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ATM·PSG 불렀다’ 쿠팡이 스포츠 마케팅에 진심인 이유
오늘 저녁 5시, 부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시나요?
이번 주, 무더위 속에서도 사람들-특히 축구팬-의 발길을 야외로 이끈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쿠팡플레이 시리즈’인데요.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에서 운영하는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가 주최로 나서, 스포츠 마케팅 일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클럽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리고 프랑스 리그1의 파리 생제르맹(PSG)을 한국으로 초청해 화제가 됐습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란? 쿠팡이 주최하는 축구 프리 시즌 시리즈. 유럽 유명 축구단을 한국으로 초청해 올스타전이나 친선경기 형식으로 K리그1 소속 팀 및 유럽 구단들끼리 맞대결을 주선한다. 2022년부터 시작됐으며, 2022년에는 손흥민의 소속팀인 EPL 토트넘과 프리메라리가 세비야 2개 구단이 참가했고 2023년에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리고 프랑스 리그1 소속 파리 생제르맹(PSG)과 전북 현대가 참가한다. |
지난 7월 27, K리그 올스타전으로 치러진 팀 K리그vs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1차전을 시작으로 7월 30일 맨체스터 시티vs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차전이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오늘(3일) 부산에서 열리는 PSGvs전북 현대의 3차전이 예정되어 있죠. 이강인 이적으로 PSG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가운데 열리는 경기인 만큼 3차전 역시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질 듯한데요.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참가한 팀들 모두, 축구팬뿐만 아니라 축구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쟁쟁한 구단들입니다. 그렇다면 스포츠와 관계 없어 보이는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이들을 불러모은 이유는 대체 뭘까요? 수조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월클(월드클래스)’ 스타들을 보유한 이런 구단들은 초청비만 해도 어마어마할텐데 말이죠.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위해 한국을 찾은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 이적료만 1050억 원으로 추산되는 슈퍼스타다. / 쿠팡 보도자료생존을 위해 스포츠를 선택한 쿠팡
쿠팡은 꽤 일찍부터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했던 기업입니다. 특히 자사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를 출시한 후, 스포츠 마케팅은 쿠팡의 중요한 활로가 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우선 기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새벽배송과 고급화 정책으로 파이를 넓혀가던 마켓컬리, 포털 사이트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네이버 쇼핑 등 막강한 경쟁자들이 출현해 쿠팡을 위협하고 있었죠. 게다가 쿠팡플레이는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 왓챠, 티빙, 웨이브 등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OTT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로켓배송을 주 무기로 한 와우멤버십(유료) 서비스에 쿠팡플레이 구독권을 연계해 초반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것 외에도, 생존을 위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독자적인 콘텐츠를 앞세워 가입자 수를 끌어모으던 OTT 시장에서 쿠팡플레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OTT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콘텐츠가 필수적이었죠.
쿠팡은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오리지널 드라마, 영화 제작 대신 스포츠 쪽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물론 아예 제작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타 플랫폼과 비교하면 거의 손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TV보다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보는 인구가 확연히 많아지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OTT 가입자가 늘어나던 시기라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텐데요.
쿠팡플레이는 2021년부터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다,쿠팡플레이의 킬러 콘텐츠로 스포츠를 점찍은 쿠팡은 대한민국이 배출한 ‘월클’ 슈퍼스타 손흥민에게 주목합니다. 당시 손흥민이 출전하는 EPL 경기는 SPOTV NOW를 통해 중계되고 있었는데, 쿠팡플레이에서도 토트넘 경기를 볼 수 있게 된 거죠.
이때까지는 아직 전략적 제휴를 통한 중계 수준이었으나, 쿠팡플레이는 스포츠에서 가능성을 찾은 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포함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와 미국 내셔널 풋볼리그(NFL) 등으 스포츠 중계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토트넘 친선경기를 메인으로 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 확실한 결과물을 수확했습니다. ‘손흥민 효과’를 노린 지난해 쿠팡플레이 시리즈, 두 번의 토트넘 경기에서 UV 300만 명을 기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월드컵 다큐멘터리, K리그 중계 등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유료 멤버십 가입자를 200만 명 증가시키는 결과도 얻어냈습니다. 올해 치러진 ‘쿠팡플레이 시리즈’도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충분히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죠.
