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이 라이브 커머스 사업을 철수한 이유
배달의 민족, 2년 반만에 종료한 라이브 커머스
국내 최대 음식 배달앱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지난 2021년 3월 9일 ‘배민 쇼핑라이브’를 공식 론칭했었죠.
배달의 민족에서 진출한 분야는 바로 ‘라이브커머스’ 영역입니다. TV홈쇼핑과 유사한 라이브커머스는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고객과 소통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인데요. 2020년 전후로 급격히 시장이 커진 분야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그동안 음식 배달, 먹거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라이브 커머스를 연동해서 가정간편식(HMR), 제철음식, 지역특산물, 신선식품 및 가공식품을 판매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한 B마트와 연계해 라이브방송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면 1시간 이내 배송과 같은 퀵커머스의 장점을 연계해 방송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배민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높이려는 목표도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보통 배민을 쓰는 이유는 배가 고파 들어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찾고 주문하면 사용이 즉시 끝나는 구조이거든요. 그러나 여기에 라방을 하나 넣으면 먹방도 보고 괜찮은 제품을 구입하는 행위도 일어나니 체류시간도 높이고 결제도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앱 내에서의 결제를 할 때 배민페이, 신용카드 등을 사용해 결제를 할 수 있으니 배민 입장에서는 배민페이를 쓸 가능성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게 되니 일석 이조인 셈입니다.
참고로 올해 6월 기준으로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데이터를 보니 배달앱3사인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의 전체의 월간활성이용자수는 2,920만 6181명이며, 이 중 배민앱은 1900만명 정도가 월간 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배민은 꽤 많은 활성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새로운 영역의 진출이 기존의 음식 관련 사업과의 연계성도 높아서 잘 될것이라 생각을 했겠지만 결국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내놓은지 2년 4개월 만에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왜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철수한 걸까요?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의 어려움
일단 배달의 민족 자체의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배민에서 이야기한 기사를 보면 지난해 1월 배만쇼핑라이브 누적 총 시청수는 5,497만회를 기록했고, 이는 서비스 론칭 10개월 만에 약 5500만회의 조회수를 만들어낸 것이니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그리고 방송 회당 평균 1-4만회 가량의 조회수가 나오기 때문에 역시 숫자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습니다.
또한 B마트와 연계해 선보인 ‘빨리가는라이브’ 역시 방송 후 1시간 내에 상품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보다 빠른 배송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물류 배송 구조는 배민이 제품을 직매입해 거점 물류센터를 만들어 퀵커머스 방식으로 배송을 하는 B마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죠.
그러나, 이미 이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경쟁사가 다수 포진하다보니 빠른 시일 내에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결국 배민의 입장을 보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경쟁 상황에 따른 이용자 확보 및 수익성 상황을 고려해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마 이 수익성에는 드는 비용 대비 들어오는 비용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즉 배민의 쇼핑라이브의 경우 그립컴퍼니, 네이버 쇼핑라이브의 방송 진행형식이 아닌 초창기 카카오의 라이브방송 진행 형식처럼 직접 내부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영상 제작 및 송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 한 편을 제작하는데 비용이 상당히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내부 제작의 경우 그립, 네이버처럼 판매자들이 방송하는 횟수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콘텐츠량도 적었을 것이고요.
배민은 라이브 방송을 제작하는데 공을 들였던 듯 하나, 실제 올해 4월의 조사를 보면 1995만명 규모의 배달의 민족 사용자 중에서 쇼핑 라이브를 이용한 사람은 전체 9%였고, 향후 재사용 의향이 있는 비율은 6%에 그쳤다고 합니다.
업계의 쟁쟁한 라이브커머스 3대장과 경계없는 시장
2020년 전후로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이 증가함에 따라 오프라인 점포들이 온라인으로, 전통적인 홈쇼핑 업체들도 온라인으로 들어왔죠. 그래서 홈쇼핑에서부터 이커머스 업계까지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겁니다.
그 결과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20년 4000억원 대에서 2022년에 6조 2000억원 대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올해에는 10조원 대까지 늘어나면서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데이터를 잠시 볼까요?
현재 양대 산맥은 네이버 쇼핑라이브와 카카오 쇼핑 라이브 입니다. 물론 카카오의 경우 2021년 1800억원을 주고 그립 컴퍼니를 인수해서 단숨에 TOP2가 되긴 했습니다.
