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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투자 유치 이후의 과제와 전망은
최고관리자2023-08-02
이번 투자 유치가 가진 진짜 의미
무신사가 기업 가치 3조 원 중반을 인정받으며, 2,000억 원 이상의 신규 자금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는 우선 기업 가치를 이전보다 올리면서 동시에 대규모 자금 수혈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 특별합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은 생존을 위해 기업 가치가 깎이는 것을 감수하며 신규 투자에 나서곤 했는데요. 무신사는 시장의 흐름과 상관없이, 자신들이 매력적인 투자처임을 증명한 겁니다. 물론 이는 동시에 무신사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 호황기에 라운드를 돌았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더욱이 꾸준히 이익을 내온 무신사에게 현금이 그리 급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신사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오히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는 기업들을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경쟁자들이 위기를 겪는 동안, 이들은 오히려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역량을 키워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서곤 했습니다. 많은 유니콘들이 상장을 철회하는 가운데 고집스럽게 기업 공개를 강행했던 쏘카의 박재욱 대표 역시,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려운 시기에도 상장을 택했다"라고 밝히기도 했고요. 이처럼 시장이 어려울수록, 자산의 가치는 떨어지기에 투자하기엔 좋은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여,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에 나선다는 것이 아마 이번 투자 유치에 숨어 있는 무신사의 속내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결국 성장
그렇다면 무신사는 이번 투자로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무신사 측에 향후 검토 중인 투자 계획에 대해 문의했을 때는, 신규 사업을 고려한 인수 합병, 우수 인재 영입, 글로벌 진출, 물류 효율화, 브랜드 발굴 및 직접 투자, 오프라인 사업 확대라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주시긴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올 1월 무신사가 추가 투자 유치를 모색 중이란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이 중에서 글로벌과 물류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요. 상반기가 지나면서 다소 상황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우선 시장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무신사의 성장 둔화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무신사가 혁신의숲 데이터 기준으로 상반기에만 여전히 20% 가까이 성장 중이며, 7월 초 진행된 무진장 블랙 프라이데이가 누적 1,400억 원 판매고를 달성하며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긴 했지만요. 3조 원 중반대의 기업 가치에 걸맞은 성장성을 보여주려면 이보다 더 달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시장 자체가 쉽사리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치명적인 부분입니다. 무신사는 그간 카테고리를 확장하여 핵심고객의 구매금액을 늘리는 전문관 전략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 왔는데요. 시장 자체가 커지지 않으면, 기존 고객의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신사에게는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오는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글로벌이나 물류 투자는 미래지향적 일지는 몰라도, 당장 내년의 성장 대안이 되기는 어렵고요.
제2의 29CM가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무신사에게 가장 적합한 다음 스텝은 신규 사업을 고려한 인수 합병이 아닐까요? 이미 무신사는 29CM 인수로 상당한 효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무신사는 남성 고객에서 여성 고객으로 핵심 고객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었고요. 더불어 29CM 역시 브랜드 여성 패션을 리딩하는 위치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기존에 무신사가 잡지 못한 고객을 가진 플랫폼 인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요. 예를 들어, 퀸잇과 같이 4050 여성 고객을 가진 곳을 품는다면, 다른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는 것은 물론, 온라인을 넘어 국내 전체 패션 시장에서의 압도적 플레이어로 올라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인수합병 형태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아직은 온라인 침투율이 낮아 규모는 작으나, 시장 지배력이 높은 플랫폼을 대상으로 시도하면, 빠르게 해당 국가 내 자리 잡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더욱이 물류나 오프라인 투자를 본격적으로 하기엔, 이번에 수혈한 2천억 원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인수 합병의 경우 지분 교환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무신사가 정말 인수합병을 통한 추가 성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면, 골든타임이 생각보다 길지는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잡히면서, 금리 인상 속도도 조절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무신사가 무언가 놀라운 소식을 한번 더 전해줄 수 있을지 앞으로도 유심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