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자, 주요 언론들이 쿠팡을 평가하는 자세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커머스 3강(쿠팡, 네이버, SSG) 구도가 자주 언급되곤 했었는데요. 이젠 실질적으로, 네이버와의 양강 구도도 아닌, 쿠팡의 독주가 시작되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표현법이 '이마롯쿠'입니다. 이는 쿠팡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포괄한 전체 유통 시장을 두고 이마트, 롯데쇼핑과 경쟁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고요.
지난 이커머스 3강 구도 프레임은 아마 내심 쿠팡 입장에선 불만스러울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새롭게 등장한 용어 '이마롯쿠'는 오히려 반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향후 쿠팡의 아킬레스 건이 될 가능성이 높은 성장 둔화에 대해 쿠팡이 내놓을 대안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만 봤을 땐 성장 여력이 부족할 수 있지만, 온오프 통합 관점에선 여전히 점유율이 낮기에 향후 성장성을 여전히 기대할 만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테니까요.
일단 이러한 수치는 기본적으로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을 아마존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달성 가능합니다. 아마존이 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대인 만큼 쿠팡은 20% 내외로 추정되니까요. 작년만 해도 쿠팡은 온라인 시장의 전체 성장률인 10.3%의 2배가 넘는 성장 속도를 보인 만큼, 이미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더 가속화하기 위해 쿠팡은 최근 버티컬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존이 패션과 가전 등 특정 버티컬 영역 내 지배력을 강화하며, 월마트를 추월한 것으로 증명된 전략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이번 실적 발표 때 김범석 CEO는 전체 쿠팡 고객 중 1/3만이 로켓 프레시를 활용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장보기 버티컬 서비스를 더욱 성장시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로켓 그로스 패션팀'을 신설하여 패션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올초에는 대대적으로 '로켓설치' 서비스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가전/가구 카테고리 역시 쿠팡이 잘함을 어필하기도 했고요. 이러한 노림수들이 통한다면 무난하게 쿠팡은 최소 2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모든 일이 쿠팡이 돌리는 희망회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라이벌 네이버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반쿠팡 연대는 큰 걸림돌입니다. 얼마 전 쿠팡서 빠진 '햇반'이 네이버 도착보장에 입점한 것은 이를 잘 상징하는 사건인데요. 쿠팡에게 시장 주도권을 넘겨주기 싫은 경쟁자들이 한데 모여 반발한다면, 아무리 쿠팡이라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국내 시장의 특성상 언제든 규제 변수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과거 대형마트라는 업태 자체의 성장세가 출점 제한으로 인해 꺾였듯이, 소상공인 보호 명분으로 무언가가 생겨난다면 플랫폼 업계 전체가 침체될 가능성이 존재하고요. 더욱이 고객 우선을 외치며, 입점 업체들에겐 박하기로 유명한 쿠팡에겐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어려움들을 모두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스퍼트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쿠팡 스스로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쿠팡이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건, 상장 기업으로써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쿠팡 자체가 '성장 기업'으로 브랜딩 하고 상장했기 때문에, 요구되는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는 데 있습니다. 아마 적어도 아마존이 비교적 최근까지 유지하던 30%대의 평균 성장률 정도는 유지해야 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 거고요. 그렇기에 쿠팡은 앞으로 더욱더 버티컬 영역에 투자하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이제 본격적으로 컬리, 무신사, 오늘의집 등 버티컬 플랫폼들에게, '쿠팡을 이겨라'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걸 뜻하는데요. 안 그래도 시장 전체의 성장이 둔화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정말 가혹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