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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제가 알아서 분석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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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6명이나 필요했을까요?

지그재그가 지난 5월 15일, 새 브랜드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지그재그는 이미 2021년에 윤여정 배우를 모델로 기용한 파격적인 광고로 대박을 냈었습니다. 1030 여성이 메인 고객인 서비스가 70대 배우를 모델로 삼는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요. 지그재그가 추구하는 브랜드 메시지를 훌륭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새 브랜드 캠페인으로 돌아온 지그재그는, 가수 백예린, 유튜버 원지, 모델 배유진, 배우 신예은, 유튜버 해쭈, 아이브 리즈까지 무려 6명의 셀럽을 새 얼굴로 내세웠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단일 모델 대신 복수 모델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표면적으론 TV에서 유튜브로 미디어 전략의 중심이 바뀐 영향으로 보입니다. TV광고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빅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어차피 일방향으로 노출되고, 타겟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나 유튜브 중심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개인화된 알고리즘에 맞춰야 하므로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복수 모델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지그재그는 개성이 강한 셀럽들을 선택하였고, 심지어 전업 유튜버 2명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또 동시에 심층적으론 변화된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지그재그의 전체적인 사업전략 변화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캠페인들이 지그재그라는 플랫폼의 대세감과 매력을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부터는 그 안에 있는 소호몰과 브랜드라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거든요.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지그재그가 처음 도전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방문했을 때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플랫폼보다는 브랜드, 체험보단 판매

작년부터 많은 패션 플랫폼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직접 고객들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매장을 방문하면, 전략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29CM는 첫 팝업스토어인 29맨션에서, 본인들의 브랜드 가치를 경험시키는데 집중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29맨션에 '판매는 최소화한 전시 공간의 정체성'을 부여하기도 했고요. 반면 지그재그는 최대한 많은 고객들이 상품을 접하고, 실제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판매에 집중한 팝업스토어를 선보였습니다. 그래서 위치도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더현대 서울의 크리에티브 그라운드를 택하였고요. 포토존이나 체험 콘텐츠도 부실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줄을 서서 대기한 끝에 겨우 들어간 팝업 공간 내에도 인증 사진을 찍는 고객은 소수였고, 대다수는 행거에서 옷을 고르느라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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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공간 구성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양쪽에는 브랜드와 소호몰들이 한 개씩 행거들을 차지하고 있었고요. 중앙에는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2개의 피팅룸도 마련하여, 고객들이 직접 시착하고 마음에 들면 즉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는 브랜드나 소호몰 관계자들에겐 드물게 주어지는, 오프라인, 특히 대형 백화점에서 고객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요. 실제 매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이벤트였습니다. 동시에 지그재그는 이렇게 다양한 유명 소호몰과 브랜드들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플랫폼임을 고객들에게 자연스레 알릴 수 있었고요.

또한 지그재그는 이러한 콘텐츠들을 연결하는 직진배송 서비스를 알리는 데도 진심인 걸로 보였습니다. 일단 외관 자체가 직진배송을 상징하는 '핑크 배송 박스'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었고요. 구매 시에는 추가 3,000 포인트를 제공하여, 온라인 주문을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제까지 완료한 고객은 빠르면 다음 날 새벽이면 도착하는 직진배송을 경험하게 되고요. 이처럼 지그재그는 플랫폼 그 자체가 아닌 소호몰과 브랜드들을 전면에 내세우되, 직진배송 경험을 통해 플랫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한 겁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꿰었습니다만

그렇다면 이번 지그재그의 브랜드 캠페인은 성공적이었을까요? 우선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바일인덱스 인사이트 기준으로, 캠페인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지그재그 앱의 일평균 방문자 수는 약 10% 증가하였고요. 동시에 에이블리와의 경쟁에서도, 방문자 수 기준으로 다시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지그재그는 '직진배송을 중심으로 한 패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들도 더해가고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소호 쇼핑몰 브랜딩 지원에 나섰고요. 또한 최근에는 1인 셀러 지원 서비스 '직잭메이트'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에이블리와 브랜디를 직접 겨냥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나 지그재그가 콘텐츠에 투자하는 건, 향후 패션 버티컬 서비스로 살아남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방향성 자체는 올바르게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전히 지그재그의 앞날은 도전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브랜드와의 동반 성장은 업계 1위 무신사가 오래도록 추구해 왔던 전략이고요. 직진배송보단 늦었지만, 올 5월부터 무신사 역시 플러스배송 서비스를 론칭하며 패션 특화된 배송 경험을 대대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번 브랜드 캠페인 모델 코디 기획전에 참여한 브랜드 중에, 무신사와 오랜 기간 협업했었던 커버낫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건데요. 브랜드 입장에서야 당연히 더 도움이 될 플랫폼을 선택할 것이고요. 결국 이처럼 브랜드 쟁탈전이 벌어지면, 당분간은 인기 브랜드들의 몸값이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협업과 제휴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을까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