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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실적 해석을 다시 써보려 해


무신사는 여전히 어나더레벨입니다

작년 무신사의 실적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였고, 감사보고서가 올라온 이래 첫 당기 순손실을 냈다는 점 때문인데요. 하지만 오랜 기간 이익을 내는 동시에 가파른 성장을 해왔던 그간의 무신사가 보여온 행보가 너무 비현실적이었던 것일 뿐, 자세히 살펴보면 작년 성적표 역시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적어도 패션 커머스로 시야를 좁혀보면, 무신사는 그 어떤 곳과도 비교 불가능한 어나더레벨에 올라섰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무신사는 매출 규모, 수익성, 그리고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 모두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무신사의 매출액은 약 7,083억 원으로, 비슷한 시장에서 경쟁 중인 주요 플레이어 에이블리, W컨셉, 브랜디, 지그재그, 크림의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크고요. 동시에 연간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잘 알려져 있듯이 무신사는 남성 패션 카테고리에서 오랜 기간 독보적인 1위를 지켜 온 데다가, 작년에 29CM가 W컨셉을 추월하여 여성 패션 브랜드 시장에서도 1위로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 의문을 표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일단 무신사의 영업 이익률이 수년간 계속 하락하고 있고요. 본체는 건재하지만 신사업들이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재무적인 숫자 편에 숨겨진 의미들까지 온전히 읽어내어야, 무신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정말 올바르게 읽어낼 수 있을 건데요. 오늘은 사업 전략적인 관점에서, 무신사의 실적을 다시 새롭게 해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덩치도 큰데 연비까지 훌륭합니다

무신사가 다른 패션 플랫폼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매출 창출 능력입니다. 거래액 대비 매출액 비율, 즉 take-rate 관점에서 무신사는 비교 불가능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29CM를 포함한 무신사의 총거래액은 3조 4천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별도 기준의 매출이 6,452억 원에 달하니까요. 무신사 본체의 take-rate은 무려 약 19%에 달합니다. 이는 연간 조 단위 이상 거래액을 기록 중인 경쟁 플랫폼들과 비교해서 유독 높은 수치인데요. 이와 같은 숫자들은 곧 무신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매우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이라는 걸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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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이처럼 독보적인 거래액 규모에서 연비까지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건, 수수료, 사입 그리고 제조라는 3가지 수익 모델이 균형을 이룬 수익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커머스 플랫폼 사업자가 초기 낮은 수수료로 트래픽을 쌓은 후, 이를 올려 수익을 만드는 것과 달리, 무신사는 론칭 초기부터 현실적인 수준의 수수료를 수취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PB 브랜드를 만들고, 무신사 부티크 전문관을 론칭하여 직매입한 럭셔리 브랜드 상품들을 판매하는 등, 꾸준히 상품(사입) 및 제품(제조) 매출 비중도 늘려 왔습니다. 그래서 2019년 이후로는 상품과 제품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고요. 특히 타사와 달리 제조 기반 매출 비중이 22년 기준으로 25.4%에 달하기 때문에, 원가 통제를 통한 수익 증대라는 추가적인 옵션을 쥐고 있습니다. 수수료 매출의 경우 비용 구조는 가볍지만, 경쟁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심한데요. 사입 기반의 상품 매출 역시 외부 요인에 따라, 마진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신사 스탠다드를 비롯한 제품 매출이 존재하기에, 무신사는 시장의 변화가 있더라도 실적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익률 대신 지배력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왜 무신사의 영업 이익률은 하락하고 있는 걸까요? 대부분 영업 이익률이 떨어진다는 건, 좋지 않은 시그널을 뜻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무신사의 경우는 확실히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요. 무신사가 의도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대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많은 패션 플랫폼들이 수익성 기조로 돌아서면서, 월간 흑자 전환 소식을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는데요. 이러한 수익 개선의 이면에는 수수료 인상이 있었습니다. 에이블리, 지그재그, 크림 등 많은 플랫폼들이 무료 수수료 정책을 폐기하고, 수수료 부과에 나섰고, 심지어는 이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거든요.

