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메시지를 만드는 3단계 스텝
제품과 거리를 두고 고객의 눈으로만 봅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도 돈은 씁니다. 일터에서는 회사를 이끄는 대표지만 일상에서는 다른 회사의 고객이 되죠. 잠시 고객이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어딘가에 돈을 쓸 때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 이 제품은 다른 제품보다 2.3% 정도 더 개선됐으니 사야겠어.
- 이름도 복잡한 고급 원료가 많이 쓰였다고 하니 사야겠군
- 금형 제작이 쉽지 않았겠어. 비싸게 주고 사야겠다.
- 돈 많이 드는 인증서가 있으니까 무조건 믿을 수 있겠어.
고객은 기업의 입장까지 생각하면서 돈을 쓰지 않습니다. 우리는 2.3%를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그 과정을 전부 알고 있지만 제품을 마주한 고객은 '별차이 없다'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이 원료를 얼마나 힘들게 구해왔는지 알지만 고객은 '이름 복잡한 그거'라고 기억합니다. 비싼 금형, 비싼 인증은 우리의 사정입니다. 고객은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죠.
기업의 맥락과 고객의 맥락은 다릅니다. 기업의 맥락에서 나온 차별화로는 고객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광고나 랜딩페이지에 그런 내용을 잔뜩 쓴다고 구매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객의 입장에 서서 냉정하게 우리 제품과 메시지를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일단 관심을 끌어야 그들의 지갑도 열 수 있습니다.
고객이 반응하는 메시지를 만드는 3단계 스텝
마케팅 메시지를 만드는 작업은 고객을 구체화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구체적인 타깃 고객을 정해 보면 내가 만들어야 할 제품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 나옵니다. 메시지는 우리가 만든 이 제품의 강점(가치)을 기반으로 만들어야 하죠.
이전 글에서 언급한 출장 세차 서비스 예시를 가져와 우리의 마케팅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을 간략하게 요약해 봤습니다. 형태가 없는 서비스 사업을 예로 들었지만 형태가 있는 제품 사업을 하시는 대표님들도 이 과정을 통해 효과적인 마케팅 메시지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스텝 1)
가장 자랑하고 싶은 우리만의 강점을 뽑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회사 대표는 본인의 사업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긴 시간 몰입해 온 대상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죠.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거리 두기를 해야 합니다. 오로지 고객의 입장에서만 냉정하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면 뒷 단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자랑하고 싶은 강점이 다음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 내 타깃 고객이 원하는 것인가
- 다른 기업이 제공하지 않는 우리만의 독특한 강점인가
- 만약 다른 기업도 제공한다면 고객이 바로 체감할 정도로 우리가 더 뛰어난 점이 있는가
출장 세차 서비스라면 이렇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서비스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타깃 오피스텔 1동에 돌려봤을 때 몇 명에게 문의가 오는가
- '지역 + 출장세차' 등의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업체 중 우리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는가
-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이미 있다면 우리는 그 업체와 비교했을 때 무엇이 더 뛰어난가
두 번째 질문에서 '없다'는 답이 나오면 그걸 핵심 강점으로 정하면 됩니다. 새벽 세차 서비스를 우리만 제공한다면 우리만의 강점이 되겠죠. 만약 다른 곳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그들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 중 '고객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을 찾습니다.
다른 업체보다 '좀 더 깨끗하다', 다른 업체보다 '좀 더 좋은 장비를 쓴다' 같은 강점은 고객이 쉽게 체감할 수 없습니다. 고객은 세차 전문가가 아닙니다. '엔진오일까지 갈아주어 차의 속까지 케어해 준다'라고 하면 고객은 바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더 낫다'가 아니라 '아예 다르다'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설명해야 하는 강점은 핵심 강점이 되기 어렵습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고객이 단번에 체감할 수 있는 강점이 우리의 핵심 강점입니다. 아무리 찾아도 우리의 핵심 강점이 없다면 메시지보다 서비스의 강점 자체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좌절할 일이 아닙니다. 마케팅에 큰돈을 쓰기 전에 알았으니 오히려 다행인 일이죠.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원래 뚝딱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꾸준한 개선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스텝 2)
고객의 이상적인 결과를 글로 정리합니다.
고객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위해 돈을 씁니다. 스텝 1)의 과정을 올바르게 거쳤다면, 고객은 다른 곳에서는 얻지 못할 결과를 우리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구체성이 중요합니다. 고객이 우리에게 돈을 쓰면 일상에서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이 '이거 내 얘긴데?'라고 느낄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던지기 좋은 질문 중 하나는 '그래서 뭐가 좋은데?'입니다. 한 번에 구체적인 생각을 하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두 번, 세 번 이 질문을 던지면서 고객의 일상 속에서 우리 서비스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내가 잠든 시간에 세차는 물론 엔진오일 교환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어
- (그래서 뭐가 좋은데?) 세차와 기초 정비까지 한 번에 하니까 세차장, 정비소 다 안 가도 되잖아.
- (그래서 뭐가 좋은데?) 엔진오일만 갈려고 해도 정비소 가는 시간, 대기 시간 다 해서 몇 시간 금방 가잖아. 손세차까지 한다면 거의 하루 다 써야 해. 원래 여기에 쓰던 주말 시간이 더 확보되는 거지. 문자 한 통만 보내놓으면 두 가지 서비스를 하나의 업체에서 다해주니까 얼마나 편해.
