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재구매를 유도하려면
고객의 목표 달성을 진심으로 도우세요!
얼마 전 브런치를 통해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일에는 어느 대기업에 근무하는 마케팅 팀장님의 고민이 담겨있었습니다. 최근 각 계열사의 CRM(고객 관계 관리) 전략을 세우는 중인데 이와 관련해 조언을 얻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이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몇 차례 소통을 거쳐 일정을 잡았습니다. 저는 짧은 시간에 CRM 전략을 다 다루기는 힘드니 범위를 좀 더 좁혀달라는 요청을 드렸습니다. 팀장님은 꼭 묻고 싶은 질문들을 추려 미리 보내주셨습니다. 팀장님의 질문지에는 대략 10가지 질문이 담겨있었습니다. 리더가 개입해서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부터 실무자가 업무를 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질문까지. 쓰여있는 질문은 10가지였지만 실제로 찾고 싶은 답은 하나인 걸로 보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가.'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질문들을 재구성해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의견을 드렸습니다. 이 업무를 위해 가져야 할 넓은 관점은 무엇인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의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각각의 일을 진행하면서 챙겨야 할 디테일은 무엇인지. 세부 실행 계획은 다를 수 있겠지만 큰 방향성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재구매를 유도하는 고객 접점에는 고객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제안이 함께 담겨야 합니다.
우리가 보낸 메시지를 고객은 반가워할까요?
메시지를 자주 보내면 된다는 착각
하루에도 몇 통씩 광고 메시지를 받습니다. 사용하는 통신사, 자주 방문하는 쇼핑몰, 잠깐 다녔던 헬스장, 각종 은행... 단 한 번도 그들의 광고 메시지에 반응한 적이 없습니다. 내용이 다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망설이면 품절! 시원한 혜택! ㅇㅇㅇ 최대 30% 할인!'
규모가 있는 대기업이야 이렇게 해도 괜찮습니다. 할인 상품들을 왕창 준비하고 몇 만 명에게 계속 쏘면 이 제품이 필요한 사람들이 얻어걸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작은 기업은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낭비가 너무 심합니다.
작은 기업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고객에게 취하는 연락에도 우리만의 존재 가치를 담아야 합니다. 이전에 언급했듯 기업은 고객보다 특정 분야에 더 뛰어난 전문성이나 감각을 가진 집단 혹은 개인입니다. 고객은 그들에게 받을 수 있는 도움, 위로, 행복, 기쁨, 성공 등에 돈을 지불합니다. 고객의 재구매를 원한다면 그전에 주었던 가치만큼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제안해야 합니다. '저번에 샀던 거 세일하니까 사세요!'가 아니라 '이번에 한 번 더 구매하면 여러분이 간절히 바라던 그 결과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어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고객이 구매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진심으로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에 집중하면 '우리는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는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문자나 메일, 리타기팅 광고는 '재구매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고객에게 프로모션 소식을 알리고, 생일 때마다 쿠폰을 주고, 이탈 고객을 죽어라 쫓아가 반복해서 노출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습니다.
고객의 첫 구매는 왜 일어났나
고객의 소비에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잘 파악하는 기업은 이후 고객에게 연락할 때도 그 목적을 담습니다. 자신들이 준비한 할인보다 그들에게 이 재구매가 필요한 이유를 강조합니다. 구매만을 권하지도 않습니다. 고객이 그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그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운동 기구를 팔았다면 고객이 그 기구를 정말 잘 쓰고 있는지 궁금해해야 합니다. '사놓고 안 쓰면 그건 고객 탓이지'라고 생각하면 관계가 끊어집니다. 우리가 첫 판매를 위해 고객에게 했던 간절한 말들을 다시 떠올려야 합니다. 단기간에 살을 빼는데 도움을 준다며 팔았다면 정말 그 기간 안에 살을 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죠.
구매 건수가 좀 늘어나면 고객 커뮤니티를 만든 뒤 목표 달성 이벤트를 열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몇 달에 한 번 신청자를 받아 바디 프로필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른 고객들의 성공 스토리를 들려줄 수도 있습니다. 사용법이 어려워 미뤄왔던 초보자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초보자용 영상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식단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운동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식단 정보를 담은 글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죠. 엄청난 비용을 쓰지 않아도 기존 고객을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신규 고객 확보에 사용할 매체 자료, 광고 소재를 얻을 수도 있고요.
'멋진 몸매를 통해 얻는 자신감'을 위해 돈을 썼던 고객이 기업의 이런 노력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면 고마움을 느낄 겁니다.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그들에게 이런 제안을 건넨다면 수락할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을까요?
- 기존 고객이 운동을 시작하려는 친구에게 줄 수 있는 1만 원 할인 쿠폰 (신규 고객 초대 유도)
- 힘들게 만든 몸매 유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보조 운동기구 신제품 제안 + 기존 고객 할인 혜택
- 한층 더 높은 레벨의 운동을 즐기게 된 분들을 위한 운동 액세서리 구매 제안 + 사용법 콘텐츠
- 새로 오픈한 오프라인 운동 클래스 멤버십 가입 제안 + 프로그램 및 운동 효과 소개
마케터 혼자서는 이런 제안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기업의 대표님이 제안에 들어갈 실체(신제품, 액세서리, 프로그램 등)를 만들면서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이 만들어진 이유, 타깃 고객에게 우리 기업이 줄 수 있는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대표님이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커질수록 좋은 점 중 하나는 우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도 점차 커진다는 겁니다. 할인 프로모션이나 스팸성 광고에 지친 고객들에게 이런 기업들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고객의 목표 달성을 진심으로 돕는 작은 기업은 점차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됩니다.
초기 매출로 펼친 영향력은 더 큰 매출을 불러옵니다. 더 큰 매출은 더 큰 영향력을 펼치기 위한 토대가 됩니다. 큰 영향력은 이 브랜드를 전혀 몰랐던 다른 고객들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달됩니다. 이렇게 진정성 있는 재구매 유도는 브랜딩은 물론 신규 고객의 유입을 늘리는 선순환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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