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먹히던 시대는 죽었다
Intro.
브랜드 이름을 알리기만 하면 성공하는 시대가 있었다.
상품은 대체되어도 브랜드는 대체되지 않고 소비자는 브랜드에 강력하게 Rock-in 되는 시대. 그러나 이제, 브랜드는 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소비자들은 브랜드 대신 상품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먹히는 시대는 이미 죽었다.
전통적인 브랜드의 기능
브랜드란, 브랜드의 이름을 소비자의 뇌리에 남기는 데서 그 존재 의의가 시작된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로고, 특징, 이미지 등의 정보를 기억하고 다른 브랜드가 아닌 당신의 브랜드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구매에 끼치는 영향을 알려면, 먼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단히 보여주면 다음과 같다.
- 소비자가 제품의 필요성을 느끼면
- 제품과 관련된 브랜드들을 떠올리거나 조사하고 (Awareness)
- 브랜드를 선택하여 제품 정보를 비교하고 (Consider)
- 최종 결제를 한다. (Purchase)
- 만족스러웠다면, 그 브랜드의 상품을 재 구매하거나 추천한다. (Referral)
브랜드 파워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브랜드가 유명할수록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입하는 ‘인지’ 단계에서 해당 브랜드를 우선으로 고려하게 된다.
특정 상품 구매 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의 위치를 차지함으로써(Top of mind, 비보조인지) 경쟁자들보다 먼저 선택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브랜드의 기능이 주로 마케팅 퍼널의 상위 단계(인지와 비교)에서 발휘되므로, 주로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마케팅 전략(예 : 포지셔닝 전략)이 집중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브랜드의 이름을 기억하고 팬이 생기면, Rock -in effect 강력하게 발휘되던 시기의 이야기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가 소비자의 머릿속을 차지할 수는 없다. 요즘처럼 ‘브랜드’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 브랜딩 시대에서는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소비자가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 수는 한정적이고, 그 왕좌는 비율이 아닌 절대 수로 유지되니까.
소비자의 구매방식 변화
소비자에게 이전의 ‘브랜드’가 제조자에 가까운 개념이었다면, 이제 소비자가 인식하는 ‘브랜드’란 개인(인물)부터 제조자, 유통 채널까지 온갖 형태를 망라한다.
여러 브랜드를 포괄하는 판매 채널조차 ‘브랜드화’하면서, 소비자는 시간이 갈수록 브랜드 간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거기에 가격비교서비스들의 등장은 브랜드의 락 인 효과를 더욱 약하게 만들었다. 소비자 한 명은 하나의 브랜드 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브랜드를 옮기는 데에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간단하게 당신이 보조 배터리를 구매한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이 보조 배터리를 구매한다고 생각해 보자. 포털 사이트에 보조 배터리를 검색하고, 기능과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한다.
온라인 광고의 발달도 브랜드 시장을 약하게 만드는 데에 한몫했다. 소비자는 이제 브랜드가 아닌 상품 자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광고를 통해 구매로 유도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 사용하고 난 후 referral 단계에 들어서야 브랜드를 인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제품은 기억하고, 브랜드는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브랜드의 새로운 역할
필자가 생각하는 새로운 세대의 제품 구매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소비자가 제품의 필요성을 느끼면
-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확인할 수 있는 장소, 사이트를 탐색하고(Awareness)
-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 정보를 비교하고 (Consider)
- 최종 결제를 한다. (Purchase)
- 만족스러웠다면, 그 상품을 재 구매하거나 추천한다. (Referral)
그렇다면 이제 소비자에게 ‘브랜드’ 그 자체를 인식시키는 활동, 즉 브랜딩은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일까? 브랜드는 이 과정 속 어디에서 기능하는가?
바로 최종 선택(purchase)이다.
앞서 말했 듯 세상에는 상품이 넘쳐난다. 보조배터리 하나를 고르더라도 비슷한 가격, 비슷한 성능, 비슷한 디자인 그 사이에서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숙고 끝에 비슷한 제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소비자는 ‘브랜드’를 고른다.
즉, 과거의 브랜드 기능이 소비자의 인지과정에서 선택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최종 결정단계에서 배제당하지 않기 위한 것이 되었다는 뜻이다. 역설적이게도, 브랜드의 힘이 약해지는 지금 오히려 브랜드 활동이 더 필요하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브랜드의 기능은 없어지지 않았다. 브랜드 파워가 클수록 여전히 전통적인 브랜드의 기능이 강력하게 발휘된다. 그러나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중소 브랜드라면? 지난 몇 년간, 중소기업들의 브랜딩은 트렌드를 따라 브랜드 스토리 등 내면을 강화하고 통일된 이미지를 만드는데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제 브랜드 활동은 소비자의 신뢰를 만드는 데에 더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최소한의 시딩(seeding)도 갖춰지지 않은 ‘듣보*’ 브랜드는 걸러지고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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