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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의 구독모델 실험은 계속됩니다


실패에서 발견한 새로운 기회

룰루레몬의 홈 피트니스 스타트업 미러 인수는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룰루레몬이 미러 인수에 무려 6,0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베팅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홈 피트니스 시장이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사람들은 신속하게 체육관으로 복귀하였고요. 이제 룰루레몬은 미러의 하드웨어 생산을 중단하는 것까지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미러는 스마트 거울을 통해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구독 기반의 홈 피트니스 플랫폼입니다

물론 그간 룰루레몬은 미러를 살리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러 구독 상품에 룰루레몬 브랜드 혜택을 결합하여 출시한, '룰루레몬 스튜디오'였습니다. 미러를 구매하고 월 39달러의 유료 멤버십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룰루레몬 상품 구매 시 10% 할인, 룰루레몬 체험 매장 클래스 무제한 수강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데요. 실제로 가입전후 고객당 평균 구매 금액이 9%가량 늘어난 효과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드웨어 구매와 높은 구독료로 인한 진입 장벽 때문에 확장 속도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출시 5개월 만에 9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한 무료 멤버십 Essential에 비교했을 때, 이는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이에 따라 룰루레몬은 새롭게 발견한 가능성을 더욱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룰루레몬 스튜디오 내에 새로운 과금 플랜을 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문턱은 낮추고, 고객에게 맞췄습니다

새롭게 출시한 APP 멤버십 플랜은 기존 All-ACCESS 멤버십 플랜 대비 접근성을 강화했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우선 미러 하드웨어 기기 없이도 가입 가능하며, 월 구독료 역시 기존 39달러에서 12.99달러로 확 낮췄습니다. 또한 처음 1달은 무료 체험도 가능해서, 누구나 손쉽게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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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주요 혜택은 유지되었습니다. 사용자는 1만 개가 넘는 운동 프로그램을 이용 가능하며, 여러 룰루레몬 이벤트에 조기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파트너 스튜디오 20% 할인 혜택은 제외되었고, 룰루레몬 제품 10% 상시 할인이 연 1회로 제한된다는 점뿐입니다.

결국 이번 새 구독 모델 출시로, 룰루레몬은 라이트 팬이라고 할 수 있는 Essential 멤버십과 진성 팬인 ALL-ACCESS 간의 징검다리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구독료를 매월 지불하는 고객의 브랜드에 대한 관여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룰루레몬은 최소 900만 명에 달하는 Essential 고객들을 더 높은 단계로 이전시키고, 이를 통해 더 큰 비즈니스 성과를 얻는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또한 동시에 룰루레몬은 멤버십을 고도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고객들이 자신들의 기준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습니다. 우선 고객의 운동 행태가 홈 피트니스로 바뀌자, 과감히 미러를 인수하였고요. 엔데믹 이후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가자, 오프라인 혜택을 더한 룰루레몬 스튜디오를 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혜택을 무조건 퍼주기보다는, 자주 구매하지 않는 운동복의 구매 특성을 고려하여, 이번 APP 멤버십의 경우 연 1회 할인으로 제한하여, 디브랜딩을 방지하면서도 고객의 리텐션은 필요한 만큼 확보할 수 있었고요. 반면에 운동에 진심인 충성 고객들에게는 파트너 스튜디오 할인을 독점적으로 제공하며 확실한 차별성을 주었습니다.

구독은 D2C의 최종 진화형입니다

이처럼 룰루레몬이 구독모델을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건, 룰루레몬의 경쟁력이 D2C 커머스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룰루레몬 매출의 90%는 직영 채널에서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룰루레몬은 특유의 프리미엄 가격 정책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여 제품의 품질을 개선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D2C 커머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도 고객을 지속적으로 직영 채널로 유입시키는 파이프라인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유료 구독모델이야말로 이용자가 운동복을 구매할 때, 자연스레 룰루레몬으로 선택지를 줄일 수 있기에, 가장 표과적인 고객 확보 수단이라 할 수 있고요. 더욱이 구독료 수입은 더 튼튼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룰루레몬이 멤버십 내에서 고객과 브랜드를 잇는 연결고리를 콘텐츠로 잡은 것은 놀라운 포인트입니다. 단순히 정기 구매를 유도하는 기존의 패션 브랜드들의 구독모델들은, 고객의 구매 행태 및 주기를 강제적으로 서비스에 맞추는 형태였기 때문에 성장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반면 룰루레몬의 멤버십은 운동이라는 라이프스타일에 콘텐츠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고요. 따라서 현재의 새로운 테스트가 잘 자리 잡는다면, 현재는 모두가 실패라 말하는 미러 인수도 언젠가는 재평가될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