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공간에서 경험하는 브랜드 그 이상의 가치, 팝업 스토어
기업의 신상품 홍보 무대였던 팝업 스토어가 가치소비 트렌드와 만나 한층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모든 것을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장으로 거듭난 팝업 스토어는 지역의 가치까지 바꾸는 중이다. 브랜드 가치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가치소비 시대, 사람들은 팝업 스토어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는다.
팝업 스토어 전성시대
팝업 스토어는 인터넷 팝업 창처럼 매장이 잠깐 생겼다가 사라진다는 의미에서 ‘팝업’이라 명명했다. 2002년 미국 대형 할인점 ‘타깃Target’이 신규 매장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단기간 동안 임시 매장을 열었는데, 의외로 인기몰이를 한 것에서 유래한다.
지난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만 약 43개의 크고 작은 팝업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개월 동안 문을 여는 임시 매장인 팝업 스토어가 대거 몰리는 성수동은 말 그대로 ‘팝업 스토어의 성지’라 할 수 있다. 수제화 거리와 자동차 정비소로 유명했던 동네는 이제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더현대 서울은 팝업 스토어 전용공간을 갖추고 300회가 넘는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더현대 서울은 팝업 스토어 전용공간만 세 곳을 운영한다. 이 전용공간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 행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300회가 넘으며, 현재까지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한 행사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를 콘셉트로 한 것으로 총 17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팝업 스토어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색적 체험 공간으로 부상한 지는 오래지만,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재점화한 이유는 엔데믹으로의 전환과 젊은 층의 소비 문화에 있다.
이벤트성으로 운영하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는 최근 몇 년 동안 소비자의 요구와 선호도에 따라 놀라운 진화를 거쳤다. 특히 온라인에서 거래되던 상품들이 일상 회복과 함께 대거 오프라인 매장으로 쏟아지면서 방문객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기획이 더해졌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이색적 전시 공간, 게임이나 포토 부스 등 체험형 공간, 카페‧식당형 공간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층은 최신 정보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 자신이 이색적 공간에,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팝업 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팝업 스토어의 화려한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일상으로 들어온 팝업 스토어
최근의 팝업 스토어는 가치소비를 지향한다. 단순히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생겨나 잠깐 열었다가 닫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정체성을 공간에 담아 소비자가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체험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팝업 스토어의 존재 가치가 ‘제품 판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브랜드 철학과 지역적 특수성이 잘 융합된 ‘설화수 북촌 하우스’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 북촌에 일찌감치 깃발을 꽂고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알려왔다. 한국의 전통과 미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 정체성을 북촌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결합한 팝업 스토어를 열고 한국의 전통스러운 멋을 전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재래시장에서 미식 여행을 테마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해 젊은 세대의 환호를 받았다.
또한 제주맥주는 서울 광장시장에 ‘로컬 미식 여행’을 테마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제주 위트 에일과 한국 음식의 푸드 페어링을 선보였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시장카세시장 오마카세’를 콘셉트로 꼬치 안주 8종을 준비했다. 그 밖에 롯데백화점은 테니스를 테마로 한 팝업 스토어를 열고 레슨부터 특강, 제품 쇼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체험형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롯데백화점은 테니스 팝업 스토어를 열고 경험의 가치를 확대시켰다.
일상에서 먹고 자고 입고 바르는 모든 행위가 개성 넘치는 팝업 스토어와 닿아 있고, 이를 통해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팝업 스토어의 진화, 그 중심은 나
팝업 스토어의 핵심은 ‘경험’이다. 불특정 다수의 브랜드 속에서 표류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싶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마치 나를 알고 있는 듯 내가 찾던 브랜드를 만나고, 익히 알고 있던 브랜드를 깊이 있게 경험해보길 선호하는 디깅 시대. 이 때문에 팝업 스토어는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SNS에 공유할 만큼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 팝업 스토어는 이미 실패한 기획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와 전략을 갖추고 설계하는 팝업 스토어가 눈길을 끈다.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비욘드가 선보인 팝업 스토어에서는 환경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친환경 에코 브랜드 비욘드는 ‘레스 플라스틱, 페이퍼 이즈 이너프Less Plastic, Paper is Enough’라는 슬로건을 내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 적 있다. 신제품으로 가득해야 할 팝업 스토어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올바르게 배출하는 정보와 굿즈, 가구, 소품 등 종이 오브젝트들이 전시됐다. 문학서점 고요서사는 백화점 내 여성 의류 매장 한편에 책과 와인을 함께 전시하는 공간을 마련해 서점 홍보에 나섰고,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는 ‘삶의 여유’를 슬로건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어 유명 셰프와 함께 나뚜루 제품을 활용해 개발한 이색적인 디저트와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뷰티, 패션, 가구, 음식 등 여러 분야의 팝업 스토어들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다. 때로는 장르를 넘나드는 이색적 조합에 매료되기도 한다. 매력적인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늘어나고, 브랜드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 팝업 스토어의 진화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주파수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은 브랜드의 숙명이니까. 소비함으로써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시대, 마음을 사로잡을 팝업 스토어와의 만남도 일상의 작은 즐거움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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