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습관처럼 할 수 있는 시장조사 방법 4가지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할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소비자조사를 꼽습니다. 소비자가 경쟁 제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소비자가 이 카테고리에 한 달 평균 얼마를 쓰는지, 소비자가 왜 하필 그 제품에 돈을 쓰는지, 소비자가 지금의 소비에 만족하고 있는지. 소비자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게 제가 시장조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보통 몇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진득하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게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철 이동 중에, 온라인 쇼핑 중에, 카톡 중에 아주 우연히 발견한 소비자들의 언어가 가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주기도 합니다. 사업을 준비하시는 분이나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스마트폰만 가지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시장조사 방법 4가지를 소개합니다.
1. 네이버 지식인, 블로그, 카페 탐색
네이버의 모든 영역에 광고가 판치고 있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광고글'과 '광고가 아닌 글' 정도는 누구나 구분할 수 있습니다. '광고가 아닌 글'을 적는 사람들은 보통 이 영역에 거짓말을 적지 않습니다. 굳이 시간을 들여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면서 '이 글을 보는 마케터를 속여야지~'하며 즐거워하는 정신 나간 사람은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정말 어떤 지식이 궁금해서 지식인에 질문을 남기고, 정말 내 일상의 생각을 기록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정말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카페에 가입해 글을 씁니다. 검색창에 내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련된 키워드를 입력한 후, 지식인이나 VIEW탭을 눌러 하나씩 천천히 읽어보세요. 아르바이트비를 주고 섭외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참여자보다 훨씬 더 솔직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캠핑 의자' 검색 후 VIEW탭을 누른 화면 캡처
마케터는 고객들의 언어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 ~는 어떻게 하나요? : ~하는 방법에 대한 콘텐츠를 써봐야겠다.
- ~추천해주세요! : (글과 댓글을 읽은 후) 사람들은 이런 기준을 가지고 ~관련 상품을 고르는구나.
- ~는 진짜 엉망이었어요, ~해서 속상했어요.... : 이런 것들이 고객 경험을 망치는 포인트구나.
2. 대안 리뷰 탐색
시장조사를 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방법은 내가 소비자가 되어보는 겁니다. '커피머신'을 개발하거나 마케팅한다면 직접 커피머신을 온라인에서 사보는 것이죠. 내가 내 돈을 얼마나 깐깐하게 쓰는지 알아야 고객의 깐깐한 마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커피머신의 리뷰 캡처
직접 쇼핑을 해보면 구매 고객의 리뷰(이것 마저 조작하는 쇼핑몰이 많지만....)가 제품 구매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리뷰들이 마케터에게는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 불만족 포인트를 알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단순히 리뷰 포인트를 받기 위해 '좋아요~'라고 대충 적는 분들도 많지만, 그 사이에서 아래와 같은 리뷰들을 발견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 네이버 쇼핑이 제공하는 리뷰 주제 분류를 보고 : 이 제품을 평가하는 고객들의 기준이 대략 10가지 정도네. 상세페이지에 이걸 기준으로 잡아서 우리 제품의 강점을 녹여보면 좋겠다.
- ~때문에 샀는데... : 이 제품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이럴 때구나. 고객이 공감할 문제를 메시지로 풀어낼 때 이 내용을 사용해볼까?
- 저는 ~로 쓰고 있는데 이것도 괜찮아요! : 원래 용도와 다르게 쓰는 분들도 있구나. 생각 못했던 타겟이네. 광고 소재를 따로 만들어서 이 타겟들에게도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 2개 구매해서 부모님 하나 드렸어요 : 부모님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상품 구성을 하나 새롭게 만들어볼까?
3. 카카오톡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시장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친한 친구나 편한 지인들과 하는 일상의 대화에는 억지로 만들거나(광고) 부풀리는(과장광고) 의견들이 끼어들지 않습니다. 성격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잘 아는 고객 표본들이 우리 주변에서 의견을 쏟아내주고 있죠.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제품의 타겟이 내가 잘 아는 지인과 정확히 일치하면 일이 훨씬 수월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꼭 타겟이 아니더라도, 대화방에 다음과 같은 대화들이 오갈 때는 화면 캡처를 해두거나, 메모장에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 와 오늘 ~하는데 진심 짜증 났었음 : 친구가 겪은 이 일이 다른 많은 사람들도 겪는 일(불편)인가?
- 이거 봐바 ㅋㅋㅋ 진짜 개추천 ㅋㅋㅋ :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콘텐츠, 제품에는 어떤 공통점들이 있을까?
출처 : 카카오 비즈니스 가이드 캡처
꼭 대화방이 아니더라도, 카카오톡 내에서 보이는 비즈보드나 디스플레이 광고들 중 끌리는 카피나 사진들을 캡처해두면 경쟁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전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4. 메모장 활용
'소비자조사'의 소비자에는 '나'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불편이 실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겪고 있는 불편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자신이 겪은 불편함을 해결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 성공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마켓컬리는 컨설팅 회사에 재직하던 시절 바쁜 일상 때문에 건강한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는 창업자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와이즐리는 창업자가 마트에서 면도기를 구매하면서 느꼈던 가격적 불합리함을 해결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지금 제 메모장에는 이런 내용들이 적혀있습니다.
- 인터넷으로 지구를 연결하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왜 아직도 맨날 그 지옥 같은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걸까? 단순히 교통망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업무 방식을 혁신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 반려동물은 고양이 똥냄새를 인간의 향수처럼 느끼는구나. 인간한테는 너무 악취인데.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향과 인간이 좋아하는 향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향으로 반려동물 샴푸나 미스트 등의 케어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서로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 버튼 하나로 내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검색창의 모든 광고를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포털의 광고 수익이 줄테니까 절대 안 하겠지? 만약에 된다면 마케터는 어떻게 고객한테 접근하지? 콘텐츠에 더 집중하는 환경들이 만들어질까?
꼭 메모장이 아니어도, 노션이나 에버노트 같은 생산성 툴에 이런 고객의 이야기를 모으는 습관을 가지면 누구보다 시장 기회와 통찰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시도해보세요. 성공하는 모든 사업, 마케팅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솔직한 마음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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