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써먹는 인사이트] 작은 기업에서 기억에 남는 브랜드로
고객의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주세요!
고객이 재구매를 위해 우리를 꾸준히 찾는다면 그때가 ‘브랜딩’에 대해 깊게 고민할 적합한 시기입니다. 브랜딩을 한다고 해서 그동안 해오던 걸 다 바꿔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뭘 급하게 바꾸려고 하면 안 됩니다. 고객이 재구매를 한다는 건 우리가 어떤 면에서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제품이 괜찮은 작은 기업’에서 ‘기억에 남는 브랜드’로 진화하기 위해 우리가 매일 되새겨야 할 질문은 딱 하나입니다.
우리 브랜드를 쓰는 고객을 더 빛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우리가 빛나는 게 브랜딩이 아닙니다
사업을 시작하면 큰돈을 들여 브랜딩부터 하려고 하시는 대표님들이 있습니다. 정확히 뭘 하려고 하시는지 여쭤보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멋진 브랜드 이름도 만들고, 로고도 예쁘게 만들고, 웹사이트도 꾸미고 시작해야 뭔가 있어 보이죠!’ 저는 반대합니다. 차라리 그 돈을 제품과 마케팅에 투자해서 매출을 먼저 내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멋진 로고나 웹사이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순서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브랜드 디자인에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담겨야 합니다. 정체성은 대표님의 창업 이유와 이제 막 지어낸 비전, 미션 같은 것들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미션과 비전을 토대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며 매출을 일으키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고심해서 만든 메시지, 팀원들과 밤을 새워가며 치밀하게 세운 전략, 그 전략을 실행하는 우리만의 행동 방식, 고객이 우리의 제품을 경험하고 전하는 감사의 인사 혹은 비판,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조직 문화 등이 그 브랜드의 정체성을 완성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아직 없는데 좋은 브랜드 디자인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실체가 없는 디자인은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 ‘이 아이는 오늘부터 세련됐어요!’라며 세련된 옷을 입힌다고 사람들이 그 아기를 ‘세련된 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모(=그 브랜드 디자인을 한 에이전시)가 옷을 잘 입힌다고 생각하겠죠.
브랜드를 처음 시작할 때는 지인이나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받아 최소한의 비용으로 로고, 폰트, 컬러 정도만 정해도 충분합니다. 무료로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제품 제작과 매체 운영 등 사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들만 있으면 됩니다. 좀 더 깊이 있는 브랜딩은 좋은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선택을 받은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물론 이때도 브랜딩의 목적은 우리를 있어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는 고객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기 위함이죠. 이걸 알면 브랜딩이 단순히 ‘디자인을 아름답게 다듬는 행위’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우리 브랜드를 더 쓰고 싶게 만들려면
물론 멋진 디자인의 패키지, 웹사이트, 앱도 고객을 빛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은 그 사람의 미적 감각과 센스를 보여주니까요. 그럼 디자인을 다 갖춘 뒤에는 뭘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우리 브랜드를 쓰는 고객을 더 빛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더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고객은 물론 그 고객 주변 사람들의 감정까지 건드려 인지도와 호감을 얻어야 합니다. 한 번의 구매는 이성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다른 제품보다 더 뛰어난 스펙으로 만든 제품은 고객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이성적인 비교 과정을 거쳐 선택받은 기업이 모두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감정이 담긴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하거든요.
좋은 품질은 ‘서류 전형’같은 겁니다. 무조건 통과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건 ‘면접’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채용(=고객에게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좋은 품질을 인정받아 서류 전형에 합격했으니 이제 면접을 준비할 차례입니다.
고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능력이 탁월한 기업은 비슷한 스펙의 경쟁사를 쉽게 누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체급이 다른 경쟁 상대와도 싸워 이길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특급 호텔 브랜드보다 주인 아주머니의 집밥과 따뜻한 이웃들의 인정을 느끼게 해주는 투박한 민박집이 더 사랑받는 브랜드가 됩니다. 누군가는 럭셔리한 패키지여행보다 처음 만난 친구들과 밤새 고민을 나누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배낭여행을 인생 최고의 여행으로 꼽습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기업들은 직접적인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고객의 감정을 불러일으켜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광고에도 예산을 기꺼이 사용합니다.
스위첸도 경쟁사보다 우리가 얼마나 집을 튼튼하게 짓는지, 공간 활용도가 얼마나 높은지 등을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그 집에서 사는 한 초보 부모의 이야기를 그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나중에 집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스위첸이라는 브랜드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요.
우리 브랜드를 쓰는 고객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세요!
꼭 영상 콘텐츠가 아니어도 됩니다.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아도, 대규모의 팝업 행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 브랜드를 쓰는 고객이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해 주세요. 우리 브랜드 활동에 참여하는 고객이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다면, 우리 고객의 주변 사람들이 ‘너 그 브랜드 써? 나도 거기 알아! 거기 ㅇㅇ로 유명하던데’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 보세요. ‘거기 ㅇㅇ로 유명하던데’의 빈칸을 채워보고 그걸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작성해 보세요.
고객을 빛나게 하는 브랜드는 고객들에 의해 반드시 발견되고 언급됩니다. 광고를 조금 줄여도 주변 지인들에게 끊임없이 소개됩니다. 제품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한 키워드로 소개되는 브랜드가 됩니다. 브랜드 이름 자체가 구매할 명분이 되는 브랜드가 됩니다. 아주 길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런 브랜드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을 때 올바른 브랜딩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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