반면에 무신사는 매년 반대로 실질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입점 브랜드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실제로 2018년 17%에 이르던 연간 실질 수수료율은 작년에 14.7%까지 낮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면 왜 무신사는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고, 이런 선택을 한 걸까요? 왜냐하면 이를 통해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는 당연히 타 플랫폼보다 더 좋은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게 되고요. 자연스럽게 무신사의 플랫폼 파워는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연간 흑자를 넉넉히 달성하고 있는 무신사 만이 펼칠 수 있는 전략이라 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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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 원가율을 70% 내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수익을 제한한 대신 고객을 락인시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보통의 SPA 브랜드들은 매출 원가율을 40~50% 정도로 가져가는데요. 이보다 마진을 박하게 가져가면, 무신사가 얻는 이익은 줄어들지만, 대신 고객의 만족도는 더 올라가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무신사 입점 브랜드들의 기본적인 가격대보다 낮은 포지셔닝을 취하면서, 상호 경쟁으로 인한 잠식 효과도 미연에 방지 가능하고요. 이것 역시 자체 플랫폼에서 판매하기에 유통 수수료가 들지 않는 무신사 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무신사는 수익성 제한을 하고, 여기서 포지한 마진을 고객과 브랜드에게 돌려주면서 오히려 생태계는 더욱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부분은 당장의 손익 분기점 도달이 급한 경쟁 플랫폼들은 따라 하기 쉽지 않고요. 따라서 일종의 경제의 해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무신사는 최근 투자 유치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여, 물류, IT 등 인프라 투자를 늘려 차이를 더욱 벌리고 있고요. 이러한 노력들은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더 큰 성과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준비된 카드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무신사가 준비 중인 미래 신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쉽게도 작년까지는 무신사가 벌여온 신사업들의 성과가 그리 좋진 못했습니다. 아직은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단계라서 초기 투자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고 무신사는 설명하고 있긴 합니다. 다만 솔드아웃의 경우, 작년 영업손실이 426억 원에 달할 정도로 특히나 좋지 못했는데요. 이는 크림과의 과열된 경쟁 상황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크림이 먼저 무료 수수료 정책을 폐기하였고, 솔드아웃 역시 작년 말부터 수수료 부과를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등 상황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작년 솔드아웃의 거래액 성장률이 275% 일정도로 성장성은 나쁘지 않으니,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무신사가 굳이 무리해서 꼭 크림을 앞지를 필요도 없긴 합니다. 이외에도 무신사에게는 성장을 위한 엔진들이 여럿 더 있기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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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신사는 올해 4월 일본 도쿄에서 첫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는 등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팝업 스토어는 총 3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등으로 꾸준히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무신사는 오프라인이라는 새로운 채널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요.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첫 매장인 홍대점이 월 8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현재 홍대와 강남, 2개 매장으로만 약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로 추정되고요. 올해에는 지방 쪽으로 추가 확장을 검토 중이라 합니다. 일단 이러한 매장 확대의 목적 자체는 브랜드 경험 제공이라고 전달받았지만요. 이와 같이 매장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무신사 스탠다드의 외형 역시 무시 못할 수준까지 빠르게 커질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SPA 브랜드의 온라인 매출 비중이 20%가 채 되지 않고요. 자라나 H&M의 경우 2~30개 정도의 매장 만으로 수천억 원 규모의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무신사 스탠다드가 더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어나더레벨에서 넥스트레벨로

지금까지 무신사의 2022년 연간 실적 속에서 감춰져 있던 의미들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명확한 사실은 무신사는 이미 패션 커머스 플랫폼 중에서는 어나더레벨에 올라섰다는 점입니다. 매출 규모, 손익, 그리고 시장 지배력 등 3가지 측면에서 사실상 국내에선 경쟁할만한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무신사가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선 여전히 쿠팡, 네이버 등 종합 플랫폼들의 도전을 물리쳐야 합니다. 특히 네이버의 크림은 장기적으로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고요. 무엇보다 이와 같은 경쟁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외 진출을 통해 더 큰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유럽에는 독일의 잘란도와 영국의 아소스 등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 상장까지 성공한 유니콘 기업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이들은 자체 물류 역량과 PB 브랜드를 구축하여 차별하된 경쟁력을 확보한 후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끝에 성공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무신사도 이미 자체 브랜드 육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하였으며, 자체 물류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도전고 있는데요. 적어도 국내 브랜드들과의 상생 구조를 기반으로 한 거대한 생태계에서 나오는 경쟁력만큼 무신사 만이 가진 독보적인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요. 한국 패션 브랜드들과 함께 무신사가 세계로 뻗어나가며 더 큰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