이에 의해 확장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단말기 및 수수료, 나아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흐름이 워낙 불리한데다 이를 변화시킬 동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도 리스크다.

현대카드는 금융사고 등의 문제가 터지면 자신들이 선보상하고 정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이다. 사고 발생시 현대카드가 선보상한다는 것이 '표준'이 될 경우 추후 애플과 계약하는 국내 카드사들은 플랫폼 역할을 하는 애플페이 대신 금융사고에 1차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되는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차별 문제도 있다. 최근 국내 금융당국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및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금융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애플페이만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어서다.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 소장은 "애플페이가 넷플릭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성공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마케팅, 특히 수수료 문제"라며 "국내 신용카드회사의 수수료가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낮은 상태에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넘겨주며 지속가능한 모델로 남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카드의 독점제휴가 깨진 상황에서 애플페이와 협상할 수 있는 다른 카드사들의 고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애플페이가 자칫 독이 든 성배, 독사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이 "현대카드는 물론, 추후 협상 가능성이 있는 카드사들이 애플과의 협력에서 데이터적 협력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 이유다.

다만 락인 전략적 측면에서는 예상 외의 효과가 창출될 수 있다.

김 소장은 "많은 은행들이 출혈경쟁을 통해 대학교에 입점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며 "사회 초년생들에게 가장 먼저 금융 서비스를 제공, 미래고객으로 묶어두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현대카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며 젊은 사용자들에게 생애 첫 신용카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서 "기성세대가 애플페이를 이유로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탈 요인은 적지만, 최소한 젊은 사용자들에게 애플페이 서비스는 아이폰 구매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요인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마지막으로 "현대카드가 이러한 락인 전략, 나아가 아이폰 브랜드를 통해 장기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도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애플페이를 통해 현대카드를 생애 첫 신용카드로 선택한 젊은 사용자들이 애플과 현대카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면 판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 애플페이 국내서 통할까..... NFC 단말 보급 · MZ에 달렸다 < IT/스타트업 < IT/스타트업 < 기사본문 - 이코노믹리뷰 (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