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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브랜딩/브랜드 마케팅 접근법


브랜드란 무엇일까?

마케터들에게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참 어렵습니다. 아마 경제학자에게 ‘자본주의란 무엇이냐’는 질문이나, 철학자에게 ‘정의란 무엇이냐’고 묻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브랜드’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확한 정의가 존재합니다. 간단하게는 (1)상표 혹은 낙인, 조금 더 길게는 (2)사업자가 자기 상품에 대하여 경쟁 업체의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 문자 등의 표식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만으로 브랜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브랜딩이나 브랜드 마케팅을 하려고 할 때 떠오르는 실무적인 고민들은 이런 사전적 정의와 조금 다르거든요. 실제 브랜드에 대한 고민은 이런 사전적 정의보다 보통 더 복잡하고,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특히 많은 서적이나 강의에서 브랜드를 어렵고 복잡한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제가 크고 작은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며 직접 체험하고 배운 브랜드는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서 누구나 편하게 이해하고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쉽고 캐주얼하게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브랜드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브랜드는 우리 주위에 참 많습니다. 패션 브랜드, 명품 브랜드처럼 우리는 브랜드란 말을 평소에도 많이 하고 또 많이 듣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실 브랜드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브랜드란 단어를 들을 때 ‘브랜드가 뭐야?’라고 되묻는 사람들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죠.

좋아하는 브랜드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저는 운동을 좋아해서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참 좋아합니다. 나이키를 생각하면 쿨한 로고와, 광고에서 말하는 멋진 슬로건, 나이키 매장을 방문하면 느껴지는 직원들의 활기찬 기운, 나이키 제품만의 통일감있는 멋진 디자인과 같은 것들이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멋있고, 거창하고, 좋아보이는 것들이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브랜드의 모습이 이렇다보니 브랜드를 고민하는 마케터들도 자연스럽게 이렇게 멋있고, 거창하고, 좋아보이는 것들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거에요. 내가 이런 것들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브랜딩, 그거 비싼 광고 아냐?

브랜드에 대해 가장 고민이 많은 분들은 아마 실제 그 일을 하고 있는 마케터들이나, 소유한 브랜드가 있어 고민이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 혹은 자영업자 사장님들일 것 같습니다. 마케팅을 10년 넘게 하다보니 다양한 마케터들과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고,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브랜드에 대한 고민도 많이 들어 보았습니다. 제가 마케터분들이나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브랜드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하면 보통 아래와 같은 답변을 들었습니다.

  • 입에 착 붙는 브랜드 네이밍과 로고
  • 연예인이 등장하여 대세감을 주는 TV 광고
  • 우리 회사만의 톤앤무드
  • 고객에게 던지는 핵심 슬로건
  • 무형의 신뢰자산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브랜드’라고 했을 때 비슷한 답변이나 키워드를 떠올리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위에 언급된 것들이 모두 맞다고 생각해요. 분명 이런 것들은 브랜드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들입니다. 이렇게 언급된 키워드들을 약간의 직관을 발휘하여 분류하여 보면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이밍과 로고, 대세감을 주는 광고…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무언가를 위한 <수단> 같아 보입니다. 쿨한 브랜드 로고나 멋진 광고를 만드는 것 자체가 브랜드를 구축하는 목적은 아닐테니까요. 통일된 톤앤무드와 슬로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체로서 브랜드의 목적으로 보기에는 뭔가 빈약하네요. 이런 것들은 브랜드가 원하는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언급된 ‘신롸 자산’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이건 앞서 언급된 로고나 광고와 같은 <수단>을 통해 얻은 <결과물>같은 느낌이네요. ‘우리 회사가 열심히 브랜딩을 했더니 무형의 신뢰자산이 쌓였다’ 정도로 문장을 만들어보면 자연스러운 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학문적인 근거는 없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키워드를 (1)브랜드 구축을 통해 얻고 싶은 <결과물>과, (2)이를 위한 <수단> 정도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얻고 싶으며 이를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면 브랜드를 쉽게 이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브랜드는 인지가치다

저는 브랜드의 <결과물>이 바로 ‘인지가치 (Perceived Value)’라고 생각해요.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여기서 말하는 ‘인식’이 바로 인지가치입니다.

sUngXct7bebGF7a3qObaMVMMZRQ.jpeg제품과 서비스에 존재하는 실질가치와 인지가치

회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실질가치 (Physical Value)’입니다.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눈에 보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혜택이나 기능이 이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우리 제품의 기능에서 발생하는 일차적인 가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또 다른 가치가 바로 인지가치입니다. 이는 고객에 우리 제품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기대 혹은 인식과 같은 것입니다. 이는 우리 눈 앞에 실존하지 않고 고객들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생각과 기대감이죠.

