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기서 이어져 나올 수 있는 질문이, 쿠팡랭킹과 임직원 후기처럼 기업의 주관적 입장이 반영되는 것을 소비자 기만 혹은 불공정 경쟁 활동이라 봐야 하냐일 듯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의 검색 노출 순위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무언가라고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대중이 쿠팡을 비난하는 지점은, '랭킹에 대해 속았다'라는 인식 때문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랭킹 자체가 플랫폼 사업자의 가치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쿠팡이 하던 행위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다른 플랫폼에서도 대부분 하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알고리즘을 만드는 주체가 쿠팡인데, 스스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프레임 자체가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알고리즘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아서가 문제인지, 혹은 쿠팡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아서 문제인지 상당히 문제가 모호합니다. 검색 순위 자체는 본질적으로는 진열과 다를 바 없으며, 무엇을 앞에 내세울지는 쿠팡이 정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로켓 배송 상품이 아닌 경우, 노출 순위를 의도적으로 하락시킨다는 조건을 걸었다면, 이 또한 조작일까요? 이미 공정위는 이번 제재 발표 당시의 질의응답에서는 배송일 때문에 상위 노출 되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플랫폼들은 최소한의 공정성은 지켜야 하고, 선을 넘었다면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문제는 공정위가 이를 판별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우 복잡한 이슈이기 때문에, 이번처럼 쿠팡이 법을 어겼다고 단순히 결론을 내려 버리면, 이후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어떤 업체든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지금의 논리라면, 로켓배송 배지를 단다거나, 필터 값을 적용하는 것 또한 중개상품에 대한 차별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동시에 쿠팡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도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실제와 달리, 이들 기업들은 마치 검색 순위 등이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고객이 인식하게 하여 무형의 이득을 취해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쿠팡 랭킹순'이 아니라 '쿠팡 추천순' 같은 조금 더 주관성을 담아 표현하고, 보다 명확하게 이를 고지했다면 여론도 이렇게 부정적이진 않았을 겁니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가 오인하도록 하는 디자인 요소는 이제 다크패턴이라고 하여 점차 규제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쿠팡 등도 먼저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