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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딩 지키기] 아니라면 빠르게 궤도로 수정


주변 사람들의 커리어에 결정적 순간들을 리뷰하면서 어떤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물론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게 메일 등으로 커리어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것에 대한 작은 대답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커리어 성공의 평가는 철저히 자기만족입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만족과 불만족을 공유드리며 여러분의 커리어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9. 내 커리어는 내가 보호한다

연봉 추이 (추정)

1년 차 4,200만 원 (첫 회사)

4년 차 5,500만 원 (첫 이직)

6년 차 6,700만 원 (두 번째 이직)


포인트

거대한 커리어가 아니라면 그 순간부터 대안을 생각하자

 취업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이어져 왔습니다. 회사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통계로 만들기도 하고 정부 기관에 등록된 자료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죠. 그래서 예전보다는 정보 비대칭 때문에 막상 붙고 났는데 가서 일해보니 기대보다 너무 힘들어서 당황하는 사례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들이 가리어져 있고 이직을 할 때 너무 많은 리스크를 채용하는 회사나 이직하는 사람 모두 갖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가장 어려운 점이 업무 정의(Job Description)입니다. 내가 거기 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인데요. 같은 이름의 직무라고 해도 회사마다 너무나 다르게 실제로 돌아가거나 작은 차이가 커리어의 큰 방향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가’를 채용할 때 아래와 같은 필수 조건이 있다고 한다면,

SQL 등을 이용해 데이터를 추출 가공하고 Tableau 등을 통해 대시보드 작성이 가능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해 본 경험

머신러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있으며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낸 경험

이런 부류의 기술로 데이터 분석가를 뽑는 회사를 많이 봐 왔지만, 사실 이 세 줄의 설명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데이터 분석가라고 하면 당연히 이 세 줄은 상당 부분 말 그 자체로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가’인지,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인지, 다루는 데이터가 텍스트인지, 이미지인지, 다루는 프로덕트가 추천인지, CRM인지, 비즈니스라고 하면 어떤 부류인지 설명이 있는 것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를 도와줍니다. 

‘데이터 분석가’라는 총칭 안에 너무 많은 실무의 갈래가 있고 이것마다 필요한 기술과 커리어의 방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작은 회사에서 이런저런 분석을 모두 하는 경우라면 대부분이 해당되겠지만, 이런 경우에도 이 모든 것이 다 포함될 수 있다고 어디다 써 두는 편이 더 낫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 분 역시 첫 이직하는 회사의 이름만 보고 이직을 했다가 실제와는 다소 다른 직무명 때문에 고생을 하고 다시 이직한 케이스인데요. 

이 분은 전통적인 대기업의 주력 계열사에서 다른 여러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만들어 이벤트를 기획한 이력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 주니어지만 여러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를 해서 커리어를 잘 닦아 놓고 있었죠. 하지만 회사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와 정체된 모습에서 더 빠르고 핫한 성장을 꿈꾸고 있었고 더 도움이 되는 자리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플랫폼 기업에서 마케팅을 한다고 하는 자리가 났을 때 당연히 관심이 있었고 이직을 결정하고, 이 친구의 경력에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내린 새 회사는 이 친구를 합격시켰죠. 그리고는 서로에게 안 맞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직한 플랫폼 기업에서의 마케팅은 기존에 하던 컬래버레이션 마케팅과는 전혀 다른, 사실상 제휴 영업에 가까웠고 콘텐츠를 새롭게 기획하던 과거의 핵심 능력은 쓸 수 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입사하고 몇 주만에 알게 되었습니다.

새 회사는 이 친구가 일을 잘하니까 직무가 조금 달라도 이 일을 좋아할 줄 알고 이 친구를 뽑은 것인데 서로 바라는 직무가 다른 게 꽤 큰 일임을 알게 되자 희망고문을 이 친구에게 주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분명히 JD에 쓰여 있는 몇 줄의 직무 설명과 똑같은 일을 하고는 있는데 그 문장의 어감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달랐던 것입니다. 너무 포괄적인 용어들이 같은 글자를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었고, JD와는 결국 맞는 일을 하지만 불만이 있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죠. 심지어 이직한 회사는 워라밸도 붕괴 상태여서 하기 싫은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는 이직 1년 만에 빠르게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하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계속 이렇게 제휴 영업을 하는 것이 이어지면 커리어에 대해 더 설명할 수 있는 게 모호해지면서 계속 이 길을 가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어 이직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커리어는 가장 최근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을 점점 대표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죠.


주니어 때의 특권이 있다면 커리어가 굳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0년 이상 커리어를 보내게 되면 좋든 싫든 결국 ‘그 사람은 OO이야’라고 규정받게 됩니다. 물론 그 이상의 연차가 되어 더 포괄적인 업무 범위나 핵심 역량을 토대로 유사 분야로 옮겨 갈 수는 있지만 핵심이 바뀌지는 않게 되죠. 적어도 남이 서류상의 나를 보는 부분은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연차가 많지 않다면 그 부분에서 만들어 갈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내가 생각한 한 줄 한 줄이 자기소개가 되는 것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죠. 여기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떤 경력을 쓰느냐가 더 잘 팔리는 사람, 더 확고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직무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 평가받는 일도 최근의 개발자 사태처럼 있습니다. 


나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가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은 비록 인기가 없는 직무라고 해도 한 분야에서 남보다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된다면 분명 더 나은 처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흐릿하고 섞어 놓은 주니어를 보내게 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죠. 이 친구도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이직을 다시 한 것이고 그 점에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달마다 주기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업데이트하면서 나는 어떤 경로를 거치고 어떤 이름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혹은 여러 이름을 합쳐서 하나의 이름으로 통칭할 무언가를 계속 이어가고 있을까요? 갈수록 그 선이 굵어지면서 여러 비슷한 부분들을 통합하는 선을 긋지만 그 선 자체는 명징해야 하죠. 



지금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그 순간부터 대안을 마련해서 

자기 궤도에 돌아오는 게 멀리 보면 낫습니다.

 


자료출처 : 09화 아니라면 빠르게 궤도로 수정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