어찌됐건 그립컴퍼니를 업은 카카오 쇼핑라이브와 네이버 쇼핑라이브 그리고 플랫폼사 중에서는 쿠팡라이브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일전에 서울시가 20-50대 소비자 4천명에게 라이브커머스 이용 경험을 설문으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이용한 소비자는 84.1%, 카카오는 54.6%, 쿠팡 라이브는 47.6%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들의 라이브커머스 이용은 이렇게 3개의 플랫폼에 몰려있음을 알 수 있었죠.
뿐만 아닙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에서의 라이브커머스 방송 뿐만 아니라 이제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졌기 때문에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에서도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슈퍼주니어 신동이 진행한 ‘장사의 신동’ 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죠.
이러한 플랫폼 강자들과 예능 강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경쟁 구도는 심화된 상황 속에 배민은 자체 영상제작 경험도 적고, 제품의 카테고리 역시 식품으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한계를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배민 뿐만은 아니었죠. 상당수의 라이브커머스 기업들이 고전하고 일부는 사업을 철수하는 모습이 종종 기사에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인 보고(VOGO)는 지난 1월 입점 업체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서 기업 회생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티몬의 창업자인 유한익 대표가 설립한 ‘프리즘’ 역시 MAU(월간활성사용자) 30만명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1년을 채우지 못해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기능을 종료했죠.
그 결과 시장은 현재 네이버가 전체 시장의 60-50% 정도를 과점하고 있고 카카오, 쿠팡의 대형 플랫폼들이 3대 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상황에 대해 마케터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결국 판매자가 만들어가면서 형성된 시장이 오래 남는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네이버 쇼핑라이브가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파워 등급 이상의 셀러부터 제한적으로 방송을 열어주었을 때부터 참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네이버가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안정화하고 성장시키는지 지켜봤습니다. 이들은 처음 일부 등급의 판매자에게 방송 권한을 오픈한 뒤 서비스를 점검해 나갔고, 서비스의 기능들이 어느정도 안정화되었을 때 전체 셀러에게 권한을 오픈했죠.
이러한 과정은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일종의 클로즈베타테스트(CBT)를 하고 서비스를 안정화하는 작업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모든 방송을 판매자가 이끌어 나가고 있죠.
반면, 카카오의 라이브커머스 방식은 배민의 방식처럼 판매자가 직접 만드는 방송이 아니라 내부 스튜디오에서 내부 섭외된 쇼호스트가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청 사용자도 적고 판매자들이 입점하거나 방송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죠. 그래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대체로 네이버 쇼핑라이브와 보조적으로 그립 라이브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방송 송출 권한을 가지고 서비스를 키워나갔던 네이버, 그립은 코로나 시기에 훌쩍 성장해 양강 구도를 가졌고, 카카오는 그립을 비싼 몸값에 사들였죠.
현재 오픈마켓 중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하는 티몬, 위메프, 11번가의 경우에도 과거의 카카오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 역시 회사에서 직접 방송을 제작 송출하고 인플루언서도 섭외하는데, 이들의 방송은 상당수가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중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포커스를 두고 방송이 제작되죠. 그 결과 방송은 정부 지원금을 통해 만들어지다보니 생태계 구조가 네이버, 그립과는 사뭇 다릅니다.
한편 배달의 민족은 어떨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 역시 배민을 일주일에 최소 3번은 이용하는 사용자로서 배민앱을 살펴보면 라이브커머스를 하기에 적정한 플랫폼인가? 물었을 때 ‘아니다’ 라고 답을 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들과 라이브방송을 보는 고객의 니즈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시간 내에 음식배달을 받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앱을 이용하는데 2-3일 이후의 제품을 받기 위해 배민 앱을 켜고 라이브 방송을 볼 니즈는 적습니다. B마트와 연계된 제품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서비스 마저 전국구를 대상으로 하지 않죠.
B마트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은 한정적입니다. 서울 전역과 판교/분당 쪽은 가능한 것을 확인했습니다만, 저희 직원이 사는 일산에서는 B마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죠.
그렇기 때문에 배민이 B마트와 연계해 방송보고 1시간 내에 제품을 수령하는 방송 위주로 구성을 했고, 타깃 고객이나 방송 송출 지역을 서울-경기일부 지역으로 한정해 서비스를 해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상상도 하게 됩니다.
어찌됐건 라이브커머스 방식은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일상적인 쇼핑 채널로 자리잡았고, 앞으로 이 방식은 좀더 진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올해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유튜브에서 바로 상품을 구매하는 ‘유튜브 머치’ 기능도 강화하려는 조짐 역시 현재의 라이브커머스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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