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알리와 테무가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쿠팡을 비롯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가 부각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미 거대한 물류 인프라로 경제의 해자를 만들어 놓은 쿠팡이기에, 알리에게 제대로 붙어보려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 조 단위의 물류 투자가 선행되어야 했었는데요. 물론 이번 투자가 물류 인프라만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전체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긴 터라, 정말로 알리가 진지하게 한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아한 점은 굳이 알리가 한국 시장에 이렇게 목맬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물론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세계 5위 수준으로 상당히 큰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쿠팡과 네이버라는 강력한 로컬 사업자가 버티고 있기에, 일단 경쟁 강도가 만만치 않고요. 따라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기에, 일각에선 이번 투자 계획이 실제로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회의적 시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알리는 이미 웨이하이와 옌타이에 물류센터를 구축하여 운영 중인데요. 한국 내 물류센터까지 지어져서 이들이 서로 연계된다면, 해상-항공 복합 운송 효율은 한층 더 개선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 비용 회수 역시 더욱 빨라질 거고요.
또한 알리는 한국 역직구 시장도 같이 노리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최근 알리가 집중하는 한국 전문관 K-베뉴 역시 국내 판매자를 입점시켜 알리의 국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렇게 모은 상품들을 기존 알리의 물류망에 태워 글로벌로 팔아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물류 관계자는 알리의 한국 물류센터가 브랜드 전문으로 운영된다면 파급력이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브랜드 상품들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일단 물류 효율이 어느 정도 날 거고요. 국내 판매는 물론 항공 운송을 통한 글로벌 확장에도 유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옵니다
이러한 알리의 투자 확대가 쿠팡을 비롯한 국내 플랫폼들과 일부 셀러들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줄 것은 분명합니다. 기존 가격 경쟁력에 개선된 배송 품질까지 더해져 시장을 잠식해갈 거고요. 특히 무재고 사입에 의존하던 셀러들은 시장에서 점차 밀려날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에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브랜드에겐 알리의 사업 확장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알리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한 동시에 현재 비교적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국내 물류 기업들은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처럼 중국 물량이 쏟아진다면, 나중에 중국 물류 기업들이 직접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알리, 테무 등의 위협을 다루는 기사들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중 대부분이 위험성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저가 상품 공습' 등의 단순한 프레임으로 접근한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오늘 다룬 것처럼 중국 플랫폼들의 진출은 복합적인 면모를 지닌 일인 만큼, 이해득실이 철저히 분석해 가며 세심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