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탄생] 버려지는 못난이 감귤, 제주 로컬 브랜드 '코코리'로 환생
양홍석 제주클린산업 대표 인터뷰
코코리, 제주 로컬 재료 활용해 제주서 생산하는 '진짜' 로컬 브랜드로 주목
'파치귤'로 손세정제 생산… 입소문 타고 제주공항 입성, 대한항공 공급 계약도 진행 중
브랜드 홍수의 시대. 매일 무수한 브랜드들이 새로 등장하고 조용히 사라지기도 합니다. 척박한 사업 환경과 무한경쟁 속에서 신생 브랜드가 단단히 뿌리 내리고 싹을 틔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브랜드의 탄생'에서는 작지만 강한 힘을 지닌 한국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브랜드 고유의 크리에이티비티와 무한한 가능성을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로컬 브랜드는 로컬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 평판을 얻은 지역 기반의 기업이다. 1세대 로컬 브랜드는 통상적으로 지역 특산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뜻했다. 2세대에 들어서는, 유명세를 얻으며 전국 단위로 진출한 로컬 브랜드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성분과 제조 과정을 보면, 대체로 특정 지역의 재료를 일부 배합해 타지역에서 생산한 F&B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전형을 벗어난 새로운 로컬 브랜드들이 입소문을 타고 성장하고 있다.
브랜드브리프는 최근 제주도 첨단과학기술단지 카페에서 양홍석 제주클린산업 대표를 만나 회사의 철학과 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제주클린산업은 세 가지 면에서 다른 로컬 브랜드와 차별점을 갖는다.
우선, F&B 제품이 아닌 생활용품을 생산한다. 다음으로, 제주의 재료를 활용해 제주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브랜드다. 마지막으로, 농가와 계약 재배를 통해 지역 농가에 기여하며 취약 계층 고용 비율도 높은 사회적 기업이다.
제주클린산업의 대표상품은 '코코리' 손세정제다. 제주공항 화장실에 비치된 이후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코코리'는 '깨끗하게'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코코리'는 제주에서 버려지는 귤을 수거해 제조하는 손세정제다. 패키지도 폐기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R 소재와 사탕수수 부산물 종이로 만든다. 친환경 패키지임에도 양홍석 대표는 PCR 소재보다 더 친환경적인 용기를 찾기 위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코리' 브랜드의 탄생
서귀포 출신 양홍석 대표는 2016년 창업했다. 호기심이 많고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덕에 창업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는 자영업하는 부모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과 누나 밑에서 자랐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탐구심이 높았던 덕에 주로 실험을 하며 놀았다. 밥을 할 때도 물을 많이 넣어도 보고, 줄여도 보고, 쌀도 많이 씻어보고, 덜 씻어보고 하면서 실험을 놀이처럼 즐겼다. 창업 후 2019년까지는 오롯이 제품을 만드는 탐구와 실험의 시간이었다.
창업 전 양 대표는 경남에 소재한 세제 제조 회사인 라이즈 산업에서 근무했다. 프리미엄 세제를 만들고 싶어 제안을 했고 오렌지 오일을 추가한 제품이 나오게 됐다. 그런데 수입산 오렌지 오일의 공급과 가격이 유동적이어서 생산에 문제가 생겼다.
그 때 그는 "내 고향 제주에는 도처에 버려지는 것이 귤인데... 아! 파치귤(흠이 있는 비상품용 귤) 안에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주산 '파치귤'로 만든 '코코리' 손세정제. ⓒ제주클린산업
전체 생산량의 15~30%에 달하는 파치귤은 판매 금지된 저품질의 귤이므로 판매할 수도 없고 제주도 밖으로 반출될 수도 없다. 귤은 나무에서 열리기 때문에 매해 따야만 다음 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밭은 갈아 엎을 수 있지만 귤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파치귤은 농민들에게 골칫거리로 꼽힌다.
양 대표는 "파치귤은 보통 농축액 공장으로 보내야 팔 수 있는데 이 경우 1kg당 180~200원 정도를 받는다. 인건비, 용달비도 충당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치귤 오일을 뽑아내 세제를 만들기로 했다. 소비자용 제품으로 만들면 육지에서 부자재를 많이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말통(업소 공급용 용기)'에 담아 팔기 시작했다. 식당에 식자재 및 세제를 공급하는 유통업체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 이들이 유통을 맡았다. 유통업체들에 손세정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서 만들게 됐다.
'코코리' 제품은 제주 감귤이 원료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혜자스럽다(가성비가 좋다)'. '코코리'의 핸드워시 용량은 500ml 1만원대, 식기 세제는 1000ml 2만원대다.
지역 기반의 '파치귤'을 원재료로 사용하면서 힘든 시간도 있었다.
양 대표는 "제주 귤 중에서도 품질이 좋은 지역은 남원, 상효, 표선이다. 이 지역에서 지인을 통해 파치귤을 회수하기 시작했다"며 "2년마다 지역 이장과 임원분들이 바뀌고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귤을 빼돌리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이 분들과 단계적으로 상생 방법을 구축하고 신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문제였다"고 꼽았다.
이어 "지금은 지역별로 물량을 예측하고 청년회에서 저장창고를 만들어 저장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양을 늘리고 있다. 계약 기반으로 파치귤을 회수하고, 지역민을 위한 보상 방법도 고안하고 있다"며 "읍 기반으로 지역 주민에게 제품을 무상 제공하고 페트병을 들고 나와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지역민들이 우리 파치귤로 만든 제품이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제주공항에 비치된 '코코리' 손세정제. ⓒ제주클린산업
소비자용 '코코리' 제품의 등장과 '제주공항' 입성까지
'말통'에 담아 팔던 식당 공급용 코코리 제품은 비싼 편이었다. 그래서 식당 주인들은 쓰다가 싼 제품들로 바꿨다. 그런데 식당 아줌마들이 '코코리' 제품에 대해 문의하기 시작했다. 제품이 좋아서 몰래 조금씩 덜어가서 쓰고 있었는데 이제 못 쓰게 됐다며 판매를 해 달라고 해서 작은 용기에 담긴 소비자용 제품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2018년께 제주공항에서 납품 문의가 들어왔다. 그간 육지에서 손세정제를 조달해왔는데 물류비가 많이 들던 차에 제주 내 생산 업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양 대표는 "처음에는 용기에 라벨을 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공항 화장실에서 손세정제를 써 보신 분들이 공항에 자꾸 제품 문의를 하면서 공항 측에서 라벨을 붙여 비치하게 됐다"며 "화장실에 비치된 세정제를 훔쳐가는 일들도 있었다고 한다. 원래는 공항 환경 미화팀과 일을 하는데, 서비스 기획팀까지 우리 브랜드를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소비량과 몰려드는 제안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양 대표는 회사 생산 시설을 증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코리' 브랜드는 이처럼 기획형 성장이 아닌,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제품라인이 확장되고 생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공급 계약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머지 않아 기내에서도 '코코리'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양 대표는 "그동안엔 제품을 만드는 것에만 관심을 뒀다"며 "앞으로는 예쁘게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역량도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자료출처 : [브랜드의 탄생] 버려지는 못난이 감귤, 제주 로컬 브랜드 '코코리'로 환생 - Brand Brief - 브랜드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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