비슷해 보이는 두 가치이지만 저는 조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가의 명품 가방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튼튼한 가죽으로 장인이 손수 제작한 질리지 않는 디자인의 가방의 실질가치는 ‘오래 쓸 수 있는 가방’이겠지만, 인지가치는 ‘우월감’일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합성피혁으로 만든 쿠셔닝이 좋은 나이키 운동화라는 실질가치를 가지지만, 고객들은 도전에 대한 동기부여라는 감정의 인지가치를 가질지도 모릅니다. 맥북 노트북의 실질가치는 고사양의 PC겠지만 인지가치는 나도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영감과 소속감일 수 있습니다.


인지가치가 존재한다는 또 다른 증거

‘이거 말장난 아니야?’라고 생각 하실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들어봐 주세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절반은 갤럭시를 절반은 아이폰을 쓰시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아이폰을 쓰고 있어요. 얼마 전 새로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아이폰의 사양을 전혀 모릅니다. 스크린의 크기나 저장 용량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 외 자세한 스펙은 전혀 몰라요. 경쟁 제품인 갤럭시의 스펙도 잘 모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알 수 없는 용어들로 설명은 되어 있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찾아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아이폰과 갤럭시의 실질가치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저 뿐일까요?

하지만 우리는 스마트폰을 구매합니다. 심지어 구매 결정이 크게 어렵지도 않아요. 우리 머리 속에 이미 각 제품에 대한 인지가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지금 쓰시는 스마트폰의 실질가치를 잘 알지 못한 채로 그 제품을 구매하셨다면 여러분도 그 제품이 나에게 더 잘 맞을 것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일 거에요. 머리 아프게 복잡하고 어려운 스마트폰의 스펙을 일일이 공부하지 않고서도요.

인지가치라는 것이 참 무섭기도 합니다.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를 아시나요?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인데 한때 아디다스를 넘어 나이키와 스포츠 브랜드 업계 1위를 다투던 브랜드로 ‘3대 500미만 언더아머 금지’라는 피트니스 관련 밈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런 언더아머가 자체 브랜드 매장이 아니라 미국의 대형 할인점이나 아울렛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출이 곤두박질쳐서 아주 심각한 상황까지 갔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사람들이 실질가치로만 제품을 평가하고 구매했다면 정 반대 상황이 벌어져야 했습니다. 실질가치는 같은 상품을 대형 할인점이나 아울렛에서 평소보다 더 싸고 쉽게 살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행보에 언더아머의 인지가치가 떨어졌고, 동시에 매출도 하락했습니다. 힘들게 언더아머를 부활시킨 당시의 CEO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한지 몰랐다’


브랜딩, 쉽게 정리하자면

제품과 서비스에 존재하는 인지가치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브랜드와 브랜드 마케팅의 정의는 비교적 쉬워집니다. 브랜드는 우리 회사의 제품 혹은 서비스가 어떻게 고객에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은 우리 제품의 실질가치보다 더 크고, 확고하고, 독점적인 인지가치를 만드는 모든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브랜드 : 제품과 서비스의 인지가치

브랜딩 / 브랜드 마케팅 : (인지가치 > 실질가치)하게 만드는 모든 마케팅 활동

F6Js5T3WRGq5jxJa2Q5mvrGPR3c.jpeg브랜드 마케팅 = 인지가치 > 실질가치

여기까지 제가 쓴 책 <브랜드 마케팅은 원래 어렵지 않다>의 ‘2장. 브랜드는 OO가치다’라는 챕터에서 브랜드를 정의한 일부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브랜드를 어렵게 접근하고 고민하는 마케터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학문적 근거는 없지만 외국계 기업에서 브랜드 매니저와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실무를 하며 직접 겪게 된 브랜드와 브랜드 마케팅은 사실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었어요.

브랜드 마케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브랜드를 꿈꾸든, 여러분의 브랜드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