스포츠의 ‘락인’ 파워
‘쿠팡플레이 시리즈’의 효과에 대한 기사를 여럿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MAU의 증가와 신규 사용자의 연령대였습니다. 닐슨코리안클릭의 조사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MAU는 2021년 1월 81만명에서 올해 6월 506만명으로 6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죠. 또, 모바일인덱스 리포트 조사에서는 올해 1월 쿠팡플레이를 새로 설치한 사용자 중 39.2%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월 이달의 인기 앱 순위 / IGAW마케팅클라우드스포츠 이벤트의 주 수요층이 203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플레이를 통해 이들을 쿠팡과 연계된 유료 멤버십으로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해 보입니다. 쿠팡의 주 고객 타깃층 역시 2030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스포츠는 드라마나 영화 같은 콘텐츠에 비해 락인 효과가 뛰어난 편입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면, 화제성 높은 드라마를 보기 위해 OTT에 가입한 구독자의 경우, 해당 드라마가 끝난 뒤 다른 볼 거리를 찾지 못하면 쉽게 이탈합니다. 그러나 스포츠 팬들은 내가 응원하는 팀이 오늘 졌다고 해서 곧바로 구독을 끊지는 않는 법이죠. 쿠팡플레이가 대표팀의 A매치나 월드컵 중계, 친선경기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각 리그 독점 중계를 진행하며 스포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농놀’이 보여준 스포츠 마케팅의 또다른 가능성
물론, 꼭 비싼 돈을 들여 해외 유명 구단을 초청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닙니다. 타깃층의 니즈를 파악하고,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죠.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선보인 MD 상품 ‘공아지’처럼요.
‘공아지’는 지난해 10월 통영에서 열린 KBL컵대회에서 처음 선보인 MD상품이었습니다. 오프라인 판매를 앞두고 KBL이 ‘공아지’를 공개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요, 현장에서도 가장 먼저 매진됐고 온라인으로 재입고 판매한 500개도 순식간에 품절됐습니다.
KBL은 올해 초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불러온 ‘농놀(농구 놀이, 농구 덕질)’ 바람에 효과적으로 올라타고 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게 이런 걸까요? 추억의 만화영화였던 <슬램덩크>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농구 자체에 대한 관심도 급상승하자, 때를 놓치지 않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연관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상무 변준형 선수와 슬램덩크 강수진 성우를 캐스팅해 북산고vs산왕공고 경기를 게임으로 중계한 영상은 조회수만 99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죠.
KBL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한 북산고vs산왕공고 경기 / KBL 유튜브<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시작된 ‘농놀’ 바람은 웹툰 <가비지 타임>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브랜드가 ‘농놀’을 즐기는 타깃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비지 타임>과 콜라보를 시도했죠. 가장 최근에는 LG 유플러스가 <가비지 타임>과 협업을 통해 갤럭시Z 플립/폴드5 가비지 타임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고요. 이 가비지 타임 에디션은 LG 유플러스에서 운영하는 서울 강남 ‘일상비일상의틈’ 팝업 스토어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LG 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 갤럭시Z 플립5/폴드5 팝업 스토어 내 <가비지 타임> 협업 부스 모습기본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은 팬덤 마케팅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높은 충성도와 지속적인 애정을 보장하는 스포츠 팬덤은 매력적인 타깃층이죠. 그리고 스포츠 팬덤의 범위는 축구나 농구, 야구 같은 ‘종목’ 자체의 팬덤 혹은 특정 구단, 혹은 선수, 그리고 위에서 소개한 <가비지 타임>처럼 스포츠를 소재로 한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등까지 폭넓게 확장될 수 있고요. 스포츠 마케팅은 바로 이런 이들을 우리 브랜드의 팬덤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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