- (그래서 뭐가 좋은데?) 주말에 시간이 생겼으니 부부가 반려동물과 함께 나들이 갈 수도 있고, 집에서 쉬면서 여유를 즐길 수도 있겠지. 반려견과 함께 차를 사용한 후에도 다음날이면 깔끔하고 안전한 차에서 출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갑작스럽게 누굴 태워야 할 상황에서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거고. 그럼 그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지겠지.
- ...
핵심 강점으로 꼽지는 않았지만, 우리 서비스에 포함된 강점인 '새벽 세차 서비스'나 '반려동물 가족 전용 세차 서비스'도 함께 결합해서 다양하게 작성해 봅니다. 이렇게 정리한 글들은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고객에게 던질 메시지를 만드는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됩니다.
스텝 3)
1:1로 대화한다고 생각하며 '메시지'로 바꿔봅니다.
마케팅 메시지도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말입니다. 대표 혼자 혹은 팀원들과 함께 만든 가치를 고객이라는 사람에게 전하는 거죠. 괜히 무게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이 없다면 우리 회사 구성원들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투로 하면 됩니다.
"그래도 브랜드가 하는 말인데... 우리 말투를 그대로 하기엔 좀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라디오 DJ의 말하는 방식을 참고해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각 프로그램이 내세우는 가치를 대중들에게 정감 있게 전하는 DJ들의 말투를 흉내 내보는 거죠. 어느 정도 품격을 지키면서 친근함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마케팅 메시지는 '우리 서비스를 쓰면 당신은 ~~(앞 단계에서 정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걸 기억하면서 다양한 메시지를 대화체로 적어보세요. 글에 어울리는 적절한 이미지를 함께 준비하면 다양한 매체에 맞게 변형해 가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세차장, 정비소에서 소중한 주말을 보내신다고요?
- 이번 주말엔 아내, 반려동물과 함께 추억을 쌓아보세요.
- 주말 내내 반려견과 차에서 놀아도 출근길은 쾌적하게!
- 문자 한 통으로 만나는 내 차 관리 전문가
- 동료들이 차에 타도 반려동물 키우는지 전혀 몰라요.
카피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긍정적인 결과를 떠올리면 좋은 카피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가볍게 시작하면 됩니다. 이 글들을 계속 다듬으면 점점 더 매력적인 카피로 변하게 됩니다.
우리보다 규모가 있는 기업들의 웹사이트, 광고들을 보면 좀 더 세련된 카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평소 여러분이 고객으로서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의 마케팅 메시지를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마음에 드는 말투와 기억에 남는 단어들을 수집해 두면 우리의 메시지를 만들 때 좋은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 집만 빠르게 간다'는 강점을 기반으로 만든 쿠팡이츠의 초창기 메시지 (출처 : 쿠팡이츠 유튜브)
'못생긴 채소를 취급한다'는 강점을 기반으로 만든 어글리어스의 메시지 (출처 : 어글리어스 웹사이트)
제품에서 눈에 띄는 강점을 만들기 어렵다면
고객이 단번에 알아챌만한 강점을 제품에서 만들기 어려운 사업들도 있습니다. 개발에 지나치게 큰 비용이 드는 경우 작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생깁니다. 제품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유통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라면 아예 시도조차 어렵겠죠.
그렇다고 아무런 강점도 없이 고객을 만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땐 시야를 조금 더 넓혀서 고민해 봅니다. 고객의 경험을 구매 전, 중, 후로 나눠보고, 내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경험이 있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우리가 옷을 파는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해보죠. 요즘 옷의 퀄리티는 대부분 좋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체감할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쉽지 않죠. 정말 예민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소재를 좀 더 좋은 걸 쓴다고 해서 그 차이를 바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옷에서 할 말이 많지 않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봅니다. 고객의 구매 과정 전체에서 고객이 겪는 불편은 없을까요? 남들은 귀찮아서 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가 더 신경 쓰면 고객이 더 편해질 수 있는 건 뭘까요?
온라인으로 옷을 살 때 제일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사이즈입니다. 아무리 실측 사이즈를 확인하고 리뷰를 봐도 실제로 입어보는 것만큼 정확하진 않죠. 고객은 구매 전에 '핏이 별로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객에게 우리가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사이즈를 고르시면 그 위 사이즈와 아래 사이즈를 한 벌씩 더 보내드려요. 집에서 편하게 피팅해 보세요. 그중 가장 맞는 것을 입으시고 남은 건 다시 포장에서 문 앞에 놓아주세요. 저희가 회수하겠습니다.'
이 정도는 작은 기업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택배비와 번거로운 과정을 우리가 조금 더 부담하면 고객의 '구매 전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게 우리의 핵심 강점이자 메시지가 될 수 있죠. 이 외에도 유명 패션 유튜버의 추천 아이템을 빠르게 공수해 업로드한다거나, 옷의 분류를 일반 쇼핑몰과 아예 다른 방식으로 한다거나, 배송 시작 시 보내는 문자와 메일을 임팩트 있게 작성하는 것도 우리만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이면 제품 그 자체의 강점을 뛰어넘는 우리 '쇼핑몰'의 강점이 생깁니다.
내 제품이 가진 강점뿐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채널이나 사람의 강점까지 녹아있는 사업은 사람들에게 강한 끌림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제품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그 제품을 파는 여러분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이 두 질문에 충분한 답을 찾으셨다면, 이제 이 메시지를 전할 수단을 찾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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