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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있는 회사가 되는 방법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 인건비가 오르는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경쟁사들의 인재유치 경쟁이 주 원인이 될 것이다. 협상 중에 가장 중요한 협상은 바로 인재유치에 관한 협상이고, 그 과정에서 연봉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좋은 인재들에게 합당한 연봉을 제공하면서 계속해서 회사를 함께 하고싶은 대표의 마음은 굴뚝같겠으나, 시리즈A, B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도, 갓 코스닥(KOSDAQ)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도 역시나 아직까지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상 대기업만큼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 어렵다. 창업한지 10년된 특허법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잘 성장한 직원이 큰 기업으로 스카웃 된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브랜드가 업계에서 어느정도 인정받은 것이라고 (일단) 자기위안을 해보자.

약자인 우리들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아웃라이어/티핑포인트 저자)이 쓴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첫째, 약자는 강자에 비해 더 창의적이고, 더 새로운 전략을 시도해야 한다. 강자(대기업)는 기존의 방식(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 새로운 방식을 구사하는 약자(소개업)에게 당황할 수 있다. 둘째, 약자는 강자에 비해 더 필사적이어야 한다. 강자는 패배해도 큰 피해를 입지 않지만, 약자는 패배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다. 필사적인 마음은 약자의 승리에 큰 동력이 된다. 셋째, 약자는 강자에 비해 더 협력적이고 공동체 의식이 강해야한다. 강자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약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협력적인 태도는 약자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트렸듯,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다. 약자인 스타트업도 좋은 인재를 회사에 모셔올 수 있다. 하지만, 강자들이 행하는 방식으로 정면대응해서는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없다. 아무리 투자금을 많이 받은 스타트업이라고 하더라도, 스카웃하려는 인재에게 네이버, 카카오보다 더 많은 연봉을 줄 수 있는가? 우리는 강자들의 싸움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윗은 기존의 강자인 골리앗의 싸움방식인 ‘칼과 방패를 들고 하는 일대일 대결’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다윗은 골리앗이 예상하지 못했던 ‘투석병’이 되어 골리앗의 이마를 정통으로 맞춰 쓰러트렸고, 골리앗이 쓰러진 사이 접근하여 그의 목을 베었다. 싸움의 방식을 다윗 자신의 것으로 만든것이다.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들에게는 신념이 있어야한다. 성경속의 인물인 다윗도 골리앗과의 일대일 대결에 나서기 전 계시를 받았다. 이는 확실한 신념 또는 ‘비전’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좋은 인재를 모시기 위해서는 그 인재를 감동시킬 확실한 비전(신념)이 있어야 한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만든 빌 게이츠는 2002년 하버드 대학 연설에서 “돈은 좋은 인재를 끌어오지만, 좋은 인재는 돈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믿기 때문에 남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업이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명확히 제시하고,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의 명언은 인재유치에 있어서 돈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비전 있는 회사가 되는 방법’은 아주 쉽다. ‘비전’을 글로 쓰고 회사에 게시하면 된다. 기술창업 기업들의 경우, 비전을 글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회사 구성원들에게 명확히 선포되어 있지 않으면, 회사는 ‘일이 주어지는 대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기술기업이나 전문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회사의 구성원들은 당연히 그에 걸맞는 능력이 있을 것이고, 경영진은 영업을 잘 해올 것이다. 하지만, 비전이 글로 존재하지 않은 회사의 영업은 결국 ‘갑(甲)’을 위해 회사 구성원들의 시간이 돈으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고, ‘일이 주어지는 대로’, ‘어쩔 수 없이’ 계속 돈을 위해 굴러가는 구조가 지속될 것이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스스로 일의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되고, 결국 ‘연봉’만이 그 회사에 계속 근무하는 유일한 이유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경영진은 ‘우리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즉 ‘비전’을확실하게 제시해야한다. 비전이란 ‘회사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습 내지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만들기 어렵다면, 일단 우리회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자. 그리고 그것의 미래형을 만들어보자. 전 구성원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한 문장에 담아보자. 기술적 해결방법과 솔루션만 집중해온 기술창업 기업가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회사내의 문과 출신 인재들과 논의를 해보자. 없다면, 가장 우리 회사를 잘 아는 지인에게 물어보자. 또는, 고객중 우리 회사를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왜 우리랑 일하는지를. 왜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고, 왜 우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지를. 그리고 그 대답을 기반으로 우리가 제공하는 ‘현재의 가치’를 찾아보자. 그 가치를 최대한 미래의 방향으로 확대하여 목표로 설정한 것이 바로 우리 회사의 ‘비전’이 될 것이다.

비전은 회사의 ‘하고 싶은 일’이다. 회사가 ‘하고 싶은 일’은 직원의 ‘해야 할 일’이 된다. 그것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의 고용계약이다. 개인으로 초점을 맞춰보자. 개인의 ‘하고 싶은 일’과 그가 ‘해야 할 일’이 같다면, 개인은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 돈도 벌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성공한 예술가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작가 쿠사마 야요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 호박에 점찍는 일을 주로 하는데, 사람들이 자꾸 돈을 준다. 루이비통에서도 자꾸 콜라보를 하자고 하면서 돈을 준다. 하지만 99%의 사람들은 회사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지 않는다. 개인(회사원)의 욕망과 집단(회사)의 욕망이 일치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간격을 좁힐 수는 있다.

회사가 ‘하고 싶은 일’은 그 회사의 ‘비전’에 담겨있다. 계속해서 변화, 발전되겠지만, ‘비전’을 표현한 그 문장 속에는 회사의 목표가 분명히 담겨있는 것이다. 만약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비전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너무 거리가 멀어서 스트레스가 크다면,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 그 회사에 계속 다녀서는 안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떠나거나, 회사의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계속 곰곰히 생각하고, 스스로가 조직내에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경영진으로서는 스스로 회사의 ‘비전’을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세웠는지 매일매일 읽어봐야한다. 목표가 불명확하다면, 직원들은 회사의 목표에 공감하지 않을것이고, 회사는 돈 되는 일 중심으로 굴러가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우리 ‘특허법인 BLT’의 비전이 담긴 패널을 읽어본다.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더 미래지향적이고, 더 많은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오랫동안 행복하고 싶다. 우리 BLT가 더 많은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더 많은 직원들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첫발은 우리의 ‘비전’을 만들고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하는 일이다. 계속 ‘새로고침’해서 목표를 발전시키고 문구를 다듬자. 생각한대로, 꿈꾸는 대로 될 것이다.

원문 : 비전 있는 회사가 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