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번 인상의 배경으로, 중국 커머스의 부상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향후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이에 대비하려면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여기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긴 합니다. 무엇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가장 쿠팡에게 힘이 되어줄 존재가 바로 와우 멤버십 고객들인데, 이들이 싫어할만한 일을 쿠팡이 굳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수익 자체가 문제라면 굳이 무료 배달 확대나 쿠팡 플레이 콘텐츠 확충 등의 추가 투자를 중단하면 되는 거고요.
그래서 이번 인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내용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쿠팡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마존 역시 주기적으로 아마존 프라임 요금을 인상하고 있는데요. 우선 계속 서비스의 혜택을 추가하여, 구독 회원의 체감 효용을 높이고, 이를 통한 추가 유입 효과가 둔화될 즈음에 가격을 올려 버립니다. 비용 대비 여전히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크기 때문에, 고객의 이탈은 최소화되는 동시에 이익 규모는 확 커지게 되는데, 이를 다시 멤버십 혜택에 재투자하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전략인데요. 쿠팡 역시 지금은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이탈이 많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에, 재투자를 위한 수익을 키울 시점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서, OTT 혜택 등은 분리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 쿠팡의 진짜 노림수가 있습니다. 막대한 수의 회원을 모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총체적으로 제공하여 소비자 체감 효용은 높이고요. 이를 통해 경쟁사의 추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거든요. 따라서 쿠팡은 굳이 이를 분리하지 않는 겁니다.
또한 작년 연말 기준으로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약 1,400만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1년 말 무려 70%나 와우 멤버십 가격을 올렸을 때도, 회원 수가 줄기는커녕 더욱 늘어났는데요. 다만 이제는 현재 수준의 혜택으로 이 이상 멤버십 회원 수를 키우는 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결국 수익 확대의 길을 택하게 된 것일 거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