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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의 반등은 직구 때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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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티몬, 모호한 이유

아마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를 고르라면, 큐텐의 인수 행보가 아닐까 싶은데요. 큐텐은 언론에서 흔히 '티메파크'라 칭하는,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모두 인수하면서 단숨에 업계 4위 기업으로 뛰어올랐습니다. 11번가를 앞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신세계도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인데요. 특히나 이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그 G마켓을 만든 구영배 대표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의 시선은 가장 먼저 큐텐의 품에 안겼던 티몬에 쏠리고 있는데요. 우선 티몬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통해, 앞으로 큐텐이 펼칠 전략을 예측해 볼 수 있고, 티몬이 조기에 턴어라운드 한다면 그만큼 '티메파크'가 성공할 가능성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공개된 티몬의 실적은 여러모로 놀라웠는데요. 큐텐의 경영권 인수 이후, 티몬의 22년 4분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60% 증가, 그리고 올해 1분기 거래액은 무려 70% 성장했다고 밝힌 겁니다. 무언가 티몬이 확실히 달라진 건 맞는 것 같은데요. 동시에 뭔가 찝찝하기도 합니다. 인수 이후 티몬이 한 거라곤, 큐텐의 직구 서비스를 내부에 녹이는 정도였는데, 이걸로는 단기간 내 그렇게 급격한 거래액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다이소에서 코스트코로

티몬의 반등 비결을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는데요. 우선 확실히 직구 서비스 영향은 아닌 듯하였습니다. 티몬 상위 베스트 200개 상품 중에, 직구와 관련된 것은 단 3개에 불과했거든요. 판매된 수량 기준으로도 전체 베스트 상품은 평균 3.6만 개인 반면에, 직구 카테고리 베스트 상품은 910개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더욱 재미있던 점은 티몬의 거래액은 인수 이후부터 꾸준히 우상향 한 반면, 전체 거래 건수나 앱 트래픽, 티몬 검색량 등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건데요. 이는 곧 티몬이 거래액 성장은, 주문당 거래 금액 성장이 견인하였다는 걸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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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나 지금이나 티몬의 핵심 역량은 특가 딜 영업에 있는데요. 다만 달라진 건, 과거엔 더 자주 구매하고 방문하는 것에 집중한 다이소 전략을 썼다면, 지금은 가격 경쟁력을 어필하는 방식이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코스트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3월 기준 1인당 객단가는 전년 대비 60%나 높아졌다고 하고요. 혁신의숲 데이터 기준으로 티몬의 주문 건단가 역시 작년 6월 7.5만 원 수준에서 올해는 9.8만 원까지 상승한 상황입니다.

물론 불경기로 할인과 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티몬의 극적인 반등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겠지만요. 애초에 이러한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던 건 큐텐이 티몬의 영업력을 단기간 내 강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유사하게 딜 중심으로 운영되는 위메프는 올해 들어 쇼핑 정보 커뮤니티 뽐뿌에서 언급된 횟수가 1,180여 회에 불과하였는데요. 티몬은 무려 3배에 달하는 3,500여 회나 언급되었습니다. 이는 그만큼 적극적인 영업으로 더 많은 좋은 딜을 만들어 냈다는 걸 뜻하고요. 더욱이 올인데이라는 히트 행사를 새로 선보이는 등 기획력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판 핀둬둬는 나야 나

올해 들어 큐텐이 티몬에 이어 인터파크와 위메프까지 인수한 이유 중엔, 이러한 티몬의 반등 과정에서 발견한 어떤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셀러 및 브랜드에게 적극적으로 영업하여 대량의 재고를 싸게 들여온 후 딜 형태로 밀어 팔았던 기존 모델에, 대용량 판매라는 디테일을 더한 전략이 현재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선 주문 건단가를 높이면, 박한 마진 속에서도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고요. 쿠팡의 로켓배송은 주문 단가는 낮지만, 최대한 자주 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지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알리바바를 상대로 핀둬둬가 펼친, 그리고 핀둬둬의 자회사 테무가 아마존을 공략하기 위해 택한 전략을 한국 토양에 맞게 변화시킨 걸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생산 인프라가 강점인 중국은, 아예 이를 바로 연결시킨 C2M 모델이 차별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제조 기반보다는 사입 기반의 셀러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돌아가고 있고요. 개별 셀러가 다수의 채널에 동시 입점해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확보하려면, 결국 규모를 키워 셀러들을 플랫폼에 락인 시켜야 하는데요. 상위 플랫폼과 하위권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러한 가격 주도권 차이도 커지고 있으니, 인위적인 통합을 통해 몸집을 불려 최소한의 경쟁이 가능한 구조로 바꾸려고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합 플랫폼 경쟁에서 쿠팡이 사실상 최종 승자로 확정된 이후, 새로운 도전자들은 쿠팡이 아마존 모델을 들고 왔듯이, 이에 대한 대항마로 중국에서 검증된 핀둬둬 모델을 앞다투어 차용하고 있는데요. 그간은 한국판 핀둬둬 후보로 올웨이즈가 가장 유력했다면, 이제 완전히 새로운, 그리고 정말 강력한 '티메파크'라는 뉴페이스가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이들의 도전이 쿠팡의 아성을 뒤흔들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