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회사가 약과를? ‘할매니얼’에 진심인 SPC삼립 - 전통 디저트 브랜드 ‘대한과자점’ 인터뷰
약과 열풍이 처음 일었을 때 속으로 생각했다. ‘약과라니… 길어봐야 3개월은 갈까?’ 착각이었다. 2030 여성으로 대표되는 ‘할미 입맛’은 무시할 게 못 됐다. 유명 약과점을 향한 ‘오픈런’은 예사요, 제과 업체가 시범 출시한 퓨전 약과는 금세 상시 상품으로 전환됐다. 편의점 업계마저 앞다퉈 신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니, 열기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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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시장에 국내 대표 제빵 기업이 뛰어들었다. SPC삼립이 지난 3월 전통 디저트 브랜드 ‘대한과자점’을 론칭한 것. 삼립호빵과 보름달빵, 포켓몬빵 등으로 유명한 SPC삼립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와 함께 SPC그룹을 구성하는 종합식품기업이다.
새 브랜드까지 출범할 정도니 SPC삼립이 ‘할매니얼 공략’에 얼마나 진심인지 짐작할 수 있다. 대한과자점은 ‘프리미엄 전통 디저트 브랜드’를 표방한다. 1년여 간의 연구 끝에 탄생한 특유의 맛과 전통 문양을 활용한 고급 패키지가 차별화 포인트로, 현재 3종의 약과 상품(조청모약과, 약과타르트, 약과쿠키)을 출시했다.
SPC삼립이 대한과자점 론칭을 결정한 건 약과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SPC삼립에 따르면, 기존 약과 상품인 ‘미니꿀약과’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 이상 증가했다.
대한과자점 론칭을 담당한 SPC삼립 케익디저트 마케팅팀 최승리 대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프리미엄 약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남동에 문을 연 약과 카페 브랜드나 약과 맛집 오픈런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죠. 상반기 미니꿀약과 판매량까지 급격히 늘었으니 ‘때가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삼립을 움직인 할매니얼 트렌드
약과 열풍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인약과’ 붐이 일었을 때다. ‘약과 사러 줄 선다’는 신조어 ‘약켓팅’이 이때 등장했다. SNS로 퍼지던 약과 입소문은 지난해 들어 탄력을 받는다. 네이버데이터랩에 따르면, 현재 약과 검색량은 다른 디저트류(쿠키, 휘낭시에, 마들렌 등)를 크게 압도한다.
이에 따라 국내 전통 디저트 시장도 매년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한국 디저트 시장 규모는 할매니얼 키워드가 처음 등장한 2020년 약 13억 원에서 2022년 약 15억 원으로 17.6% 증가, 내년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요컨대 할매니얼 약과 시장에 돈이 모이고 있다는 뜻이다.
‘포켓몬빵 만드는 회사’가 약과 브랜드를 출범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SPC삼립은 약과 열풍을 ‘반짝 유행’으로 여기지 않았다. 할매니얼 트렌드의 근간에는 젊은 층의 ‘뉴트로(복고 제품이 새롭게 유행하는 현상)’ 심리가 존재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할매니얼 트렌드는 뉴트로에서 기인합니다. 뉴트로 열풍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하나의 식문화로 고도화 되는 과정 속에서 전통 과자에 호기심을 보인 MZ세대를 중심으로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요. 뉴트로가 지속되는 한 할매니얼도 계속 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콘텐츠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생산하는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 현상도 약과 열풍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약과 열풍 초기에는 단순한 약과 리뷰 정도로 트렌드가 형성됐지만, 지금은 ‘꿀조합 레시피’ ‘약켓팅 요령’ 등 연관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 되고 있다.
결국은 맛, 1년의 연구 개발
많은 전통 디저트 중 유독 약과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SPC삼립은 젊은 층의 입맛 변화에서 원인을 찾았다.
최 대리는 “2020년대 초까지는 사람들이 ‘초자극적인 맛’에 열광했지만, 요즘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일컫는 ‘슴슴한 맛’이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꿀을 사용한 건강한 간식이라는 인식과 호불호가 없는 은은한 달콤함, 특유의 꾸덕한 식감이 약과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색다른 맛도 소위 ‘요즘 약과’의 특징이다. 쿠키나 타르트 등 서양 디저트와 결합한 퓨전 약과는 물론, 아이스크림이나 참깨, 땅콩 등 토핑을 활용한 제품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극단적으로 치우쳐진 식감-매우 촉촉하거나 바삭하거나 목이 막힐 정도로 꾸덕한-의 약과 수요도 늘고 있다.
