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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디아’로 新성장 엔진 장착…거대한 수레바퀴가 구른다


모디 총리의 ‘디지털 인디아’ 전략으로 가속
생체 인식 기반 전자주민등록 ‘아드하르’로 복지 기반 구축
세계 최저수준의 데이터 비용으로 국가 혁신

ecn20230613000043.600x.0.jpg인도 뉴델리 모습. [게티이미지뱅크][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2006년 초까지도 인도는 여전히 거대한 잠재 시장이라 불렸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국가이자 자본주의 국가인 인도는, 사회주의 체제의 일사불란함을 자랑하고 그로 인해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랐던 중국과 비교되며 그 속도가 매우 더뎌 보였다. 한마디로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국가였다.
 
지하경제의 규모가 더 커 세금이 걷히지 않고, 하루에 3~4차례 발생하는 정전으로 생산시설들은 가동이 수시로 중단됐으며 오토릭샤(스쿠터엔진으로 만든 3륜차로 인도의 대표적 대중교통수단), 트럭이 내뿜는 배기가스로 뉴델리의 공기질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이었다. 당시 인도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는 힘을 줘 밀어야 겨우 조금씩 움직이는 수준이었다. 

17년 만에 뉴델리에는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인디라간디 국제공항은 싱가폴 공항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변했다. 한국의 판교와 일산 정도로 여겨지는 ‘굴가온’과 ‘노이다’ 지역은 IT 기업과 외자계 기업들의 오피스 빌딩과 고층 아파트 단지로 채워졌다. 이 두 지역의 발전은 인도라는 거대한 수레가 구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그 바퀴에 가속이 붙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게 했다.

‘디지털 인디아’ 전략으로 변화 가속화

ecn20230613000032.600x.0.jpg인도의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2014년부터 도입한 ‘디지털인디아’(Digital India) 전략이 있다. [사진 디지털인디아]인도에서 택시나 오토릭샤를 탈 때 생기는 불편한 고민들을 ‘올라’나 ‘우버’ 같은 공유 차량 플랫폼이 말끔히 사라지게 했다. 또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으레 흥정을 위해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피곤함도, 거스름돈을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할까 하는 우려도, 인도 모바일 페이 페이티엠(PAYTM)이 말끔히 해결했다. 

인도의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2014년부터 도입한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전략이 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강력한 두 개의 축은 인도 정부가 사활을 걸고 도입한 ‘아드하르’라는 생체 인식 기반의 전자주민등록 시스템과 세계 최저수준의 데이터 비용 도입이다. 사실 이전까지 인도에는 정확한 주민등록 시스템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지방에서는 투표를 할때 동네 이장쯤 되는 사람들이 동네 주민임을 확인해 주면, 팔뚝에 도장을 찍어주고(재투표 방지) 투표를 하는 전 근대적 시스템이 존재했다. 

인도 정부는 힌두어로 ‘기초’를 의미하는 아드하르를 사회 복지 시스템의 기반으로 삼고 IT 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궁극적으로 탈세를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교육과 복지,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는 혁신 수단으로 이 시스템을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 현재 인도 국민 90% 이상이 이 아드하르를 받았다고 한다. 

이전의 인도는 호적 제도가 없어 정부가 빈곤층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을 할 때도 물리적으로 식량을 전달하지 않고는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방도가 없었다. 은행 계좌를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무원이나 기업들이 지원금을 뒤로 빼돌려도 적발하기가 힘들었다. 인도 정부가 아무리 좋은 분배 정책을 실행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다.

아드하르가 생겨나며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정부패 해소, 탈세를 막는 등의 일이 가능해졌다. 국민 모두는 이제 은행 계좌를 가질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모바일 결제도 가능해졌다.

전자주민등록 시스템 ‘아드하르’, 저렴한 데이터 비용이 두 축

ecn20230613000037.600x.0.jpg2016년 인도 통신 기업 릴라이언스는 4G 시장에 진출하면서 데이터 비용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제공하는 ‘지오’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 홈페이지 캡쳐]‘아드하르’를 도입하며 두 번째로 공을 들인 부분이 데이터 비용이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해도 데이터 비용이 인도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되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이에 부응한 기업이 인도 통신 기업 ‘릴라이언스’다. 2016년 이 회사는 4G 시장에 진출하면서 데이터 비용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제공하는 ‘지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전까지 인도 통신 시장은 토종 대기업 바티 에어텔(Bharti Airte)과 영국계 보다폰(Vodafone) 합작사인 보다폰 아이디어(Vodafone Idea)를 필두로 14개 기업이 난립했다. 릴라이언스는 세계 최저수준의 데이터 비용으로 가난한 인도 국민들이 디지털 혁명을 통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단기간에 인도 시장에서 1위 통신사로 등극했다. 

경쟁 기업들도 후발인 릴라이언스의 요금 전쟁에 뛰어들면서 인도인들은 마음 놓고 스마트폰 데이터를 이용하고 상거래를 활발히 전개하고, 14억 인구 대국인 인도를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 결제 거래 건수가 많은 나라가 바로 인도라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ACI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인도의 실시간 거래건수는 480억 건으로 중국(180억 건)의 약 3배이며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을 모두 합친 건수의 6.5배에 달하고 있다. 

인도 유니콘과 엑시트 테크기업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도 내 유니콘 기업 수는 115개사(시장평가액 약 3500억달러)로 미국 661개사, 중국 312개사에 이은 세계 3위다. 이들 115개사 대부분이 아드하르 도입 이후 핀테크와 전자상거래 등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산업·금융 디지털화에서 파생된 기업들이다. 

ecn20230613000038.560x.0.jpg페이티엠은 인도 스타트업 페이티엠이 개발한 간편결제 서비스.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약 11조 27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인도의 유니콘기업이다. [연합뉴스]인도는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UN 인구기금의 추산으로는 올해 인도의 인구는 14억28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인도가 인구 대국으로 평가받는 것 외에 인도의 인구 구조도 주목받고 있다. 인도의 인구 구조를 보면 0~14세가 전체 인구의 30.76%, 15~59세 60.29%, 60세 이상이 8.58%로 노동인구의 비중이 크다. 35세 이하의 인구는 65%나 된다. 인구가 급속도로 노령화돼 가고 있는 중국과 대비해 그 질적인 면에서도 인도는 매우 희망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생산 인구들은 정부의 디지털 혁신경제의 선두에서 인도 시장경제를 이끌고 있다.

좀처럼 구르지 못했던 인도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는 이제 서서히 구르기 시작했다. 디지털을 장착한 이 수레바퀴는 세계 최대의 인구라는 중력이 더해져 더욱 빠른 속도로 가속이 붙어 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인도를 다시 봐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