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티빙, 웨이브로 대표되는 국내 토종 OTT 서비스들은 보다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심지어 이들은 인상은커녕, 적극적인 구독료 인하 프로모션을 펼치는 등 오히려 실질 가격을 낮추고 있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수익이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은 글로벌 OTT와 국내 OTT 모두 동일한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현재 둘이 처한 상황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장은 멈추고, 경쟁 압박은 심화되고
지금처럼 OTT 시장에 위기가 찾아오게 된 것은 엔데믹 이후 성장이 정체되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유료 가입자 수는 알 수 없지만, 앱 트래픽 데이터를 통해 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 추정 가능한데요. 대표적으로 시장 1위 플레이어인 넷플릭스의 MAU는 1,200만 내외에서 성장이 멈춘 상황입니다. 다만 문제는 토종 OTT들의 MAU 역시 정체되며,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속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유료 가입자 수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이러한 임계점을 넘은 넷플릭스와, 국내에선 규모가 밀리지만 글로벌 기준으론 역시나 동일하게 일정 수준을 확보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와 달리, 국내 사업자들은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이처럼 1등과의 격차는 줄지 않아 답답한 가운데, 하위 플레이어들의 추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MAU 기준으로 티빙을 제치고 한때 국내 OTT 시장 1위 사업자가 되기도 하였고요. 디즈니플러스마저 무빙의 기록적인 흥행 이후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특히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쿠팡플레이입니다. 쿠팡 로켓와우 회원이면 무료로 이용 가능하기에, 가격적인 측면에선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는 데다가, '나는 솔로' 같은 인기 콘텐츠 역시 동일하게 가지고 있어서요. 만약 티빙이나 웨이브가 섣불리 가격 인상을 했다가는, 기존 유료 가입자의 대규모 이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 토종 OTT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여 수익을 보전하기보다는, 가입자당 수익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가입자 수를 어떻게든 늘리는 방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고 있는 셈입니다.
가격보다는 콘텐츠가 먼저 아닐까요?
하지만 이러한 가격 인하를 통한 가입자 수 확대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나 쿠팡플레이 역시 처음부터 현재의 이용자 트래픽을 확보했던 건 아닙니다. 쿠팡플레이는 손흥민 축구 경기와 SNL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고요. 넷플릭스 역시 초기 킹덤 덕분에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가 무빙을 통해 유사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고요. 더욱 무서운 건 이러한 콘텐츠 격차는 쌓일수록 경제의 해자는 더욱 깊어진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OTT 플랫폼의 성장에는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이 필수적입니다. 반면 티빙과 웨이브는 그간 이렇게 유의미한 전환점을 만들어준 콘텐츠가 없었습니다. 이들의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서비스 간 통합이었고요. 이렇게 키운 몸집을 통해, 영향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기대했지만, 여기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본진인 방송사 기반 콘텐츠를 확실히 챙기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인기 드라마나 예능은 복수의 OTT에서 이용 가능하고요.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티빙과 웨이브를 이용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당장의 수익 보전을 위해 내린 선택이, 장기적으로 플랫폼엔 독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따라서 아직은 TV 방영을 통해, 일부 제작비를 충당 가능한 현재가 골든타임일지 모릅니다. 적어도 국내에선 핵심 콘텐츠는 넷플릭스나 쿠팡플레이에 판매하지 말고, 독점적으로 취급하며 충성 고객을 키워야 합니다. 비싼 구독료를 지불하더라도, 이용할만한 플랫폼이 되지 않는 한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없다는 걸, 국내 OTT 사업자들은 기억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