SPC삼립이 승부수를 띄운 부분도 바로 여기. 차별화된 맛과 식감을 위해 ‘조청모약과’ 연구 개발에만 꼬박 1년을 투자했다.
먼저 성형 단계에서 모약과 특유의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밀가루의 양, 수분함유량 등의 조건을 다양화해 최적의 물성을 찾아냈습니다. 고소하고 진한 시나몬 풍미를 내기 위해 반죽에 다양한 원료를 추가로 투입했고요.
이어지는 유탕처리 단계에서 기름의 온도와 튀기는 시간 등 다양한 생산조건 변화를 통해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즙청 공정도 강화해 속까지 진한 달콤함을 구현했어요. 약과 반죽을 튀겨 조청이나 꿀 등에 재우는 과정을 즙청이라고 하는데요. 이 과정을 늘려 두꺼운 두께임에도 안쪽까지 단 맛이 촉촉하게 밸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어 고소함을 더했지요.
좋은 약과는 서로 나눠야
이번 약과 열풍에는 마케팅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단순히 약과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물 목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남동에 문을 연 프리미엄 약과 카페가 대표적인 사례. 약과 선물 세트 한 팩 가격이 6만 원에 육박하지만, 입소문이 퍼져 예약 없이는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관련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연구소 인크로스 데이터랩은 <할매니얼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SNS에서 핫한 약과 브랜드에는 ‘엄마’ ‘언니’ ‘친구’ 등의 연관 키워드가 두드러진다”며 “할매니얼 사이에서 약과를 지인과 함께 공유하려는 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SPC삼립 대한과자점도 바로 이 부분에 주목,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선물 세트 상품을 별도로 구성해 나전칠기와 정관헌 등 우리 전통 문양을 디자인에 녹여 ‘고급 선물용’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질 좋은 약과 원재료를 사용한 것은 물론, 10여 종류의 자개박 샘플링 테스트를 진행해 포장지에 들어가는 나전칠기 문양을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했으며, 환경을 고려해 콩기름 잉크로 패키지를 인쇄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 대한과자점 패키지 전통 문양에 담긴 의미는?
✅ 장인정신
‘나전칠기’는 우리나라의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고급 장식 기법. 대한과자점이 선보이는 제품 역시 고급 원료를 사용해 정성스럽게 기획된 제품이라는 뜻에서 나전칠기를 디자인 요소로 풀어냈다. 특히 실제 자개박을 합지하여 나전칠기 느낌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10여 종류의 자개박 샘플링 테스트를 수차례 진행, 실제 나전칠기와 가장 유사한 자개박을 적용했다.
✅ 독창성 및 유산의 계승
용을 형상화한 대한과자점 브랜드 로고는 대한제국 황제의 ‘국새’에서 영감을 얻었다. 패키지 곳곳에 황실을 상징하는 꽃문양 ‘이화문’을 함께 장식해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독창성과 고유의 유산을 계승하자는 의도를 반영했다.
✅ 궁중 전통디저트의 확산
대한제국 황제 고종이 다과를 즐긴 곳으로 알려진 덕수궁 내 ‘정관헌’의 기둥과 아치를 디자인 요소로 반영했다. 조선왕조부터 대한제국까지 궁중에서 즐기던 다양한 전통 디저트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조청모약과에 이어 약과타르트와 약과쿠키 등 퓨전 약과 상품을 잇달아 선보인 대한과자점은 향후 매작과, 한과, 주악 등 다양한 궁중 디저트 상품을 순차적으로 출시, 국내를 대표하는 전통 디저트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국내 약과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한과자점이 전통 디저트를 떠올렸을 때 단번에 연상되는 ‘국가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결국 MZ세대 소비 심리가 관건
하나의 브랜드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지속적인 먹거리’가 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대한과자점의 등장은 할매니얼 트렌드가 돈이 된다는 명확한 방증이기도 하다.
SPC삼립은 ‘섞어 먹기’와 ‘나눠 먹기’로 대변되는 약과 트렌드를 분명하게 읽고 있다. 출시한 3종의 제품만 해도 이미 인기가 검증된 퓨전 약과이며, 프리미엄화를 꾀해 선물용 시장도 적극 공략 중이다.
다만, 최근 약과의 인기는 때때로 희소성에 방점이 찍히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프리미엄 약과라도 ‘더 구하기 어려운 것’에 끌리는 게 MZ세대의 특징이다. SPC삼립은 지난해 ‘포켓몬빵 신드롬’을 일으키며 MZ세대를 통해 큰 재미를 본 바 있다. ‘제2의 포켓몬빵’의 등장은 결국 이들의 소비 심리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출처 : 포켓몬빵 회사가 약과를? ‘할매니얼’에 진심인 SPC삼립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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